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공포에 위드코로나 2단계 유보...살아나던 경기 '찬물'

머니투데이 세종=유선일 기자, 유효송 기자 2021.11.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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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 2021.11.29.[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2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 먹자골목이 한산한 모습. 2021.11.29.


우리나라의 코로나19(COVID-19) 확진자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에서 오미크론(Omicron) 변이까지 등장하면서 국내 경기 회복세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위드코로나 2단계로의 전환을 유보한 가운데 최근 사태가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자칫 정부의 4%대 성장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은 1200원선을 위협받고 있다.

오미크론, 살아나던 경기에 찬물…올해 4%대 성장 '빨간불'
29일 정부 등에 따르면 정부, 한국은행,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4%대로 전망하면서 공통적으로 '코로나 확산세'를 위험 요인으로 꼽았다. 코로나 확산세가 당초 예상보다 확대될 경우 올해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낮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하루 3000~4000명씩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고 오미크론 변이까지 등장하면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이 3%대에 머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성장률은 전분기 대비 0.3% 성장해 1분기 1.7%, 2분기 0.8%와 비교해 크게 낮았다. 올해 연간 4%대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4분기에 1% 이상 성장률이 나와야 한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 수는 지난 24일(0시 기준) 역대 최다인 4115명을 기록한 후 25일 3938명, 26일 3899명, 27일 4067명, 28일 3925명, 29일 3309명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 1일 방역체계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1단계로 전환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오미크론 공포'가 덮쳤다.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알파, 베타, 감마, 델타에 이어 다섯 번째 우려변이(Variant of Concern)로 지정했다. 우려변이는 기존 코로나 바이러스에 비해 전염성·치명성이 커 분석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바이러스를 뜻한다. 29일 현재 남아프리카공화국, 보츠와나, 영국, 독일 등 최소 15개국에서 오미크론 확진자가 나왔다. 이에 따라 한국, 미국, EU(유럽연합) 등 주요국은 남아공 인접 국가 등에 대한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등 오미크론 확산 차단에 나섰다.

정부는 이런 상황을 고려해 위드코로나 2단계로의 전환을 유보하기로 했다. 정부는 당초 위드코로나 1단계 시행 4주(시행)+2주(평가) 후인 12월 13일부터 2단계로 전환할 계획이었지만 시행 시기를 연기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를 주재해 "단계적 일상 회복 2단계 전환을 유보하면서 앞으로 4주간 특별방역대책을 시행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특별방역대책의 핵심은 백신 접종이라며 전 국민의 3차 접종을 강조했다.

정부가 위드코로나 2단계로 전환은 유보했지만 1단계를 계속 유지하기로 한 만큼 확진자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영향으로 생산·소비·투자 등 주요 내수 지표가 악화하면 4분기 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 여기에 오미크론 확산으로 한국의 주요 수출입 국가가 경제 봉쇄령을 내리거나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이 심화할 경우 우리 경제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경제전문가들도 최근 국내 코로나 확산세와 오미크론 등장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오미크론 발생은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요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다만 정부의 재정투입이 워낙 많아 올해 성장률 4%대 달성 자체는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 4%를 조정할 계획은 없지만 예상보다 코로나가 진정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은 인정했다. 허진욱 KDI 경제전망실 전망총괄은 "지난 11일 'KDI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했을 때 예상한 것보다 코로나 확산세가 강한 것 같다"면서 "다만 올해가 12월 한 달밖에 안 남아있다는 점에서 성장률 전망치를 조정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오미크론 발(發) 금융쇼크…원/달러 환율 1200원 넘본다

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환율이 전 거래일대비 0.30원 내린 1,193.00원을 나타내고 있다/사진=뉴스12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환율이 전 거래일대비 0.30원 내린 1,193.00원을 나타내고 있다/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악화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200원선을 넘길 수 있다면서도 수출 등 국내 펀더멘털(경제기초)이 강하게 뒷받침하고 있는 만큼 급격한 변동성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3원 내린 1193.0원으로 마감했다. 그러나 장중 한때 1196.10원까지 올라서며 지난달 13일(장중 최고점 1199.00원) 이후 한 달 여만에 최고 수준으로 뛰었다. 종가 기준으로 연간 최저점을 기록했던 지난 1월4일(1082.10원)과 비교하면 114원이나 올랐다.

올 하반기 들어 원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국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종가 기준 평균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 1145.14원에서 지난달 1181.87원으로 3.2% 상승했다.

최근에는 아프리카 보츠나와에서 처음 발견돼 유럽까지 확산된 신종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때문에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며 국제적으로 달러화 강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오미크론은 우세종인 델타변이 보다 2배 많은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네덜란드는 부분봉쇄에 들어갔고 영국은 다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 하는 등 방역 고삐를 죄고 있다. 이에 안전자산에 관심이 집중되며 상대적으로 원화 가치는 하락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미크론 사태가 악화될 경우 일시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오미크론에 대한 WHO(세계보건기구)의 판단이 나오지 않았지만 전파력 등이 위험한 정도라면 원/달러 환율은 1200원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화이자, 모더나 등 주요 백신 제조사가 오미크론 대응 백신을 내년 초에 접종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고 밝혔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하고 상황을 지켜보는 쪽으로 간다면 호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를 제외한 변수는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가능성 등이다. 다음달 FOMC(연방시장공개위원회)에서 오미크론 사태 등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당분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취하면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심리가 완화될 수 있다. 우리나라 수출과 경상수지 등이 꾸준히 호조를 보이고 있어 국내 위험 요인은 크지 않다는 점도 원화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요인이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원화의 민감도는 장기적 기준으로 볼 때 크지 않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서도 "내년에는 미 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와 고유가 지속 등 대외 여건이 원화의 변동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27.12포인트(0.92%) 하락한 2909.32로 마감했다. 지난달 6일 종가기준 2908.31 이후 최저치다. 코스닥지수는 13.55포인트(1.35%) 하락한 992.34포인트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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