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화는 일방 아닌 상호교류다

머니투데이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 원장 2021.12.23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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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화는 일방 아닌 상호교류다


지난 11월말 짧은 일정으로 태국을 다녀왔다. 자가격리 없는 해외여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방콕 쑤완나품공항에 도착하면 한국에서 준비하고 간 백신접종 증명과 PCR 검사 결과를 보여야만 통과가 가능하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입국자를 태운 자동차는 심야에 곧장 병원으로 이동하고 드라이브 스루로 PCR 검사를 받아야 한다. 그리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숙소에서 대기해야 한다. 12시간이 지난 후 '음성' 통보를 받으면 비로소 격리에서 해제된다.

태국 출장의 행선지는 부리람(Buriram)이다. 태국의 북동쪽에 위치한 주로서 방콕에서 410km 정도 떨어져 있다. 이곳은 블랙핑크의 태국 출신 멤버인 리사의 고향으로 유명해졌다. 리사의 솔로 타이틀곡 '라리사(LALISA)' 뮤직비디오에 부리람 소재 파놈 롱 역사공원이 등장한다. 리사는 태국의 전통 모자 '랏 끌라오'를 쓰고 나오는데 이런 내용들이 태국 총리의 찬사를 받는 등 주목을 받았다. '라리사'는 공개 48일 만에 3억뷰를 돌파했다. 이는 K팝 여성 솔로 아티스트 중 최단 기록이라고 한다.



부리람을 방문한 이유 역시 리사와 관련이 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하 진흥원)은 리사의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협력하여 부리람의 한 중학교에 160㎡ 크기의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하고, PC와 빔프로젝터 등 멀티미디어 기자재를 지원했다. 'K-POP 댄스 아카데미'를 구현한 것이다. 진흥원은 2012년부터 민관협력 해외사회공헌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는데 태국 부리람 사업은 한류 아티스트가 참여해 '착한 한류'를 보여주는 것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출장은 바쁜 리사를 대신해(?) 진흥원장으로서 댄스 아카데미의 1기 수료식에 참석한 것이다.

아시아는 한류에 대한 관심과 대중적 인기가 가장 높지만, 동시에 한류에 대한 부정 인식 공감률도 높다. 부정적 인식의 이유는 지나치게 상업적(29.9%), 획일적이고 식상(26%), 지나치게 자극적·선정적(11.1%) 순이다. 특히 태국은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긍정적·부정적 인식 공감도가 모두 높은 대표적인 신남방국가다. 부정적 인식 공감도는 37.4%로, 전체 권역의 비교대상국 17개국 중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진흥원 해외한류실태조사, 2020). 리사의 '코리언 드림' 한편에는 그림자도 있는 것이다.



진흥원이 지난 11월 중순 서울 DMC 상암문화광장에서 제1회 꿈틀문화여행을 개최하면서 태국과 몽골을 주제국으로 삼았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행사에서는 태국 전통 사원 내부를 전시하는 가운데 태국의 전통 놀이인 '아이끌라(태국 구슬치기)'를 체험하고, 현지인이 직접 소개하는 패션·뷰티 체험이 진행되었다. 한국인들에게 태국 문화를 이해하고 누리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한류가 일방적이고 상업적이라는 '오해'를 불식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이들 국가를 소비시장과 자원 면에서의 대상으로만 여기지 말고 문화예술, 인적 교류 등 쌍방향 교류를 하는 파트너로 인식해야 한다. 문화는 교류이기 때문이다.

부리람의 'K-POP 댄스 아카데미' 수료식에서 태국 청소년들은 라리사, 뚜두뚜두, 머니 등 그동안 배운 블랙핑크 노래의 커버댄스를 선보였다. 정성껏 수준급의 춤과 노래를 공연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은 "평소에 배우고 싶었던 K-POP 댄스를 직접 배워보니 너무 재미있었다. 태국과 부리람의 자랑인 리사를 본받아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제2의 리사가 되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안 되면 또 어떤가. 그 얼굴에는 이미 만족감이 가득헀다. 그러고 보니 '부리람'의 뜻은 '행복한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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