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우리에겐 창업가적 리더가 필요하다

머니투데이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벤처창업학회 부회장 2022.02.0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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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민 가천대 교수전성민 가천대 교수


대통령선거가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후보들이 저마다 여러 공약을 내놓으며 우리나라를 이끌 리더가 되겠다고 한다. 최근 글로벌 경제는 팬데믹의 어려운 상황을 지나며 미·중 무역냉전, 주요국의 금리인상 등 불확실성이 커졌다. 국내 경제 역시 자영업 붕괴, 전통적 산업의 침체, 성장 및 고용둔화 등으로 경기가 악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우리나라에는 어떤 리더가 필요할까.

이 세상 어떤 기업이건 나라건 간에 혁신적이지 않다고 하면 좋아할 곳이 없을 것이다. 그만큼 변화의 시대에 혁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혁신의 아이콘의 대표적 인물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를 들 수 있다. 그는 창업가로서 애플 컴퓨터, 아이폰, 아이패드를 출시하면서 PC와 스마트폰 등 정보기기를 대중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창업가들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영웅들이지만 창업가적 리더를 이해하는 데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경우는 드물다.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티모시 버틀러교수 연구에 따르면 창업가적 리더는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 주인의식과 열정, 뛰어난 설득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첫째, 불확실성을 극복할 수 있는 역량은 창업가의 기질과 연관성이 크다. 창업가는 모험을 통해 배우고 기회를 찾는 호기심 많은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창업가는 매우 창의적일 것이라 생각되지만 일반 관리자들도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많이 활용한다. 따라서 창업가적 리더가 일반적인 리더보다 항상 창의적인 것은 아니지만 주어진 한계를 뛰어넘으려는 성향을 가졌다. 또한 보통 창업가는 모험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로 창업가는 기회를 추구하는 동안 발생하는 위험을 최소화하면서 불안을 관리하는데 능숙하다.

둘째, 창업가적 리더는 주인의식과 열정을 지녔다. 많은 사람이 창업가는 조직을 장악하려는 야심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창업가는 제품이나 프로젝트를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데 더 큰 관심을 보였다. 구체적으로 창업가는 부하보다 우월한 지위로서 존경받거나 권위를 가지려 하기보다 성과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려 한다는 것이다. 창업가는 독재자라기보다 작가나 예술가에 더 가까운 셈이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의 주요 제품설계 토론에 참여하고 세부사항을 직접 평가하기도 하면서 열정적으로 혁신을 추진했다.



셋째, 창업가적 리더는 뛰어난 설득력을 가졌다. 창업자는 타고난 영업사원이다. 여러 연구에서 창업가적 리더들의 자신감과 설득력이 강조됐다. 창업가적 리더는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창업가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팔 수 있어야 한다. 창업가는 창업 초기에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초기투자자에게 팔고 나중에는 벤처캐피탈과 투자파트너에게 팔아야 하며 궁극적으로 고객에게 팔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창업가적 리더의 역량은 대기업 내에서 혁신을 주도하는 리더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미국 3대 자동차회사 중 포드와 크라이슬러의 최고경영자가 된 전설적 경영자 리 아이아코카는 창업가적 리더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엔지니어 교육을 받았지만 일찍이 영업직으로 전환해 뛰어난 영업능력을 갖추고 탁월한 설득력으로 대기업에서 혁신을 이끌어냈다. 그는 포드자동차가 저렴한 스포츠카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설득해 경이로운 무스탕(Mustang)의 성공스토리를 이끌어냈으며 크라이슬러에 대한 의회의 구제금융법안을 통과시키는 데 성과를 거뒀다.

역사적으로 난세에 영웅들이 등장한다. '삼국지연의' '일리아드' '오디세이' 등의 고전뿐 아니라 역사를 돌아보면 위기의 상황에서 변화에 대응하는 변혁적 지도자가 나타난다. 팬데믹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대적 변화를 눈앞에 두고 우리는 어떤 리더를 선택할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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