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100조 '무한 확장' 카카오…컨트롤타워가 안보인다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2021.09.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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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성장통 앓는 카카오, 2.0 전략 필요하다-①

편집자주 카카오는 우리 일상에서 매순간 접하는 국민기업이다. 그런데 최근 카카오 앞에 최근 '갈등', '잡음' 급기야 '갑질'이라는 부정적 수식어가 붙고있다. 코로나의 반사효과로 가파른 성장을 이뤘지만 이 과정에서 숨고르기나 사회적 조율은 생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스타트업 집단의 틀에서 벗어나 거대 그룹사로 변모한 카카오가 우리 사회와 공존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한다.

시총 100조 '무한 확장' 카카오…컨트롤타워가 안보인다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어느덧 훌쩍 커버린 카카오 (35,600원 ▲250 +0.71%)가 '성장통'을 앓고 있다. 일부 계열사들이 최근 거침없는 수익화로 갑질 이미지가 쌓인데 더해 계열사 별로 중구난방식 행보를 보여서다. 고속성장을 뒷받침하던 계열사별 독립 경영 체제가 거대 공룡이된 카카오의 발목을 잡고있다는 분석이다.

5일 카카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카카오 계열사는 해외 법인을 포함해 158개다. 불과 5년 전인 2016년말 70개에서 2배 이상, 카카오가 다음과 합병한 2014년말 36개에서 4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시가총액 기준으로 카카오 공동체의 위엄은 더욱 체감된다. 지난달 카카오, 카카오뱅크 (21,400원 ▲450 +2.15%), 카카오게임즈 (17,220원 ▲320 +1.89%) 등 공동체 시총이 100조원을 넘긴 가운데 '대어급' 카카오페이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굴지 기업집단에 버금간다. 카카오는 월간활성이용자(MAU)가 4600만명에 달하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네트워크 효과에 힘입어 모빌리티와 금융, 콘텐츠 등에서 혁신을 일으키며 불과 10년만에 국민기업 반열에 올랐다.



'갑질', '문어발' 이미지 쌓여가는 카카오 브랜드
카카오T 택시 / 사진=뉴스1   카카오T 택시 / 사진=뉴스1
그런데 올들어 카카오를 둘러싼 잡음이 불거지기 시작했다. 무료로 이용자를 끌어모아 시장을 장악한 뒤, 수익화를 추진하는 카카오식 패턴이 노골화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카카오모빌리티다. 지난달 초 승객을 대상으로 최대 8800원에 달하는 호출 요금제를 선보였다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은 뒤 철회했다. 그런데 당초 사회적 파장이 큰 요금 인상을 카카오모빌리티가 독자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카카오 그룹 전체에 부정적 여파를 미칠 수 있는 사안임에도 본사와의 소통이 부재했던 것이다. 1조원 넘는 투자유치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기업공개(IPO) 압박이 커지자 무리한 수익화에 나섰다는 평가다.



각 계열사가 독자행보에 나서면서 '갑질', '문어발'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덧씌워지고 있다. 미용실 예약, 영어교육, 대리운전, 스크린골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카카오 브랜드 프리미엄을 앞세우는 과정에서 기존 산업과의 마찰, 갈등의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카카오 본사에서도 뒷말이 나오고 있다. 여전히 스타트업 집단형태의 느슨한 공동체 구조로, 사전에 주요 의사결정을 조율하는 창구나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은 모양새다. 각 계열사가 철저히 독립 경영 체제를 유지하는 탓이다.

카카오 키운 '100인의 CEO', 덩치 커지자 '잡음' 배경으로
시총 100조 '무한 확장' 카카오…컨트롤타워가 안보인다
이같은 불협화음은 앞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상장 추진당시에도 드러난 바 있다. 두 계열사가 상장 예비심사를 약 일주일 차이로 통과해 사전 조율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일반적인 대기업 계열사는 익스포저(위험노출)을 우려해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상장에 간격을 둔다. 동시다발 IPO를 진행하면서 예심청구 순서나 주관사 선점을 놓고 양사간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는 후문이다. 카카오 계열사들이 거대 사모펀드의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본사보다는 2, 3대 주주인 FI 들의 눈치와 입김에 더 휘둘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IT(정보기술) 업계 관계자는 "주요 의사결정을 사전에 공유하고 조율하는 대기업이었다면 상상도 못할 상황"이라며 "결국 카카오 계열사끼리 악영향을 줄 수도 있는 상황인데, 전략적 의사결정이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각자도생' 158개 계열사 관리 어떻게? 컨트롤타워 필요성↑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모습. / 사진=뉴스1  서울 용산구 카카오뱅크 서울오피스 모습. / 사진=뉴스1
이는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의 '100인의 CEO(경영인)'를 양성하겠다는 경영철학과 맞닿아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 의장은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구조 대신 각 CEO에 일정지분을 보장하고 자율성과 독립 경영권을 부여했다. 이는 창의적이고 민첩한 의사결정으로 신사업을 빠르게 키우는 원동력이 됐다.



반면 업계에서는 최근 카카오 계열사가 지나치게 각자도생에 몰두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카카오는 2017년 계열사 간 시너지를 높이고 본사와 원활한 협업체계를 위해 '공동체성장센터'를 설립했지만, 이사회의 사무처 수준에 그치는 등 실효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그룹 차원의 조율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은 잠재적으로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며 "지금이야 혁신을 빠르게 추진해야 한다는 상황에 가려져 있지만, 그룹이 커지면 각 계열사의 이해관계가 점차 부딪히고 충돌하기 시작해 상당히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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