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평가의 핵심은 미래 경쟁력 강화"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1.09.24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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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장사 ESG 리스크 대해부]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소장 인터뷰

편집자주 깨진 독에 물을 계속 퍼넣어도 금세 새나가기 마련이다.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잘했던 성과들이 그만큼 퇴색된다. 머니투데이는 빅데이터·AI(인공지능) 기반 ESG 평가기관인 지속가능발전소와 함께 시가총액 상위 주요 종목들과 섹터별 주요 기업의 ESG 성과점수 순위 및 리스크 요인을 반영한 ESG 통합점수 순위를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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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사실 가장 중요한 건 평가 점수나 순위 자체가 아닙니다. ESG 평가는 변화하는 글로벌 경제 체제에서 살아남기 위해 현재의 회사 상태를 파악하는 것 뿐이죠. 이를 통해 발전 목표를 정하고 미래 경쟁력을 길러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윤덕찬 지속가능발전소 소장은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ESG 평가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할 필요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지속가능발전소는 AI(인공지능) 기반 ESG 평가 전문기관이다. 기업들이 공시 등을 통해 공개한 ESG 자료를 평가한 PA(성과점수)와 최근 1년간 뉴스를 통해 분석한 IA(리스크 점수)를 계산해 통합점수를 산출한다.



성과점수는 매년 9월에 사업보고서 등을 반영해 갱신된다. 올해는 성과점수를 포함한 전반적인 평가 기준을 개선하면서 변화가 있었다. 글로벌 경제 제도들이 바뀌고 있어 ESG 평가에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평가 제도에서 크게 바뀐 3가지는 △인더스트리 세분화 △평가 지표 추가 △업종별 정규화 작업(Normalization) 미적용이다.

기존 지속가능발전소는 상위 섹터 12개, 하위 인더스트리 27개로 산업을 분류했다. 이중 인더스트리를 33개로 확대했다. 특히 '금융 및 지주사' 인더스트리에 금융지주, 일반지주 등이 혼재돼 있었지만 △금융지주 △일반지주 △기타금융업 △보험업 △여신금융업 △은행 △증권 중개업으로 세분화했다.



윤 대표는 "기존 분류로는 증권사와 지주사가 같은 업종으로 분류돼 기관투자자들이 정보를 활용하는데 불편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U(유럽연합) 택소노미 등 글로벌 법령 개정에 따른 평가 지표도 추가했다. 총 49개의 데이터 포인트, 37개의 데이터 소스를 추가해 ESG평가를 다각화했다. 예를 들면 TCFD(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전담협의체), 환경·소비자·협력사 보호 인증 취득 여부 등이다.

이 경우 기업들이 평가점수를 높이기 위해 인증 취득에 골몰할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윤 대표는 "해당 업종에 꼭 필요한 인증 또는 글로벌 보편적인 인증을 기준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최근에는 제조업체 뿐 아니라 금융회사들도 환경경영체제 관련 국제표준인 'ISO 14000' 인증을 획득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설립하고 있는 ESG위원회에 대해서도 "데이터 포인트가 300~400개라서 ESG위원회가 단순이 있느냐 없느냐 만으로는 점수 차이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표는 "의사회 의장의 독립성, 임원보수의 적절성, 후보추천위원회 설치, 국세청, 공정거래위 등의 제재여부 등이 지배구조 평가에 여전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종별 가중치(weight)도 변경했다. 기존에는 평가 가중치의 차이가 금융·서비스와 비금융으로 양분화돼 있었다. SASB(미국 지속가능성 회계기준위원회) 기준을 적용해 업종에 따라 환경은 15~30%, 사회는 25~40%, 지배구조는 40~50%로 가중치를 조절했다.

각 업종 평균점수를 50으로 맞추는 정규화도 앞으로는 실시하지 않는다. 정규화 작업이 사라지면서 통합점수 상위 100대에는 금융 및 지주사, 소재 업종의 기업들이 늘어나게 됐다.

그동안에는 특정 업종이 우수한 성적을 받는 경향이 있다보니 타업종 간의 비교를 위한 통계적 수정작업으로서 정규화를 적용했다. 윤 대표는 "기업공개(IPO) 등으로 평가 대상 기업이 늘어나고 있는데 그때마다 업종 평균을 맞추기 위해 정규화를 적용하면 점수가 자주 바뀐다"며 "(정규화가) 꼭 긍정적이지는 않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신규 상장 기업들의 ESG평가는 내년쯤 이뤄질 전망이다. 올해는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현대중공업 등 대어들이 잇따라 상장하면서 올해 IPO 공모금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표는 "상장 이전부터 지속가능보고서 등을 통해 평가 가능한 데이터가 공개된다면 상장과 함께 평가가 가능하다"면서도 "아직까지 해당되는 기업은 없다"고 밝혔다. 다만 상장 준비를 위해 ESG 평가를 의뢰하는 사례는 늘었다고 귀띔했다. IPO 전부터 ESG 리스크 개선을 위해 고민하는 모습이다.

윤 대표는 "ESG를 통해 경영 위험만 보는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개선을 고민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ESG 평가가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자본을 투자받기 위한 기준이었다면 올해부터는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탄소중립이 중요해지면서 2030년, 2050년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 경쟁력을 갖출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며 "기업 경영자들이 이를 이해하고 ESG 평가를 활용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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