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4.0 Ⅳ' 좌담회. 왼쪽부터 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3선 국회의원 출신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이하 유인태)은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들에게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집단이라고 일갈했다. 1992년 14대 국회때 금배지를 단 후 30년 가까이 의원과 정당인 등으로 국회에서 활동한 그의 경험에서 나온 얘기다. 여야 간 진영논리에 사로 잡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정치인들이 잘못된 행태를 보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많은 전문가들도 이런 정치인들의 잘못된 행태가 우리 정치를 후퇴시킨다고 본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6일 본사 4층 대회의실에서 공공정책전략연구소와 좌담회를 열고 앞으로 핵심 어젠다가 될 이 문제를 다뤘다. 좌담회엔 과거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이력이 있는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하 윤여준)과 유 전 총장을 비롯해 국회의원 출신 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이하 김관영),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룹장(이하 박상훈)이 참석했다.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을 할 때 의원들의 행태를 보면 서로 비슷한 법안을 계속 발의합니다. 언론들은 당대표가 법안 하나 발의 안했다고 지적하고, 지역언론들은 누가 법안을 많이 냈는지 파악해서 상도 줍니다. 국회에 참 입법왕이 많아요.(웃음)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박상훈: 법을 많이 만들어서 사회를 운영하면 고소와 고발 등 처벌 위주의 문화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꼭 필요한 법안은 만들 필요가 있지만 지금 국회에선 너무 많은 법안을 만듭니다. 미국에선 발의된 법안 중 실제 법률이 되는건 3% 밖에 안되는데, 우리나라는 20~30%에 이릅니다. 입법부가 입법의 최종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지만, 입법의 숫자 경쟁으로 국회를 운영해선 안됩니다.
-김관영: 과잉입법 문제를 없애기 위해선 행정부에서 행정 입법을 할 때 규제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하는 것처럼 의원 입법때에도 비슷한 평가를 해야하는데 그런게 없습니다. 의원들이 법안을 내는 것 자체가 규제를 만든다는 것인데, 어떤 비용이 발생하는 지 전혀 감이 없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내는 법안에 대해 규제영향을 분석하는 별도의 팀을 국회에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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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태: 좋은 아이디어지만, 그렇게 되면 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의원들이 직접 하거나 의원들이 지명한 전문가들이 하도록 시스템을 만들면 가능한 아이디어입니다.
-윤여준: 과거에 국회를 살펴보면 정책 능력이 없는 의원들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각 부처에서 만들어온 법안을 마치 자기가 만든 양 실적으로 내세우는 경우도 많았고요.(웃음)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유인태: 아무리 훌륭한 사람들도 국회에 오면 4년만에 쓰레기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민들이 싫어하는 반의회주의 문화를 청산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각 진영에 기댄 여야, 진보와 보수가 결탁해서 국회를 혐오스럽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시민운동 하는 사람들이 국회의원들을 많이 비판했는데, 그들이 국회에 들어오면 똑같은 취급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윤여준: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위성 정당을 만든 건 의회민주주의를 희화화 한겁니다. 어느 정당이 먼저 했든지 이건 해선 안되는 일이었습니다.
-김관영: 저는 그 일이 우리 정치를 수십년 후퇴시켰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 정치를 위해 반발자국 앞으로 나가게 하는 게 연동형 비례제라고 생각하고, 다당제의 주춧돌을 놓을 수 있는 제도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선거법을 바꿔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국회의원들이 비난을 받더라도 할 말이 없는 사건이었습니다. 지금 젊은 세대들은 자기 목소리를 들어주는 정치세력이 없다는 것에 분노합니다. 이것이 나라를 분열시키는 큰 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세대의 목소리를 들어줄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통한 대표성의 강화, 이게 평등한 사회를 위해 가장 중요합니다.
☞좌담회 참석자 주요 이력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16대 국회의원 △문민정부 환경부 장관 △전 청와대 공보수석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 △14·17·19대 국회의원 △20대 국회 사무총장 △참여정부 청와대 정무수석
*김관영 공공정책전략연구소 대표: △19·20대 국회의원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변호사·공인회계사(행시 36회·사시 41회)
*박상훈 국회 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 △정치발전소 학교장 △후마니타스 대표 △전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소 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