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윤석열 누가 되든 플랫폼은 울상 "이러다 다 죽어"

머니투데이 최우영 기자 2022.02.23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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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삽화=임종철 디자인기자


대통령 선거를 2주 가량 앞둔 가운데 당선이 유력한 양당 후보가 '플랫폼 저격수'를 자처하면서 업계에서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온라인플랫폼을 '수탈자'로 규정하고 이들의 사업을 뒤흔들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표심에 휩쓸려 충분한 정책적 판단과 근거없이 공약을 남발하는, 이른바 '표퓰리즘'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양당 후보들의 공약이 프로모션을 포함한 초기 투자 등 플랫폼 생태계 구축에 들어간 업체의 노력과 비용을 간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공약들이 실현될 경우 자칫 플랫폼 생태계 자체를 망가뜨리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재명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와 대화 '의무'…돈도 내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 정책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플랫폼 시장 '을' 권리 보장 등을 발표했다. /사진=뉴스1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해 12월 20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소상공인·자영업 정책 공약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이 자리에서 플랫폼 시장 '을' 권리 보장 등을 발표했다. /사진=뉴스1
22일 이재명 캠프 등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온라인 플랫폼의 독과점을 방지하는 내용의 공약을 제시했다. 공약에 따르면 플랫폼 이용 사업자들에게 단체결성권과 협상권을 부여한 뒤 이들의 교섭 요청에 대해 플랫폼업체가 의무적으로 대화에 나서야 한다. 아울러 이들의 상생을 위한 자율기금을 조성토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업계에선 이 공약이 실현될 경우 배달플랫폼으로 치면 '라이더 조합', 숙박플랫폼이라면 '모텔 조합'이 결성돼 플랫폼 사업자의 부담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플랫폼 업계에서 이용 사업자 우위 시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사업자만 규제의 타깃이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한 플랫폼업체 관계자는 "교섭 의무가 없는 현 상황에서도 업체들이 플랫폼 이용 사업자들에게 자율적으로 처우를 개선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부담을 끌어앉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수료 인하요구 등 사업자들이 반발하는 상황이 계속 된다면 일반 고객에게 부담으로 전가되고, 플랫폼 사업 자체가 지속 가능성을 잃어버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윤석열 "간편결제 수수료도 신용카드처럼 인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에서 진행한 '국민공약 언박싱 데이 행사'에 참석해 국민 제안 공약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카페 '하우스'에서 진행한 '국민공약 언박싱 데이 행사'에 참석해 국민 제안 공약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후보 역시 플랫폼 때리기에 나섰다. 윤 후보는 "빅테크 금융업 역시 '동일기능 동일규제' 원칙에 따라 신용카드처럼 수수료 준수 사항을 정할 것"이라며 "빅테크기업의 결제 수수료가 신용카드보다 최대 3배 이상 높다"고 지난 9일 말했다. 간편결제 플랫폼의 수수료를 줄여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표심을 잡겠다는 행보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접근이 간편결제 시스템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란 반응이 나온다. 의무수납 대상인 신용카드와 달리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은 가맹점을 모집하기 위한 별도의 영업이 필요하고, 수수료 역시 80% 가량은 카드사에 그대로 전달지고 나머지 20%를 플랫폼 사업자와 결제대행업체인 밴(VAN)사 등이 나누는 구조이기에 단순 비교는 무리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조금만 사업구조를 들여다봐도 카드사와 간편결제 플랫폼의 차이를 알 수 있을텐데 지금 나오는 공약들은 현실성이 너무 떨어지는 수준"이라며 "이미 영세 소상공인을 위해 지난해와 올해 2차례 수수료를 인하한 것은 고려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한술 더 떠 '공공앱 제작'까지 공약…"정부 역할은 룰 메이커에 그쳐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초청 토론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스1
더욱이 이재명, 윤석열 후보는 플랫폼 시장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겠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이 후보는 경기지사 시절 만든 공공 배달앱을 전국으로 확산하겠다고 나서고, 윤 후보는 공공 택시앱을 출시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같은 정부의 '시장 개입'은 플랫폼 생태계를 파괴하고, 나아가 여기서 발생한 비효율이 민간 생태계를 망칠 것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온다.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플랫폼에 대한 적정한 규제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정부는 민간에서 공정하게 경쟁할 여건을 갖춰주는 역할, '룰 메이커'에 그쳐야 한다"며 "직접 사업자로 나서게 되면 민간의 창의성이 크게 훼손되는만큼 정부가 과도한 개입을 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박 교수는 이어 "공공부문이 시장에 개입할 때 나타나는 부작용은 눈에 쉽게 띄지 않고 나타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그게 반복되면 국가에 굉장히 큰 비효율을 낳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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