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희 동생 "백건우와 딸이 연락 제한"…'PD수첩' 취재도 거부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2021.09.08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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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윤정희와 피아니스트 백건우 부부의 2016년 모습./사진=김창현 기자배우 윤정희와 피아니스트 백건우 부부의 2016년 모습./사진=김창현 기자


피아니스트 백건우(75)가 아내인 배우 윤정희(77)의 알츠하이머 증상이 악화되자 연락을 피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7일 방송된 MBC 'PD수첩'은 윤정희를 둘러싼 백건우 부녀의 방치 논란을 다뤘다. 이날 방송에 따르면 윤정희의 넷째 동생은 "누나를 구해주세요"라며 제작진에 연락을 취했다. 그는 "형제들이 걱정돼서 다 잠을 못 잔다"며 "매형(백건우)에게 연락해도 누나의 위치를 알려주지도, 만나지도 못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1960년대 큰 인기를 얻은 배우 윤정희는 2017년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았다. 프랑스에 있던 윤정희는 2019년 1월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급히 귀국했지만 백건우는 연주 일정을 이유로 장모의 빈소를 찾지 않았다고 한다.



윤정희는 단기기억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며 하루에도 수십번 남편 백건우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백건우는 윤정희의 여동생에게 피곤을 호소하며 연락을 피했다는 것이다.

윤정희의 여동생은 "백건우가 전화해서 '나는 언니를 안 보겠다'고 했다"며 "언니가 자기 얘기 물어보면 자기를 생각나지 않게 하라고 하더라"고 주장했다.



한국에서 윤정희가 머물 요양시설을 두고도 그의 동생들과 백건우의 의견이 엇갈렸다. 백건우는 6인 시설을 주장했고, 동생들은 윤정희의 재산이 충분하기 때문에 더 좋은 요양시설을 가야한다는 입장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중 백건우와 딸이 윤정희의 동생 집으로 들이닥쳐 아무 설명 없이 윤정희를 프랑스로 데려갔다고 한다. 급하게 떠나는 바람에 윤정희는 즐겨 쓰던 가방도, 먹던 치매 약도 놓고 갔다는 주장이다.

윤정희의 동생들은 이후 프랑스 성년후견인으로 윤정희의 딸이 지정됐고 2년 동안 윤정희를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동생들은 윤정희의 공동후견인을 신청했지만 프랑스 법원은 딸의 손을 들어주며 한 후견협회를 공동후견인으로 결정했다고 한다. 현재 딸은 한국 법원에도 어머니에 대한 성년 후견인 자격을 신청했다.


윤정희의 동생들은 윤정희의 딸이 후견인이 된 후 윤정희와의 연락을 제한하고 있다며 한달에 한번만 연락을 허용하고 이것도 2주 전에 협의가 돼야 가능하며 우편마저 반송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백건우는 'PD수첩' 제작진에 "어쨌든 딸이 법적 보호자니까 그쪽에서 한마디 하는 것은 맞는 거다"면서 "(후견인을) 본래는 나하고 우리 딸이 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했다.

백건우와 윤정희의 딸은 'PD수첩'에 윤정희 방치 논란에 대해 "제대로 된 세상이라면 사람들이 진실을 보도할 거다. 논란을 키우고 싶지 않다. 저도 한가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집에 오시는 것 절대 안된다. 아픈 사람을 성가시게 하는 것이다. 제가 보호해 드리고 있다"고 했다.

'PD수첩' 제작진은 윤정희가 제대로 보호받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파리 근교에 있는 윤정희의 집 근처에서 윤정희의 집을 찾는 간병인이 있는지 지켜봤다. 그러나 세입자 외에는 윤정희의 집에 들어가는 사람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제작진은 윤정희의 집을 찾았지만 안에서는 "이분은 휴식이 필요하다. 쉬게 해달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한편, 지난 2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외부와 단절된 채 하루하루 스러져가는 영화배우를 구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윤정희의 동생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윤정희가 배우자와 딸의 방치 속에 파리 외곽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홀로 투병 중이라고 주장했다.

방치 논란에 대해 백건우는 지난 8월3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릴 일이 아니었다"며 "법적 해결에는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지만, 잘 판단해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해명했다.

또 바이올리니스트인 딸 백진희(44)와 현지 간병인 4~5명이 돌아가면서 윤정희를 돌보고 있다며 "함께 잠자며 간병하고 음식 챙기고, 청소까지 하는 건 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며 "나무와 호수가 보이는 파리 근교 뱅센에 집을 구했는데, 아내가 무릎이 좋지 않아 거동이 쉽잖은 점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내가 기억력이 희미해지면서도 의상 준비와 스케줄 관리까지 모두 챙겼던 습관은 강하게 남아 있었다"며 "요즘은 그 기억마저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생일이나 시간, 상황과 장소를 잘 알아보지 못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윤정희와 백건우는 1967년 결혼했다. 윤정희는 작품 330여편에 출연했고, 대종상 여우주연상 등 24차례에 걸쳐 각종 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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