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18조 세금내야"…트위터 '황당 설문' 올린 진짜 이유

머니투데이 송지유 기자 2021.11.08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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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스톡옵션 행사하려면 150억달러 세금 마련해야,
어차피 팔아야 할 주식으로 '여론몰이' 한 셈…
시장에 미리 신호 줘 충격 방지, 정부 비판 목적도 달성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AFP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사진=AFP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자신의 테슬라 주식 매각 여부를 묻는 트위터 설문을 실시했는데, 이 결과와 관계 없이 주식을 매각해야 할 상황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내년 8월 만기인 스톡옵션의 행사를 앞두고 약 18조원의 세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을 처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7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CNBC는 여론 조사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머스크는 이번 분기에 테슬라 주식 수백만 주를 팔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12년 경영진 보상의 일부로 머스크가 테슬라 스톡옵션 2280만주를 받았는데 내년 이를 행사하려면 150억달러(17조9000억원)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스톡옵션을 부여받았을 당시 주가가 1주당 6.24달러였는데, 지난 5일 기준 테슬라 주가는 1222.09달러로 뛰어 머스크는 280억달러(33조2000억원)의 이익이 챙길 수 있게 됐다.



다만 옵션을 행사하려면 소득세를 지급해야 하는데 머스크는 월급이나 보너스를 현금으로 받지 않기 때문에 보유 주식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 미국에선 억만장자가 임금을 받으면 37%의 연방 소득세를 내야 하며 여기에 순 투자세금 3.8%가 더해진다. 또 현재는 머스크가 주소득세가 없는 텍사스로 거주지를 옮겼지만, 옵션 대부분이 캘리포니아에 거주할 당시 승인된 만큼 이곳 최고 세율인 13.3%가 추가로 더해진다.

주세율과 연방세율 등을 합하면 머스크는 스톡옵션 행사를 위해 54.1%, 150억달러의 세금을 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머스크는 이와 관련 "어느 회사에서도 현금으로 월급이나 보너스를 받지 않고 있다"며 "주식만 갖고 있어서 세금을 내려면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주식을 팔지 않으면 소득세를 낼 돈이 없다고 피력한 것이다. 지난 9월에도 "내년 만료되는 옵션들이 많기 때문에 4분기에는 주식을 처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자신의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 여부를 묻는 트위터 설문을 실시했다. /사진=AFP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최근 자신의 테슬라 주식 10%를 매각 여부를 묻는 트위터 설문을 실시했다. /사진=AFP
이미 시장 전문가들은 머스크가 주식을 처분할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CNBC는 전했다. 최고경영자들의 주식 매각 창구가 제한돼 있는 데다 머스크가 최대한 매각을 늦추고 싶어한 만큼 올 4분기부터 주식 처분이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는 것이다.


물론 주식을 팔지 않고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세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머스크는 이미 9200만주를 담보로 대출을 받은 만큼 추가 대출을 받을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미 주식 매각이 계획돼 있는 만큼 트위터 설문을 통해 개인투자자 등 시장에 시그널을 줘 매도 쇼크가 없도록 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도 있다. 미국 민주당이 추진 중인 부유세, 일명 '억만장자세' 도입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목적까지 달성했다는 견해도 있다.



어차피 주식을 팔아야 했는데 트위터에 설문조사를 올린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페이스북 전직 부사장 출신인 벤처 투자자 차마스 팔리하피티야는 트위터에 "우리는 트위터 사용자들의 동전 던지기에 수백억달러가 왔다 갔다 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비판했다. 조세도피처 연구의 권위자인 가브리엘 주크먼 UC버클리 경제학과 교수도 "세계 최고 부자가 트위터 여론조사에 의존하지 않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머스크는 지난 6일 오후부터 24시간 동안 '테슬라 지분 10% 팔까요'라는 내용의 트위터 설문을 실시했다. 이 조사에는 350여만명이 참여했으며 이중 57.9%가 '찬성', 42.1%가 '반대'라고 답했다. 올 상반기 기준 머스크가 보유한 테슬라 지분율은 23%로 총 1억7050만주다. 이 중 10%를 매각할 경우 지난 5일 마감가(1222.09달러) 기준으로 약 210억달러(24조9000억원)를 현금화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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