금융당국 뒷북 경고에, 에디슨EV·쌍방울 '개미'만 피 봤다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2.04.0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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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 쌍용자동차는 28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하 인수인)이 투자계약에서 정한 잔여 인수 대금 예치의무를 이행하지 못함에 따라 'M&A를 위한 투자계약'이 해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모습. 2022.3.28/뉴스1  (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 쌍용자동차는 28일 "에디슨모터스 컨소시엄(이하 인수인)이 투자계약에서 정한 잔여 인수 대금 예치의무를 이행하지 못함에 따라 'M&A를 위한 투자계약'이 해제됐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오후 경기 평택시 쌍용자동차 평택공장의 모습. 2022.3.28/뉴스1


쌍용차 (5,560원 ▼120 -2.11%) 인수 소식에 몰려든 에디슨EV (63원 ▲1 +1.61%) 소액주주는 9만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이후 인수전에 뛰어든 쌍방울 (269원 0.00%)그룹, KG그룹 주가도 모두 개인투자자들이 끌어올렸다.

인수 의사를 밝힌 회사 주가가 뛴다는 기대 심리에 개인투자자들은 무작정 달려들었고 이를 관망했던 금융당국은 뒤늦게 조치에 나섰다. 그 사이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투자자들이 떠안게 됐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본격적으로 쌍용차 인수전이 시작된 6월 말 기준 에디슨EV 소액주주 수는 1만4548명, 전체 주식에서 이들의 소유주식 비율은 41.27%였다. 이후 반년만인 지난해 말 기준 에디슨EV 소액주주수(10만4615명)으로 9만명 넘게 늘었다. 소유주식 비율(80.34%)도 2배가 됐다.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지난해 5월 말 7100원이었던 에디슨EV 주가는 쌍용차 계약이 급물살을 타면서 같은해 11월 11일 종가 6만3400원까지 뛰었다.



이후 대주주 투자조합의 주식 처분으로 '먹튀' 논란이 불거지면서 주가는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다. 결국 지난달 28일 계약해제 통보로 하한가를 기록했다. 설상가상 에디슨EV는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면서 30일부터 거래 정지됐다. 지난달 29일 기준 종가는 1만1600원.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개인투자자는 에디슨EV 주식 총 774억원어치(지난해 5월30일~거래정지 전날 3월29일)를 순매수했다. 같은 기간 대주주 투자조합은 고점에서 주식을 털고 나갔고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도 각각 282억원, 70억원을 순매도했다.

비슷한 흐름이 쌍방울그룹 투자자들에게도 발생하다. 지난달 31일 쌍방울그룹이 쌍용차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는 소식에 쌍방울그룹주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지난 4일 쌍방울그룹 계열사인 아이오케이가 이틀연속 상한가를 친날, 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미래산업 (1,245원 ▼40 -3.11%)아이오케이 (7,760원 ▼120 -1.52%) 보유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124억원을 확보했다. 같은날 개인투자자는 86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주가를 끌어올린 것과 대조적이다.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쌍방울 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 추진에 나선것으로 알려진 1일 서울시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 사옥의 모습.   쌍방울이 완성차업체인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중량물 운반을 위한 이동식 크레인 사업과 전기작업차·청소차·소방차 등 특장차 사업을 맡은 계열사 광림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쌍방울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시도했을 때 마련했던 자금도 있고 내부적으로 가능하다 보고 있다"며 "자금 조달 측면에서의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2022.4.1/뉴스1  (서울=뉴스1) 장수영 기자 = 쌍방울 그룹이 쌍용자동차 인수 추진에 나선것으로 알려진 1일 서울시 용산구 쌍방울 그룹 본사 사옥의 모습. 쌍방울이 완성차업체인 쌍용차를 인수할 경우 중량물 운반을 위한 이동식 크레인 사업과 전기작업차·청소차·소방차 등 특장차 사업을 맡은 계열사 광림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쌍방울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시도했을 때 마련했던 자금도 있고 내부적으로 가능하다 보고 있다"며 "자금 조달 측면에서의 문제는 없다"고 강조했다. 2022.4.1/뉴스1
시장은 이 같이 돌아가는데 금융당국의 정식 경고는 지난 7일에서야 이뤄졌다. 당국이 손놓고 있는사이 개인투자자들의 손해만 커졌단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해 연말 에디슨EV 투자조합 5개가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했고 올초부터 이 사실이 알려졌다. 3월 28일 쌍용차는 에디슨모터스와의 계약 해제를 공시했고 다음날 에디슨EV 거래가 정지됐다.

쌍방울그룹 계열사 지분 매도는 이달 4일 이뤄졌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달초까지 약 3개월 동안 쌍용차 인수에 손을 대는 기업마다 잡음이 터져나왔다. 금융당국은 이 모든 과정을 다 지켜본 뒤 시장관계자들에게 공식적으로 경고하고 나섰다.



뒤늦게 금융감독원은 "시장의 신뢰성이 저하되고 투자자 등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등이 모두 투입돼 인수에 뛰어든 기업들을 집중적으로 감시하고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개미들만 피멍이 든 이후, 시장 곳곳에서 탄식이 나오기 시작한 후였다. 개별기업 M&A(인수합병)에 금융당국이 간섭하는 모양새를 보이는 게 옳지 않다는 항변도 있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당국이 먼저 나서서 '오늘부터 조사할거니까 들어오지 마세요' 그럴순 없지 않나. 이런 언급으로 주가가 더 크게 급변동 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피해가 우려되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주의를 환기할 방법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지난해 주식신용거래, 최근 원자재 관련 ETF(상장지수펀드)·ETN(상장지수증권) 투자자에게 '소비자 주의 경보'를 내려 주의를 줬던 것처럼 소비자에게 직접 투자 유의를 당부하는 방법도 있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시장 특성상 개인투자자들이 워낙 많이 들어오고 M&A 이슈에 더 크게 반응한다. 거래소가 투자유의종목 지정 등 경고 시그널을 보내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이 같은 위험을 얼마나 인지하고 투자할 수 있겠나. 금융당국의 시그널이 빨리 나왔으면 먹튀 논란 자체도 생기지 않았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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