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할인보단 1+1이지"…나도 혹시 '조삼모사' 고객? [똑소리]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21.08.08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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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은의 '똑소리'] 소비자 대부분 '직관'에 의존해 구매 결정…'할인'보다 '덤' 줄 때 만족감 더 높아

편집자주 똑똑한 소비자 리포트, '똑소리'는 소비자의 눈과 귀, 입이 되어 유통가 구석구석을 톺아보는 코너입니다. 유통분야의 크고 작은 이야기들을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아 재미있게 전달하겠습니다. 똑소리나는 소비생활, 시작해볼까요.

/사진=이미지투데이/사진=이미지투데이


"50% 할인보단 1+1이지"…나도 혹시 '조삼모사' 고객? [똑소리]
퇴근 후 '간단히' 안주거리를 구매하기 위해 편의점을 들르면 결국은 '간단히' 나오지 못한다. 1+1이나 2+1 상품들 때문이다. 하나만 사려했는데 해당 상품이 2+1 행사 중이라면 끝내 2개를 사게 된다. 덤으로 1개를 더 받고자해서다. 구입할 생각이 없던 품목인데 1+1 행사 상품이라 급작스레 구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얼마 전 산책을 하다가 '동네 마트'에서 과일, 해산물, 정육, 과자 등 상품들을 30~50% 내외의 특가로 판매하는 걸 봤다. 주변 대형마트의 할인 공세가 격해지면서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보고자 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나는 분명 1+1이나 2+1 등 저렴한 가격에 끌리는 소비자인데 30~50%의 할인율에도 선뜻 해당 마트로 발길이 향하지 않았다. 편의점보다 마트에서 파는 상품의 가격이 훨씬 저렴한 데도 말이다.



문득 몇 달 전 한 대형마트의 MD(상품기획자)와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그는 당시 내게 재미있는 이야길 해준다며 "50% 할인과 1+1 상품 중 어떤 걸 사시겠어요?"라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50%죠"라며 "1개를 산다고 칠 경우 제가 내는 돈이 반값인데요"라고 했다. 그러자 그는 웃으며 "분명 실제 상황에선 다를 걸요?"라고 답했다.

그는 이어 "딱히 통계는 없지만, MD들끼리 하는 이야기가 있어요. '50%보단 1+1일 경우 소비자가 선호하고 더 많이 구입한다'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상품에 30~50% 등 많은 할인율을 먹여서 상품을 팔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이 상품에 하자 있는 것 아니냐'고 의심할 때도 있어요"라며 "'조삼모사'이긴 하지만, 할인이 아니라 덤을 주는 행사를 해야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많이 사갑니다"라고 했다.



그의 이야기가 떠오르며 문득 나 역시 '조삼모사' 소비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30~50% 할인상품에는 끌리지 않고, 1+1이나 2+1 등의 행사상품엔 지갑이 마구 열리기 때문이다.

 4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2021.08.04. kch0523@newsis.com 뉴시스 4일 오후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2021.08.04. [email protected] 뉴시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같은 소비 패턴은 실제 거의 대부분의 소비자들에 나타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분명 1+1보단 50%가 절반의 가격만 지불하면 되므로 소비자들에게 더 이득이고, 특히 2+1의 경우는 1개만 구입하는 게 더 이득일 수도 있는데 굳이 소비자는 N+N상품을 구입한다"며 입을 열었다.

그는 "소비자는 심리적으로 같은 상황에서 '덤을 준다'는 상황을 심리적으로 더 좋게 받아들인다"며 "단순히 값을 깎아주는 것보다 '뭔가를 더 준다'는 게 더 강력하게 와닿기에 비슷한 할인율이어도 N+N 상품을 더 선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정률 할인에 비해 할인 폭이 더 적은 상황이더라도 소비자는 N+N을 선호한다고도 했다. 이는 소비자가 직관에 의존해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는 "소비자들은 대부분 면밀히 가격 계산을 하지 않고, 느낌으로 구매를 결정한다"며 예시를 들었다. 즉 볼펜을 한 자루에 300원에 팔 경우 잘 팔리지 않는데, 같은 볼펜을 '3개 1000원'이라고 하면 날개 돋친 듯 팔린다는 것이다. 분명 후자의 볼펜 가격은 자루 당 333원을 웃돌아 더 비싼 데도, 단순히 직관적으로 '1000원에 3개나 준다고?'하는 식으로 더 저렴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소비자가 몰린다.

유통가는 이같은 이유들 때문에 정률 할인행사보다 N+N 할인행사를 더 자주 연다. 이밖에도 유통사 입장에선 여타 이유들 때문에 N+N 행사가 더 이득이다. 특히 재고관리나 매출증진 측면에서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어떤 제품을 100만개를 팔아야한다고 가정하면, 1+1 행사시엔 사실은 50만개만 판매하면 되지만 50%행사는 진짜 100만개를 팔아야한다"면서 "판매량 증진, 매출 증진 측면에서 볼 때 유통사 입장에선 무조건 1+1 행사가 더 이득이다"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간편식을 고르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2021.7.23/뉴스1  23일 오후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간편식을 고르고 있다.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2021.7.23/뉴스1
보통 할인 행사 상품의 경우 대부분 제조사 요청에 따라 진행된다. 예컨대 제조사가 해당 상품을 이달까지만 팔고 그만 팔기로 결정한 경우, 창고에 쌓아둔 원재료를 빨리 소진하기 위해 할인행사를 추진한다. 창고 보관시엔 보관료가 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50% 행사 때보다 더 많은 물량을 판매할 수 있는 1+1 행사를 진행한다. 혹은 대형마트가 저렴한 가격에 판매를 하기 위해 제조사나 산지에서 상품을 대량으로 매입해왔는데, 창고에 자리가 꽉 찬 경우 등에도 이 같은 행사를 진행한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앞으로도 1+1이나 2+1 등 N+N 프로모션 위주로 전개될 것 같다"며 "큰 할인율을 가진 상품이어도 상품력에는 문제가 없으니 믿고 사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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