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수사기관이지만 검찰과 공수처가 다른 게 이 부분이다. 검찰은 법무부장관의 지휘·감독을 받기 때문에 절대 독립적일 수 없다. 특히 이번 정부 들어 법무부장관의 수사 지휘가 잇따르면서 대검찰청은 정부조직법상 행정부 외청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새삼 확인됐다.
출범 300일을 넘긴 공수처의 현주소를 돌아보면 법률이 보장하는 권리에 맞게끔 의무를 다하고 있다고 선뜻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
공수처는 1호 사건으로 크게 봐 여권 인사라 할 수 있는 조희연 교육감의 해직교사 부당 특채 의혹을 다뤘다. 하지만 공수처법에 교육감은 기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수사 개시부터 논란이 있었다. 수사 128일 만에 조 교육감을 검찰에 넘기면서 기소를 요구했지만 검찰은 아직까지 반응을 하지 않고 있다.
특히 공수처는 비교적 최근 입건한 고발사주 의혹에 대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사건은 지난해 총선 직전 윤 전 총장이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에게 여권 관계자,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을 작성할 것을 지시하고, 손 전 정책관이 휘하 검사들에게 지시를 해 결국 고발장이 야당에 넘어갔다는 내용이다. 공수처는 기각되기는 했지만 손 전 정책관에 대해 '1호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도 했다. 또 현재까지 손 전 정책관을 2차례, 김웅 의원을 1차례 불러 조사했다. 집중적인 수사에도 아직 윤 전 총장의 지시를 보여주는 연결고리는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친여 인사와 관련된 사건은 공수처가 수사를 하고 있는지조차 의문이 들 정도로 조용하다. 공수처 초기 입건된 △이규원 검사 윤중천씨 허위 면담 보고서 작성 의혹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출국금지 수사 외압 의혹 등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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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공수처는 이성윤 고검장에 대한 '황제 소환' 논란으로 한차례 중립성에 상처를 입었다. 친여 성향의 검찰 지도부와 사전 교감을 통해 '하청감찰'을 진행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길게는 김영삼 정부때부터 제기된 공직자 수사 전담 기관 설립에 대한 요구가 결실이 돼 만들어진 공수처라는 점에서 지극히 경솔한 처사다. 개혁의 결과물인 공수처가 개혁의 대상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공수처는 법이 부여한, 그리고 사회가 요구하는 의무에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