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빅테크 관리감독 검토..."공정위와 협업해 독점 막는다"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2021.12.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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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의 금융 자회사에 대한 규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소비자 편익 증대라는 긍정적 측면에서만 빅테크를 바라봤던 금융위원회가 기관규제를 검토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협업해 공정 경쟁을 촉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은 16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빅테크 금융 진출의 리스크 요인 점검 토론회'를 열었다. 금융위, 금융감독원, 공정위, 예금보험공사 등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들은 빅테크 자체가 가진 위험과 빅테크가 금융권 내 영향력을 확대하며 금융시스템에 초래할 위험을 근거로 규제 수준을 현재보다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봤다.



그동안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등에 대한 관리감독은 금융감독원을 중심으로 필요성이 제기됐으나 금융위가 반대의견을 피력해 왔다. 그러나 금융위는 중장기적으로 기관규제도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향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빅테크 자체가 가진 위험이 있을 수 있는데 다행스럽게도 '금융그룹통합감독법'이 있다"며 "현재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빅테크의 금융 부문과 비금융 부문이 연관 관계가 생기고 쌓이는 잠재적 리스크가 일정 규모가 된다면 빅테크에 적용할 수 있는 법제가 마련돼 있다"며 규제를 시사했다.

이 법은 여수신·보험·금융투자 중 두 개 이상 자회사를 갖고 있는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의 그룹을 금융당국이 직접 관리·감독하는 제도다. 삼성, 현대차, 한화, 교보, 미래에셋, DB 등 6개 그룹이 적용 대상이다. 금융지주가 금융지주회사법의 직접 적용을 받듯 빅테크도 일정 규모 이상이 되거나 관련 위험이 커지면 특정 영업행위를 감독하는 행위규제에서 기업 자체의 자본 적정성·지배구조 안정성 등까지 들여다보는 기관규제를 할 수 있다는 게 금융위의 생각인 셈이다.



금감원은 공정위 등 관련 정부부처와 함께 빅테크 규제 방안을 논의해 나갈 수 있다는 방침을 밝혔다. 김병칠 금감원 디지털금융감독국장은 "빅테크의 경쟁 제한 문제 등은 공정위와 같은 경쟁당국에서 관할을 해야 하는지 금융당국이 맡아야 하는지 논란 여지가 있다"며 "빅테크가 일종의 게이트 키퍼로서 경쟁을 저해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련 당국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금융당국, 경쟁당국, 정보관리당국이 빅테크 관련 정책을 논의하는 'UK디지털규제포럼'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논의에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금융혁신을 강조하던 금융위가 규제로 180도로 선회했다는 점이다. 이동훈 금융위 금융정책과장은 "빅테크 독점 이슈를 보면 금융시장에서 판매 채널을 빅테크가 장악하면 소비자 편익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할 수 있다"며 "상품을 소개하거나 판매에 연결하는 부분이 이슈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가 빅테크 플랫폼에 종속되면 중개수수료가 결국엔 오르고 소비자 피해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형철 예보 은행관리부장은 "빅테크의 시장지배력이 확대되고 금융사의 의존도가 높아지면 협상력이 악화하면서 과도한 수수료를 부담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빅테크의 상품 추천 알고리즘이 소비자에게 적합한 상품보다는 자회사의 상품이나 수취 수수료가 고액인 상품을 우선 추천하는 등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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