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만의 판매량 최저 위기…현대차·기아, 왜 中서 외면당하나

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2021.12.14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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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만의 판매량 최저 위기…현대차·기아, 왜 中서 외면당하나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여전히 중국시장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2016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갈등으로 시작된 '한한령(한류금지령)' 여파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12년 만의 판매량 최저치를 앞두게 됐다.

中 누적 판매 현대차 21%, 기아 28% 감소…점유율 3%도 안돼
13일 중국승용차연석회의(CPCA) 등에 따르면 현대차 (249,500원 ▼500 -0.20%)는 올해 중국에서 소매기준 1~11월까지 34만9000대, 기아 (118,200원 ▲1,600 +1.37%)는 14만1000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21.5%, 28.3% 줄어든 수치다.



시장점유율은 현대차가 1.9%, 기아가 0.8%로 떨어졌다. 지난해만 해도 현대차가 3%, 기아가 1.3%를 유지했지만 올해는 현대차·기아 점유율을 합쳐도 지난해 현대차 점유율에 못미친다.

중국 자동차 시장서 승용차가 올해 누적 1796만9000대 팔리며 20.5% 성장한 것과는 배치되는 모습이다. 중국 자동차 시장은 지난 5월까지만해도 매월 판매량이 전년보다 높았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생산이 줄면서 하반기 들어 그 성장세가 꺾였지만 현대차·기아는 지난 2월을 제외하고 매월 판매량이 전년보다 10~40%까지 감소했다.



거듭되는 부진에 올해 판매량 목표도 달성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당초 현대차는 올해 중국 판매량 목표치를 56만2000대, 기아는 25만5000대로 계획했지만 한 달을 남겨둔 현 시점의 판매량은 그 절반을 넘기는 수준이다. 지난달도 현대차가 2만6000대, 기아가 1만2300대를 판매하는데 그쳤다.

사드 갈등 이후 급락한 판매량…올해 '12년만에 최저'될까
제네시스는 지난달 19일 중국 광저우 모터쇼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제네시스는 지난달 19일 중국 광저우 모터쇼에서 GV70 전동화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사진제공=현대차그룹.
2017년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2016년만해도 179만대를 판매했지만 그 이후 한한령으로 판매량이 급락했다. 지난해에는 66만대로 떨어지면서 2009년(81만대) 이후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누적 판매량은 약 49만대로, 이번달에도 지난달과 같은 수준의 판매량을 기록한다면 그 기록마저 갈아치울 것으로 보인다.

한국 영화가 최근 중국서 6년 만에 개봉하는 등 한한령이 조금씩 풀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현대차·기아의 부진은 계속되는 셈이다. 급기야 중국 둥펑자동차그룹(둥펑그룹)은 최근 '둥펑위에다기아' 현지 합작사를 설립한지 20년 만에 기아와 공식 결별을 선언했다. 둥펑위에다기아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기아는 이에 전동화 상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는 등의 새 전략목표를 냈다. 제네시스는 지난 4월과 11월 각각 중국 상하이 모터쇼, 광저우 모터쇼에서 G80 전동화 모델과 GV70 전동화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새 전략에 따라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문제는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내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이다. 현존하는 전 세계 전기차 약 1000만대 중 44%가 중국에서 팔렸다. 올해 상반기에만 110만대가 팔리면서 103만대를 기록한 유럽을 제쳤다.

이에 중국 현지 업체를 비롯해 세계 1위인 테슬라 등의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시장을 꽉 잡고 있다. 현지업체 비야디(BYD)는 지난달 9만546대를 팔았으며, 테슬라도 3만2000여대를 판매했다. 특히 테슬라 '모델 Y'의 경우 수출 포함 2만3117대가 출하되며 기아 전체 판매량을 뛰어넘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차·기아의 중국시장 부진은 한한령이 촉발시킨 것은 맞지만 현지화 전략에 실패한 면도 있다"며 "중국 현지 자동차업체의 수준이 올라가는데 현대차·기아는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니면서도 차량 가격은 현지차보다 20~30% 비쌌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시장에 맞는 신차 투입 시기도 늦으면서 외면당했다"면서 "이제 제네시스를 투입하는 등 프리미엄 브랜드를 앞세운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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