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상업운전을 시작한 뒤 2017년 6월 영구적으로 가동을 멈춘 고리 1호기 원자력발전소. 고리 1호기는 2022년 해체를 시작한다./사진제공=한국수력원자력
21일 원자력산업협회(이하 원산)에 따르면 고리 1호기가 영구정지된지 4년이 지났으나 비방사선 시설에 대해서도 원전해체 작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원전해체 사업에 도전장을 내민 기업들은 "정부가 해체산업을 육성한다고 말만 해 놓고 아무것도 진행되는게 없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원전은 영구정지되더라도 5년이 지나기 전까지는 해체작업을 시작하기 어렵다. 원전이 영구정지되면 사용이 끝난 핵연료봉을 보조시설에 옮겨 5년 이상 습식보관하는데, 그 기간이 끝나야만 연료봉을 건식저장시설에 옮길 수 있기 때문이다. 방사화(방사성 물질이 기계와 건물 등에 흡착되는 현상)된 방사성 물질 수치가 유의미하게 줄어드는 시점이 5년이라는 점도 이유다.
그러나 현행 원자력안전법 제2조 24항에서는 원전해체를 '원자로 및 그 관계시설을 영구정지한 후 철거하거나 방사성 오염을 제거해 원안법 적용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모든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원전업계에서는 '모든 활동'이란 법 규정 때문에 비방사선 시설 철거가 어려워지며 원전해체 초기시장 창출이 어려운 상황이라 법을 개정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해체작업의 효율성과 산업 초기육성 측면에서 5년이라는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사전작업을 미리 마친 후 방사선 시설 해체에 집중하자는 것이다. 사전작업 허용은 예산절감 측면에서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원전 1기 해체에 소요되는 예산은 2018년 기준 8129억원이나, 실제 해체기간에 따라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사전작업을 5년내 마치면 비용절감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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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해외에서는 영구정지 후 해체승인까지 과도기 동안 비방사선 시설 해체를 용인하고 있다. 프랑스 쇼즈-에이(Chooz-A) 원전과 일본 토카이 원전이 좋은 예다. 원산에 따르면 IAEA에서도 원전해체 과도기에 비방사선 시설해체와 설비변경, 계통제어 등을 실시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신영호 원산 연구위원은 "IAEA에서도 과도기에 비방사선 시설 해체 등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도록 권고하고 있다"며 "다른 나라들은 본격적인 원전해체 실시가 가능한 5년이 되기까지 이런 준비를 하는데 우리는 규제 때문에 그런 작업들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