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낳자"며 법까지 고친 인구대국 中, 그옆 그림자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정혜인 기자 2021.08.29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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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보기] 중국의 '3자녀' 허용 (종합)

편집자주 '점(dot)'처럼 작더라도 의미 있는 나라밖 소식에 '돋보기'를 대봅니다

/사진=AFP/사진=AFP


지난 20일 중국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 상무위원회 제30차 회의에서는 '셋째 아이' 출산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인구 및 가족계획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40여년 전 "혁명을 위해 늦게 결혼하고 계획출산을 합시다!"라는 구호를 외쳤던 중국이 180도 바뀐 것이다. 지난 2015년 '두 자녀'를 허용하며 변화 수순을 밟았지만, 14억 인구 대국 중국은 이제 인구 감소를 본격적으로 걱정한다.

하지만 이번 법률 개정에 대한 현지 반응이 좋지만은 않다. 출산 정책에는 그림자가 남아 있다.



많이 낳으면 내야 하는 '벌금'도 사라졌다
1980년대 중국 가족계획법 홍보 포스터1980년대 중국 가족계획법 홍보 포스터
중국 정부는 이번에 산아 제한을 위해 1979년 도입한 일종의 벌금 '사회부양비'도 폐지했다. 이 때문에 이번 법 개정이 사실상 4명 이상 낳아도 되는 산아 제한 해제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또 개정법에는 재정, 세금, 보험, 교육, 주택, 고용 관련 지원을 통해 정부가 국민의 출산과 양육 및 교육 부담을 경감토록 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중국 국무원 발표에 따르면 중국 인구는 14억1178만명. 공식적으로 인구 수 2위 인도와 1억명 정도 차이가 난다. 그럼에도 '출산 장려'에 박차를 가하는 배경엔 인구 노화가 있다.

중국의 생산가능인구 비중은 최근 10년간 10%포인트(P) 가까이 감소했다. 지난해 기준 인구 12.57%인 1억7600만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고령화 사회다. 이 비율이 14% 이상이면 고령사회, 20%가 넘으면 초고령사회라고 부른다. 반면 지난해 신생아 수는 1200만명으로 1년 전(1460만명)보다 18%나 줄었다.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1.3이다. OECD 회원국 중 꼴찌인 우리나라(0.84)보단 높지만, 인도(2.3)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다.

수십 년에 걸친 산아 제한 정책에 더불어 청년들의 결혼·출산은 높아진 생활비 수준으로 인해 늦춰지거나 이뤄지지 않는다. 경제학자들은 상황 변화가 없다면 세계 2위 경제대국인 중국의 생산성이 크게 저하될 걸로 본다. 4년 뒤(2025년) 중국의 60세 이상 인구는 3억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데, 급격한 고령화로 연금 시스템은 과부하가 걸리고 노동 생산성은 떨어질 거란 것이다.


중국 정부는 육아 지원에 여성에 대한 근로 차별 개선에도 나섰다. 전인대는 2025년까지 적극적인 출산 지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산전·산후 보육 서비스 수준을 개선하며, 공공 어린이집을 늘리는 장려책을 내놨다. 또 일부 지역에서 육아휴직 제도를 시행하는 것을 국가적으로 지지한다고 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정부는 사교육을 사실상 금지시키는 등 교육 비용을 줄이려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젊은층 반응은, 글쎄…
중국 정부의 '인구 늘리기' 정책에 현지 소셜미디어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왔지만 젊은층의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사회부양비 폐지의) 다음 단계는 독신자에 대한 세금 부과인 것 아니냐"거나 "일단 남자친구부터 찾은 다음에 해볼 이야기" 등의 반응이 나왔다.



돈 문제로 다자녀가 불가능하다는 반응도 있다. 또한 '출산 장려' 분위기가 여성들에게 사회적 압박을 줄 수 있고, 고용시장에서 더 불리해질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한 네티즌은 "애가 4명이면 직장 경험도 없고, 자기 인생도 없다. 임신 중이 아니어도 늘 아이를 안고 있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다른 논란거리도 있다.

/사진=바이두 캡처/사진=바이두 캡처
다시 주목받는 미혼의 난자냉동 금지
다자녀 허용으로 다시 주목받는 것은 미혼여성의 난자 냉동 금지다. 27일 현재 웨이보에서는 난자 냉동에 대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특히 미국, 홍콩 등으로의 `원정 냉동`을 논의하며 정부의 정책을 지적하고 있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2000년 초부터 미혼 여성의 `보조생식기술` 사용을 금지하고 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올해 1월 인민대표대회 일부 의원의 `미혼 여성의 출산 보조 기술권 부여 및 여성의 출산 평등권 보장 제안`에 대한 답변에서 난소에서 난자를 채취하는 것은 `수술`에 해당해 여성의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의학적 위험성이 있다고 했다. 또 냉동된 난자가 상업적으로 이용되고, 대리모가 급증한다며 윤리적 문제도 언급했다.

이러한 규제는 성차별 논란으로도 연결된다. 남성에겐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정자를 냉동할 수 있는 권리를 줬기 때문이다.

인구경제학자인 리앙지엔장은 "중국 대도시의 고학력·고소득 여성들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여성들을 위한 난자 냉동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국 미혼 여성들은 정부의 규제를 피해 높은 비용을 감당하면서까지 해외 난자 냉동에도 나선다.

홍콩에서 개인 불임클리닉을 운영하는 위니최는 지난 21일 CNN과 인터뷰에서 "클리닉의 난자 냉동 고객의 약 3분의 1이 중국 본토에서 온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홍콩법상 미혼 여성의 난자 사용은 금지되지만 난자 냉동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난자 냉동을 원하는 중국인 고객과 미국 불임클리닉을 연결해주는 상하이의 의료관광 에이전시 IVF USA는 중국 여성들이 난자채취 및 보관 등에 최대 4만달러(약 4680만원)까지 내며 원정 냉동에 나서고 있다고 CNN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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