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가시티 구상의 모범생이 된 부울경…광역교통망 '퍼즐' 맞췄다

머니투데이 정현수 기자 2021.12.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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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울산 태화강역에서 열린 동남권 4개 철도건설사업 개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28/뉴스1  (울산=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울산 태화강역에서 열린 동남권 4개 철도건설사업 개통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28/뉴스1


부울경(부산·울산·경남) 메가시티의 퍼즐 하나가 완성됐다. 부산과 울산을 잇는 광역전철 개통으로 부산과 울산의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부울경의 초광역협력 모델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다른 지자체들도 '롤 모델'로서 부울경을 주목한다. 특히 부울경이 내년에 구성할 특별지방자치단체는 국토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추진하는 메가시티 구상의 변곡점이 될 전망이다.

28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이날부터 부산 일광과 울산 태화강 사이의 65.7km 구간을 잇는 광역전철이 운행을 시작한다. 비수도권의 광역전철이 개통된 것은 처음이다. 본격적인 운행을 시작으로 두 지역의 출퇴근 시간은 30분대로 줄어든다. 향후 건설될 동남권 순환철도까지 감안하면 부울경은 앞으로 1시간대 생활권으로 연결된다.



부산-울산 광역전철 개통의 의미
생활권은 메가시티 구상의 핵심이다. 김경수 전 경상남도 지사가 처음 거론한 이후 공론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메가시티 전략은 권역별 거점도시를 중심으로 교통과 경제, 문화, 교육 등을 잇는다는 개념이다. 수도권에 대항할 수 있는 지방의 새로운 생활권을 만든다는 것인데, 이를 위해선 광역교통망 확충이 필수다.

광역교통망이 형성되지 않으면 권역권 내에서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적이고,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적이면 기업들도 인재를 모으는데 한계에 직면한다. 사람들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 경제와 교육, 의료, 문화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부울경이 초광역협력 사업을 추진하면서 광역교통망 확충을 서두른 이유다.



김태환 국토연구원 국가균형발전지원센터 소장은 "초광역권을 육성하기 위해선 시·도 경계를 넘어설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고 물류나 사람들이 오갈 수 있는 인프라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부울경의 광역교통망 확충은 의미가 크다"며 "30분대의 통근권은 배후세력과도 연계할 수 있기 때문에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부울경은 메가시티 구상에서 가장 속도가 빠른 권역이다. '동남권 메가시티'라는 개념으로 시작한 부울경의 초광역협력모델은 최근 특별지자체 구성을 위한 준비단계로 이어졌다. 부울경도 행정통합을 검토했지만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으로 법적근거가 생긴 특별지자체가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에서 전략을 바꿨다. 특별지자체는 행정통합보다 느슨한 형태의 초광역협력이다.

(울산=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울산 태화강역에서 열린 동남권 4개 철도건설사업 개통식을 마친 뒤 울산 태화강에서 부산 일광 구간의 광역전동차를 시승하고 있다. 2021.12.28/뉴스1  (울산=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울산 태화강역에서 열린 동남권 4개 철도건설사업 개통식을 마친 뒤 울산 태화강에서 부산 일광 구간의 광역전동차를 시승하고 있다. 2021.12.28/뉴스1
부울경은 메가시티 구성의 모범생…'뭉쳐야 산다' 나선 이유는

부울경은 지난 7월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을 구성하고 공동사무를 발굴했다. 특별지자체 설치를 위해선 해당 지자체 간 협의를 통해 규약을 제정하고 지방의회 의결을 거쳐 행정안전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부울경은 내년 1분기 안에 특별지자체를 출범할 예정이다. 최근 이뤄진 특별지자체 명칭 설문조사에선 '부울경메가시티'가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메가시티를 전면에 내세웠던 다른 지자체들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올해 행정통합을 위한 주민투표까지 검토했던 대구·경북은 단기과제로 특별지자체 구성을 내세웠다. 대구·경북은 내년 하반기 특별지자체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광주·전남, 충청권 역시 메가시티 구상의 출발점으로 2024년까지 특별지자체 구성을 추진한다.

광역지자체들이 메가시티 구상에 집중하는 이유는 '뭉쳐야 산다'는 절박감 때문이다. 인근한 광역단체 사이의 공통된 이해관계에 힘을 합쳐야 할 필요성이 커진 것이다. 광주광역시의 초광역협력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류재준 전문위원은 "부울경의 사례처럼 특별지자체 합동추진단부터 구성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했다.

메가시티 구상에서 비교적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 부울경이지만 앞으로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당장 내년 6월 지방선거라는 변수가 있는데다 메가시티의 궁극적인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는 산업생태계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부울경을 메가시티 구상의 '롤 모델'처럼 인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선례를 남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지역에서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춰 첨단기업을 육성할 수 있는 거점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교육, 행정, 문화, 복지 등 패키지로 메가시티 구상을 짜되 그 중심은 산업생태계로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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