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먹고 튀려는 모더나(?)…美정부 쏙 빼놓고 단독 특허권 신청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1.11.13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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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백신 핵심기술 단독개발" vs 미 국립보건원 "공동 개발"…
12조 정부 예산 무상 지원 받아 개발해 놓고 특허권 독차지 시도,
특허출원 결과 따라 美정부 권한 결정, 글로벌 백신 수급·가격 영향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사진=로이터모더나 코로나19 백신/사진=로이터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특허권은 누구의 것일까. 개발을 주도한 모더나가 독점해야 할까, 자금과 인력을 지원한 미국 정부의 몫도 있는 걸까.

미국 제약사 모더나와 미 정부 산하 국립보건원(NIH)은 코로나 백신 특허권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다. 모더나가 백신 개발에 공동 참여했던 NIH 과학자들을 뺀 채 단독으로 특허 신청에 나섰기 때문이다. 양측이 합의하지 않으면 모더나 백신 특허 출원을 둘러싼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최근 뉴욕타임스(NYT)는 모더나와 NIH가 코로나 백신의 핵심 요소를 개발한 공로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 지 등을 놓고 심각한 분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모더나는 백신 핵심기술을 자사 소속 과학자들이 독자적으로 발명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NIH는 공동으로 개발했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 분쟁이 어떻게 결론나느냐에 따라 모더나 백신 판매로 발생한 천문학적 이익 배분 뿐 아니라 장기인 생산·보급 방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NIH가 공동 특허권자로 인정받을 경우 미국 정부는 모더나와 협의 없이도 백신에 관한 권리를 통제할 수 있게 된다. 백신 제조와 가격, 지식재산권 면제 등을 미국 정부가 관리하는 만큼 글로벌 백신 수급 양상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한 미국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AFP한 미국 시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있다. /사진=AFP
NIH와 모더나는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기 전인 지난 4년 전부터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개발을 위해 협력해 왔으며, 지난해 말 최종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누가 핵심 기술 발명에 기여했느냐는 점에서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린다.

NIH는 존 매스콜라, 바니 그레이엄, 키즈메키아 코르벳 박사 등 소속 학자들이 모더나 소속 학자들과 함께 백신이 면역 반응을 일으키도록 자극하는 유전자 염기서열을 설계한 만큼 '주 특허 출원'란에 이름이 올라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모더나는 지난 7월 미 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하면서 NIH 과학자들을 제외한 채 소속 과학자 이름만 올렸다. 미 특허청에 제출한 문서에 NIH 과학자들을 지목해 "이 사람들은 공동 발명(co-invent)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대신 특허권 행사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부 특허 출원' 란에는 이들 과학자 이름을 명기했다.


모더나의 콜린 허시 대변인은 "NIH가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실질적인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하지만 오직 모더나의 학자들만이 백신을 디자인했기 때문에 NIH를 핵심 특허 출원에서 배제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허청은 특허 자체에 대한 허가 여부만을 결정하는 만큼 이 시점까지 양측이 합의하지 않으면 미국 정부는 소송을 진행할 지 여부를 정해야 한다.

수익에만 혈안, 정부 입김 안 먹혀…'모더나의 배신' 지적도
미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모더나 본사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이들은 개발 과정에 세금이 들어간 코로나 백신을 모더나가 과도한 이윤 추구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P=뉴시스 미국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9일(현지시간) 매사추세츠주 모더나 본사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이들은 개발 과정에 세금이 들어간 코로나 백신을 모더나가 과도한 이윤 추구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AP=뉴시스
뉴욕타임스는 조 바이든 행정부 안팎에서 모더나의 이같은 태도에 불만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모더나는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로부터 기술 개발 및 임상시험을 위해 14억달러, 백신 5억회분 생산 및 공급에 81억달러 등 총 100억달러(11조8000억원)를 지원받았다. 연방정부가 내년말까지 모더나 백신을 공급받기 위해 제공한 비용도 350억달러(41조2000억원)에 달한다.

모더나는 백신 지식재산권 유예, 저소득 국가 백신 공급 확대 등 미국 정부 요구에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특히 거액의 국민세금으로 백신을 개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면서 가난한 나라에 공급하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아 백신의 공공성이 결여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는 시민단체와 과학자들 사이에서 모더나가 정부를 배신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 백신 이전까지 시장에 단 한 번도 신약을 출시한 경험이 없는 모더나가 정부 예산과 NIH 도움으로 백신을 개발해 놓고 이익을 독점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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