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유럽의 성장엔진 V4와 한국의 넥스트 레벨을 위해

머니투데이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통상본부장 2021.11.12 0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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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유럽 4개국인 헝가리, 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가 결성한 지역협의체 'V4'는 헝가리 북부 비셰그라드라는 도시명에서 따온 말이다. 이들 4개국은 1991년 정치체제 변화 과정에서 지역이익을 대변하기 위해 협의체를 결성, 현재 각자 EU(유럽연합) 회원국이면서 동시에 'V4'라는 이름으로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미중갈등과 탄소중립에 따른 산업전환기와 맞물려 'V4'는 유럽의 성장엔진으로 불린다. 무엇보다 성장성, 시장접근성, 생산자원 조달 등에서 기업이 진출하기에 유리한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이들 지역의 연평균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3.8%로 EU 전체평균 2.3%를 크게 앞지른다. 시장접근성 면에서 'V4'는 EU의 교두보 역할도 한다. V4 지역에 대한 한국기업의 투자 규모는 누적 102억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EU 교역 대상으로 두번째다.



'V4' 지역에 대한 국내 기업의 투자는 30년 전 수교와 함께 시작됐다. 1989년 전자산업이 헝가리에 첫 투자를 시작해 2000년대 중반에는 자동차 관련 투자가 이어졌고 201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는 배터리 등 그린모빌리티 중심의 투자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세차례의 투자 흐름에서 한국기업의 투자증가율은 기간별로 연평균 150%에 이른다.

한국기업의 투자확대는 이들 지역의 GDP 성장과 고용증대, EU 그린딜 목표 달성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V4 지역의 고용 효과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약 1만2000명에 달한다. GDP 증가율 기여도는 연간 0.08%로 추정된다. 삼성, SK, LG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모두 진출한 비셰그라드 지역에서는 2025년 연간 배터리 생산 규모가 200GWh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V4' 지역에서 한국 기업이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친환경 자동차로 인한 탄소감축효과는 2030년 기준 226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EU전체 탄소저감목표 25억6000만톤의 1% 수준으로 수령 30년 소나무 8억4000만 그루의 삼림을 조성하는 것과 같은 효과다.



한국과 'V4'의 협력을 튼튼히 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많다. 첫째, 맞춤형 인력지원이다. EV, 전지분야의 우리기업의 투자확대와 발 맞춰 현지에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인력양성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우리기업의 수요에 맞춰 현지 대학에서 고급인력을 양성해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파이낸싱이다. 배터리와 자동차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산업이다. 개별 기업이 자체 자금으로 투자하려면 한계가 있을 수 있고 리스크도 크다. 현지 정부나 EU 차원의 정책자금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EU보조금 심의 문제가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셋째,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간 정책조율도 필수적이다. 경제특구나 산업단지 지정 같은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을 두고 지방정부가 엇박자를 낼 경우 기업만 곤혹스러울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외교적으로 지원해야 할 대목이다.

지난 3일 대한상공회의소 주최로 열린 '한-V4간 비즈니스포럼'은 한국과 V4간 열린 첫 경제인 행사였다. 이번 비즈니스 포럼을 계기로 한국-V4간 넥스트레벨 파트너십이 그린 모빌리티뿐 아니라, 친환경에너지, 디지털, 스마트인프라 건설 분야 등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우리 기업의 적극적인 도전과 이에 부합하는 정부 지원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V4와 한국이 친구가 되면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라는 어두운 터널도 함께 성장하고 발전하는 공간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통상본부장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통상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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