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완수 카카오T블루 기사를 최근 경기 성남 카카오모빌리티 본사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사진=윤지혜 기자
카카오T택시 기사중에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가 눈에 띈다. 서울시 택시물류과장을 역임하다 퇴직한 후 4년째 카카오T블루 기사로 활동 중인 양완수씨(62)다. 양씨는 2018년 8월 서울시에서 은퇴한 후 2019년 3월부터 카카오T블루를 운행 중이다. 공무원 연금을 받는 그는 용돈벌이를 하면서 여가생활도 즐길 방법을 찾다 택시기사를 제2직업으로 삼았다. 택시업계가 풀지 못한 난제들을 자신이 직접 현장에서 뛰며 부딪쳐보겠다는 식지 않은 열정도 작동했다.
그는 서울시 재직시절 가맹택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여객법) 안에 잠들어있던 가맹택시 조항을 되살린 주인공이기도 하다. 가맹택시는 2009년 여객법에 처음 포함됐으나, 지방자치단체와 택시업계 무관심 속에 10년 가까이 사문화됐다. 이에 양씨는 2018년부터 플랫폼과 택시업계 가교역할을 하며 가맹택시 사업을 추진했다. 그렇게 탄생한 게 웨이고블루다.
잠자던 가맹택시 깨웠다…"수년간 동결된 택시비 대안 돼야"
양완수 카카오T블루 기사. /사진=윤지혜 기자
그러나 가맹택시도 사업 초기 승객 확보를 위해 일반택시와 같은 요금을 받으면서 가맹택시 기사의 근무 강도만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양씨는 새벽 4시부터 오후 2시까지 주5일간 10시간씩 근무해 약 320만원 정도를 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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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씨는 "1시간에 2만원을 벌면 양호한 수입인데, 기본요금(3800원)을 내는 손님만 탄다고 가정하면 10분에 한 명씩 승객을 새로 태워야 한다. 그런데 가맹택시는 자동배차여서 승객을 태우러 2km가 넘는 거리를 이동하기도 하는 데다, 쉴 틈이 없다"라며 "승객이 받는 서비스 질은 높아졌는데 기사는 업무강도만 세지고 수입은 그대로여서 다들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현재 카카오T블루는 실시간 수요·공급에 따라 0~3000원 사이의 호출료를 받는다. 낮 등 택시수요가 많지 않은 시간엔 일반택시와 같은 금액으로 카카오T블루를 이용할 수 있다. 양씨는 2000~3000원의 호출료를 의무 부과해 사실상 기본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 자연스레 가맹택시에 가입하는 기사들도 늘어날 것이란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도 가맹택시 기사 수익 확대를 위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5년간 500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택시기사 수익증진에 370억원을 쓰기로 했다. 올 상반기엔 차량 뒷좌석에 설치된 엔터테인먼트 시스템(RSE)의 광고수익을 가맹회원사와 나눌 예정이다. 카카오T블루 취소수수료의 30%도 택시기사에게 제공한다.
"AI배차 덕분에 택시 도전…승객과 분쟁소지 줄어"
AI 배차 시스템을 이용한 배차 시 고려 항목. /사진=카카오모빌리티
양씨는 콜 몰아주기 논란에 대해 기존 택시업계의 관행을 꼬집었다. 그는 "AI가 콜 수락률과 평점이 높은 기사에게 배차하는 걸 콜 몰아주기라고 한다"라며 "콜을 몰아준다고 하기 전에 자신의 (배차) 데이터부터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 그는 "자동배차가 아니었다면 택시를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택시과장으로 근무하며 택시를 주·야간으로 운행할 때 배회영업 스트레스가 컸다. 어떤 경로를 택할지부터 승객과 마찰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제는 플랫폼으로 승객과 대화한다. 시스템대로 운행하면 되기 때문에 승객과 갈등의 소지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양씨는 카카오모빌리티 상생자문위원회 위원으로도 참여 중이다. 파트너와의 동반성장을 위해 지난 1월 발족한 위원회엔 교통·노동·언론·법조·소비자 분야 전문가 11명이 참여한다. 양씨는 "IT업계 종사자들은 나이가 젊은데 택시기사들은 50대 이상이 대부분이어서 대화할 곳이 없었다"라며 "카카오모빌리티가 일방통행이 아니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승객들에게 당부의 말도 남겼다. 양씨는 "승객위치까지 달려가는 중 콜이 취소되면 기사들은 허탈감에 빠진다. 가맹택시 이용요금이 저렴한 상황에서 시간과 비용 등을 고려하면 절망감까지 든다"라며 "콜을 취소할 때 한번쯤 더 생각해달라"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