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닷컴·SK온이 첫 타깃?... 물적분할 상장 심사 까다로워진다

머니투데이 정혜윤 기자 2022.01.09 0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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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대기업 물적분할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6/뉴스1  (서울=뉴스1) 이재명 기자 =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앞에서 열린 대기업 물적분할 반대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2.1.6/뉴스1


소액주주들의 '물적분할 후 상장'에 대한 반대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에서도 주주 보호를 위한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장 물적분할 후 상장 과정에서 기업이 주주 보호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등 심사 기준을 까다롭게 들여다볼 가능성이 높다.

7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27일 상장을 앞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물적분할 상장을 예고한 기업들에겐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전망이다. 이미 주관사를 선정하고 올해 안 상장 계획을 밝힌 SSG닷컴, 현재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작업을 진행중인 SK온, 만도가 자율주행사업부를 물적분할해 만든 HL클레무브 등이 해당된다.



기존 모회사 주주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모회사 디스카운트 문제다. 핵심 사업 분할 후 IPO시 외부 주주 유입으로 성장 과실이 나눠질 수밖에 없다. 또 IPO를 앞두고 주식 분산 요건(일반주주 소유비율 25% 이상)을 충족시키기 위해 일부 매각을 진행하지만 여전히 대주주가 절대적인 지배권을 갖기 때문에 대주주에게만 이익이 돌아간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세계 주요국들도 모자회사 동시상장을 원칙적으로 허용한 상태에서 우리 시장에서만 모자회사 동시상장을 제한할 순 없다는 게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의 입장이다. 미국·일본 등은 모회사의 재무건전성, 자회사의 경영 독립성, 모자회사간 이해상충 가능성 등을 고려해 필요시에만 상장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단 국내에서도 향후 물적분할 후 상장하는 기업들에 '현미경 심사'를 할 방침이다. 송영훈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보(상무)는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심사 과정에서 주주의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쳤는지 주주와의 소통있었는지, 주주에 대한 보호책이 있는지, 그 내용은 뭔지 등에 대해 면밀히 심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국거래소는 올해부터 상장 심사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적용할 예정이다. 물적분할 이슈는 G부분에 해당되는만큼 이 부분을 엄격히 들여다볼 예정이다. ESG 관련 심사 항목으로 주주와의 소통 노력을 포함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아울러 송 본부장보는 "지금도 대표이사 겸직 금지, 주주간 계약에 따른 일반주주 이익 침해, 경영조직의 독립성 등을 면밀히 심사하고 있다"며 "특히 분할 후 상장하는 경우 이런 부분에 대해 더 면밀히 들여다보겠다"고 말했다.


상장 이후 관리도 중요하다. 올해부터 자산총액 1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법인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합병이나 분할같은 중요한 기업재편에 있어 주주 소통현황 노력을 공시토록 할 예정이다.

현재 정치권 등에서 모회사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신주인수권, 공모주 우선청약권 부여 방안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금융당국도 이 안등을 포함해 다각도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투자자 손실보상 문제, 물적분할 복수상장 특정행위 금지, 기업 의사결정·권한과 책임 분배 문제 등 여러 측면에 대한 얘기를 취합하고 있다"며 "금융규제뿐 아니라 상법의 일반 원칙,기업 집단이나 불공정거래, 경제력 집중 문제와도 연관돼 있기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와도 협의해 좋은 대안을 빨리 마련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공모주 우선배정권, 신주인수권 관련 주주명부가 확정된 이후 모회사 주가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모회사의 NAV(순자산가치) 대비 할인율 확대를 궁극적으로 방지하는 방법은 아니다"라며 "중복상장이 허용돼 있는 만큼 지분가치 할인을 막을 수 있고 소액주주가 보호받을 수 있는 법·제도적 보완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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