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웨어러블 로봇 '스텝업'을 직접 착용한 모습/사진=류준영
30일 오전 대전 대덕구 한국타이어 티스테이션 대전점, 현장 시연 도우미가 기자에게 검은색 외골격 로봇을 입혀주며 이렇게 말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알루미늄 합금으로 만든 금속 기계장치를 배낭처럼 매고 벨크로(일명 찍찍이)를 이용해 허리와 두 허벅지를 연결했다. 입는 데 드는 시간은 대략 1분 남짓 정도로 예상보다 간편하게 착용할 수 있었다. 무게감은 2~3kg대 등산배낭을 어깨에 맸을 때와 같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금방 로봇에 익숙해졌고, 타이어를 들고 자동차 수리센터 내부 곳곳을 성큼성큼 돌아다녔다. 타이어를 교체하기 위해 자동차 하부로 들어갔다. 허리와 무릎을 굽힌 채로 작업을 하는 환경에 놓이자 로봇이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힘을 쓰기 시작했다. 마치 어딘가에 기대서 일하듯 로봇이 지탱해줘 불편함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기자가 웨어러블 로봇 '스텝업'을 착용하고 타이어를 옮기는 작업을 하는 모습/사진=류준영
이번 로봇은 탑재된 고출력 구동기가 허리, 다리 등의 특정 부위에 힘이 가해질 때마다 근력을 보조해 신체가 받는 하중을 분산시켜준다. 또 발쪽에 설치된 의도인식 센서가 착용자의 보행 의도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버추얼 토크 제어방식이 적용돼 사람과 기계 간 움직임 차이도 최소화해준다.버추얼 토크는 착용자와 로봇 간의 서로 상반되는 토크의 합이 0이 되도록 해 로봇이 사람의 움직임을 잘 따라오도록 제어해주는 기술이다.
장재호 FRT 대표/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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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로봇 성능은 제각각이다. 이 때문에 작업자에게 일일이 로봇을 맞춰 새로 제작해야만 했다. 이는 상용화에 큰 걸림돌로 작용했다. 장 대표는 외골격과 구동 모터, 부품 등을 모듈화해 레고처럼 조립하는 방식으로 이를 해결했다. 그는 "작업에 필요한 힘에 따라 유압이나 전기모터, 스프링 등 구동방식을 고를 수 있다"면서 "이를 테면 중량물 작업에는 큰 힘을 낼 수 있는 '유압식', 허리나 무릎 등을 자주 쓰는 가벼운 작업에는 '전기모터'나 '스프링'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모듈화 방식을 통해 커스터마이징에 필요한 기간·비용을 기존 1년간 10억원에서 현재 3개월간 2000만원 수준으로 대폭 절감해 시장경쟁력을 확보했다. 장 대표는 "모듈형 작업맞춤 웨어러블로봇이 상용화돼 산업현장에 배치된 것은 세계 최초 사례"라고 강조했다.
한국타이어 티스테이션 대전점 근로자가 웨어러블 로봇 '스텝업'을 입고 타이어를 옮기고 교체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한국생산기술연구원
한편,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작업장에서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자는 2011년 약 5000명에서 2019년 2배가량 증가해 약 1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허리 디스크처럼 주로 목, 어깨, 허리, 팔다리 관절에서 통증이 발생하는 근골격계 질환은 무거운 물체를 들거나 부자연스러운 자세로 반복 작업을 수행해야 하는 육체 근로자에게 빈번하게 발생한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BIS리서치는 근력증강 웨어러블 로봇 시장이 오는 2026년 5조 2,000억 원 규모로, 연평균 47.3%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