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시대의 루저 '아마존화 되다'의 진실

머니투데이 최재홍 강릉원주대학교 멀티미디어공학과 교수 2021.08.20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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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


'아마존화되다'(To be Amazoned)는 아마존이 당신의 업계에 진출했기 때문에 당신은 망할 수 있다는 공포를 담은 표현이다. 토이저러스가 폐업했고, 미국 전국 서점 2등이던 보더스가 문을 닫았으며, 130여년 역사의 백화점 시어스가 파산하는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유통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대폭 축소됐다.

당시 아마존 CEO(최고경영자)였던 제프 베조스는 "치타가 가젤을 추격하듯 시장에 접근한다"며 몰락하는 소매·유통기업을 가젤에 비교해 공분까지 샀다. 모든 백화점이나 유통판매점은 '쇼루밍'(Show Rooming)이 극성을 부려 대부분 매장은 아마존의 전시장으로 불렸다. 때문에 모든 언론이나 분석가들이 "아마존화되다"(To be Amazoned)를 외치면서 "아마존의 끝없는 식욕이 미국 경제에 악몽이 되고 있다"는 악평이 이어졌다.



다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과연 그러한가를 우리는 의문을 품어야 한다. 소프트웨어가 없으면 망하는 시대에 이들이 디지털과 소프트웨어의 루저였기 때문은 아닌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분석가들은 토이저러스가 계약을 잘못했고, 온라인몰 구축이 늦었으며, 부모들은 집에서 물건받기를 선호했고, 아이들의 감소에 대비하지 못한 것도 큰 원인으로 지목한다. 보더스 또한 마찬가지로 책방은 더이상 책을 파는 곳이 아니며 고객에게 제시할 만한 서비스와 소프트웨어가 없어 디지털 시대에 사라져간 것이다. 결국 '아마존화되다'(To be Amazoned)는 아마존으로 인해 망가진 기업들이 공통으로 내세웠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그러한 영향은 오히려 더 미미한 것으로 보인다.

만일 그것이 옳다면 유명 신발 유통브랜드 페이리스슈소스가 망한 것처럼, 토니 셰이가 만든 온라인 신발가게 자포스도 한참 전에 망했어야 한다. 또한 오프라인 전자제품 유통기업 이베이도 오래전에 같은 처지였어야 옳다. 가장 핵심적인 유통기업이기 때문이며 가장 많이 팔리는 전자제품 시장을 아마존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의류는 온라인에서도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임에도 오프라인 남성의류 기업 보노보스는 현재도 승승장구한다.



많은 기업이 아마존의 영역임에도 여전히 살아있고 잘나간다. 자포스는 아마존에 인수·합병까지 됐고, 이베이는 아마존과 같은 가격에 제품 컨설팅까지 해주고, 전문가가 배송해주고 알려줘 우수고객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두고두고 오래 쓰이고 전해질 전략이다"라며 이베이의 이러한 전략에 찬사를 보냈다.

남성의류에서 보노보스는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상품을 팔지 않으면서 1대1 상담만 하고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면서 옷을 세일하는 것이다. 어찌보면 아마존을 극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아마존이 가지지 못한 것을 고객들에게 보여준 것이다.

한마디로 '아마존화되다'(To be Amazoned)는 많은 기업의 시장을 집어삼키고, 경영위기로 몰며, 해당 기업의 직원들을 거리로 몰아내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다.


디지털 시대가 왔고, 공급자에서 고객들의 성향이 중요해지며, 맞춤 추천이어야 하고, 더욱 저렴하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며, 스스로 개선하고 자구노력을 하는 것과 시대의 변화에 적응을 게을리한 결과적 용어가 바로 '아마존화되다'(To be Amazoned)인 것이다. 어떤 분석가는 아마존은 호기심의 대상에서 두려움의 대상으로 바뀌었다고 이야기하는데 나는 이야기를 달리하고 싶다. 두려움의 대상은 아마존이 아니라 변하지 않는 자기 자신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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