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시다 나와서 운전…다시 술집 돌아와 음주…음주운전 아닌 이유

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2021.08.08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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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술자리 도중 빠져나와 차를 몬 뒤 다시 술집으로 돌아와 술을 마신 남성이 항소심에서도 음주운전 무죄를 선고받았다. 술집에서 나왔더라도 술을 마신 사실을 증명할 수 없다면 음주상태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춘천지법 형사2부(부장판사 진원두)는 최근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으로 기소된 A씨의 항소심에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A씨는 2019년 9월 새벽 혈중알코올농도 0.122%의 술에 취한 상태로 춘천시 한 주점 앞 도로에서 출발해 약 17분간 운전한 뒤 다시 주점으로 돌아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재판에서 당시 술을 마시지 않은 상태로 주점에서 나와 차량을 운전했고, 일행을 태워 주점으로 돌아온 뒤 소주 3잔 정도를 마셨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A씨 혈중알코올농도는 A씨가 주점으로 돌아온 후 20분 뒤에 측정한 결과였다.



이 사건은 목격자 B씨의 신고가 발단이 됐다. A씨와 같은 주점에서 술을 마시다 담배를 피러 나온 B씨는 옆 테이블에 있던 A씨가 차량을 운전해 나가는 것을 보고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B씨는 경찰 진술에서 "A씨가 옆 테이블에서 술을 마셨고 운전하기 전 비틀거리는 등 딱 봐도 술에 취해 있어 경찰에 신고했다"며 "A씨가 돌아온 후 1, 2분 뒤에 경찰이 도착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B씨는 법정에서 "A씨가 술을 마시는 것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진술을 번복했다. B씨는 "A씨와 사이가 좋지 않은 지인과 담배를 피던 중 지인이 'A씨가 술을 먹었으니 대신 신고해달라'고 했다"며 "처음 A씨를 봤을 땐 살짝 비틀 거리는 것 같아 음주운전이라고 확신했으나 A씨가 계속 비틀거리지는 않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CCTV에도 A씨가 비틀거리며 걷는 모습이 찍히지 않았다.

법원은 "B씨의 법정 진술 및 증거들에 비춰볼 때, B씨의 경찰 진술은 스스로의 단순한 추측 내지 A씨와 사이가 안 좋은 상태였던 지인의 말에 근거한 것으로 보이므로 이를 믿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 주장과 관련해서도 "경찰관이 A씨에게 입을 헹구게 한 뒤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한 결과 수치가 0.122%로 측정됐고 당시 A씨의 언행이나 보행 상태, 혈색 등으로 보아 A씨가 술을 마신 것으로 추정된다는 취지에 지나지 않는다"며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운전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 주장대로 운전 후 주점으로 돌아와 술을 마셨다면 최종 음주시로부터 호흡측정시까지의 시간은 20분 미만으로 제대로 소화되지 않은 알코올이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0.122%로 측정된 것만으로 A씨의 주장이 거짓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원은 "이 사건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현장 CCTV 영상, 목격자의 진술, 112 신고 사건처리표 등 증거를 종합할 때 '운전 이후 술을 마셨다'는 A씨 주장을 믿기 어렵다며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에 대한 입증책임은 검사에게 있고 유죄 인정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확실한 증명력을 가진 증거에 의해야 한다"며 검찰의 항소를 기각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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