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계속 높고 성장폭은 줄어? 美 실질금리 역대 최저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21.07.2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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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DC의 연준 청사 /사진=블룸버그워싱턴DC의 연준 청사 /사진=블룸버그


인플레이션 영향을 뺀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역대 저점으로 떨어졌다. 세계 경제 회복 낙관론이 줄어든 게 이 같은 시장 흐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10년 만기 국채의 실질금리는 26일(현지시간)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10년 만기 물가연동국채(TIPS) 금리로 추산하는 미 10년만기 국채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1.127%로 떨어진 것이다. 미국만이 아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실질금리(10년 만기 스왑금리 기준)도 역대 최저인 -1.65%를 기록했다.



실질금리는 명목금리에서 인플레이션의 영향을 뺀 금리다. 연초까지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커지며 명목금리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지만, 최근엔 명목금리가 급락하는 동안 인플레이션 기대는 더디게 약화하면서 이런 결과가 발생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의 명목금리는 이번 달 들어 급격히 하락하다 이날 1.29%로 전 거래일 수준을 기록했다. 3월 고점 1.7% 대비 큰 폭으로 하락한 수준이다. 반면 시장의 향후 10년간 인플레이션 기대를 나타내는 10년물 브레이크이븐레이트는 이날 2.33%로, 5월 2.5% 대비로는 낮으나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인플레이션 목표(2%)보다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마이너스 실질금리가 시장에 던지는 함의는 크다. 연기금이나 장기 투자자들에게는 부정적이다. 동시에 채권보다 더 높은 실질수익률을 제공하는 다른 자산군에는 자금이 더 흘러 들어갈 유인이 된다. 지난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지면서 주식에서 금까지 모든 자산군이 랠리를 펼친 게 가까운 실례다.

이 같은 시장의 움직임을 해석하기 위해 애널리스트들은 세계 경제가 연초 예상한 것보다 더디게 회복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했을 가능성을 꼽는다. 델타 바이러스 확산으로 세계 경제 회복세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더뎌질 수 있고, 미국의 성장률도 2분기에 정점을 찍었다는 전망 등이다.

이런 시장 심리는 '안전자산' 미국 국채 및 주요국 국채 수요를 늘리고,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의 명목금리를 끌어 내린다. 미 국채 금리가 상승할 거란 전망이 어긋나자 금리 인상에 베팅했던 투자자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금리 하락 옵션을 매수하면서 명목금리 낙폭이 커졌다는 추정도 나온다.


전반적으로 '낙관론이 재평가' 된 결과로 이런 흐름이 만들어졌다는 시각도 있다. 제이미 파이 씨티 투자전략가는 FT에 "기본적인 성장률 배경이 매우 강력하다고 할지라도, 리플레이션을 생각하던 시장이 약간의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쪽으로 바뀌어 온 것 같다"고 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성장둔화와 인플레이션이 함께 오는 상황을 말한다.

연준과 주요국 중앙은행이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용인할 것이란 전망이 실질금리 하락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연준은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며 고용시장의 추가적인 회복을 위해 통화부양책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최근까지도 드러내 왔다. 유로존 중앙은행인 유럽중앙은행(ECB) 역시 통화부양책을 유지하는 데 방점을 둔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피터 채트웰 미즈호 멀티자산 투자전략 대표는 "저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란 전망이 실질금리 하락의 원인일 수 있다"며 "연준과 다른 주요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 기대 확산에 인내할 것이란 전망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시장의 변곡점은 오는 27~28일 연준의 통화정책회의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될 수 있다. 시장은 이번달 FOMC에서 연준이 테이퍼링(채권매입 축소) 시간표에 대한 힌트를 줄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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