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전 도중 유산균 먹는 억지 PPL 그만…"이제 대놓고 앞광고?"

머니투데이 차현아 기자 2021.11.2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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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K콘텐츠 발목잡는 PPL
⑤억지 PPL 대신 '브랜디드' 콘텐츠

편집자주 '간접광고'(PPL)는 K콘텐츠의 딜레마다. 극의 흐름을 다소 훼손하더라도 치솟는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선택해 왔던 고육책이다. 그러나 'PPL 프리' 제작환경을 보장하는 글로벌 OTT의 등장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이용자들은 유료로 구독하면서 광고까지 보길 원하지 않는다. 국내 PPL의 현주소와 개선책을 짚어본다.

한섬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웹드라마 '바이트 시스터즈'./사진=한섬한섬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웹드라마 '바이트 시스터즈'./사진=한섬


최근 웹드라마 '바이트 시스터즈'는 누적 조회수가 공개 11일만에 400만뷰를 넘었다. 일제강점기인 경성 시대부터 살고 있지만 인간을 믿지 않는 뱀파이어들의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 드라마다. 이 콘텐츠는 현대백화점 계열사인 한섬의 유튜브 채널인 '푸쳐핸썸(Put Your HANDSOME)'이 제작했다. 흡인력 있는 스토리 덕분에 매출 신장률은 웹 드라마 방영 이후 두 배 이상 늘었고, 배우들이 실제 입고 나온 청바지와 셔츠 등은 완판되기도 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이처럼 최근 기업들이 자체 제작한 '브랜디드 콘텐츠'가 눈길을 끈다. 브랜디드 콘텐츠는 스토리텔링 형식으로 상품을 홍보하는 광고 콘텐츠의 일종이다. 기존 방송 프로그램 제작 편성기준에 얽매이지 않고 상품 특성에 맞게 기업들이 스토리를 직접 구성할 수 있다보니 자연스러운 광고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주요 방송사 드라마들이 과도한 PPL(간접광고)로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를 해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최근 상품 가치를 살릴 수 있는 브랜디드 콘텐츠에 긍정적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웹드라마부터 예능까지..."과한 PPL 대신 차라리 브랜디드 콘텐츠"
바이트 시스터즈 이외에도 현대자동차의 웹드라마 '오늘부터 엔진 온(ON)' 역시 공개 12시간 만에 100만뷰를 기록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오늘부터 엔진 온'은 현대차 서비스 센터를 배경으로, 천부적 재능을 가진 차량정비사 차대현과 매니저 노유화의 로맨스를 담았다. 스토리가 진행되는 서비스 센터 내부에는 아이오닉5와 코나 등 현대자동차와 제네시스 주요 차종이 등장한다.
현대자동차의 웹드라마 '오늘부터 엔진온(ON)' 장면 갈무리. 브랜드 이름과 여러 자동차 모델이 등장한다. 현대자동차의 웹드라마 '오늘부터 엔진온(ON)' 장면 갈무리. 브랜드 이름과 여러 자동차 모델이 등장한다.
브랜디드 콘텐츠 형식도 각양각색이다. TV는 물론 모바일 환경에 익숙한 MZ세대(1980~2000년대 생)를 겨냥해 기업들이 드라마부터 예능, 다큐멘터리까지 장르를 넘나들며 색다른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형식을 파괴하는 것은 물론 유튜브나 자사 앱, 홈페이지 등에서도 콘텐츠를 널리 활용한다.

기아는 CJ ENM과 인물 다큐멘터리 '내가 가는 길은'을 제작해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유튜브 채널에 공개했다. 각 분야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의 성장 스토리를 다루는 컨셉으로, 지난 1월 공개된 동화작가 백희나 작가 편에서는 백 작가가 기아 K9을 타고 함백산 만항재 설원을 달리며 새 작품 작업을 위해 떠나는 여정이 그려졌다. GS25는 공식 유튜브 채널 '이리오너라'에 웹 예능 '못배운놈들'과 '용명2 5다 주웠다'를 매주 금요일마다 공개하고 있다. 개그맨 이용진과 김용명이 출연하는 예능 프로그램 컨셉으로 시청자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덕분에 '이리오너라' 전체 채널 구독자수도 80만을 돌파했다.
트로트 가수 이찬원이 출연한 GS25의 브랜디드 콘텐츠 '이리오너라'의 화면 갈무리트로트 가수 이찬원이 출연한 GS25의 브랜디드 콘텐츠 '이리오너라'의 화면 갈무리
브랜디드 콘텐츠의 인기가 역으로 방송 트렌드를 바꿔놓기도 한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PPL임을 대놓고 언급하면서 콘텐츠 효과를 높이고 있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재석과 조세호는 한 샌드위치 전문점에서 샌드위치를 먹으며 "세호야 입벌려. 제작비 들어간다"며 능청스럽게 PPL임을 언급하기도 했다. MBC '놀면뭐하니'에서도 프로그램 제작을 돕는 고마운 제품들이라며 대놓고 홍보한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브랜디드 콘텐츠는 기업이 만든 홍보 콘텐츠라도 잘만 만들면 시청자들에게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질 수 있고, 브랜드 자체 호감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짧은 콘텐츠 소비에 익숙한 젊은 소비자에게 소구하기 위한 기업들의 다양한 시도들이 늘어날 것"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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