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만원 구찌백, 3000원에 산다" 메타버스에 올라탄 패션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1.05.20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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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나이키, MLB 푸마 DKNY 키르시까지…메타버스에서 진화하는 패션

(왼쪽) 구찌 스몰 마틀라세 숄더백 (오른쪽) 구찌 의상을 착용한 제페토 아바타들의 이미지/사진=구찌 공식 온라인 몰과 제페토 (왼쪽) 구찌 스몰 마틀라세 숄더백 (오른쪽) 구찌 의상을 착용한 제페토 아바타들의 이미지/사진=구찌 공식 온라인 몰과 제페토


네이버Z의 제페토를 비롯해 3차원(3D) 가상현실 메타버스(Metaverse)가 대세 소셜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패션업계가 메타버스 마케팅에 뛰어들고 있다. 구찌를 선두로 나이키와 푸마, MLB 등이 제페토 스토어를 열면서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Z세대를 대상으로 신개념 마케팅을 선보이고 있다.

제페토는 네이버Z가 운영하는 증강현실(AR) 아바타 서비스 플랫폼이다. 2018년 출시됐으며 얼굴인식 기능을 사용해 자신의 아바타를 제페토 월드에서 생성할 수 있다. 제페토는 동화 피노키오에서 피노키오의 창조자인 할아버지 이름에서 유래했다. 현재 글로벌 이용자수가 2억명에 달한다.



20일 기준 제페토에서 '콜라보레이션(협업)샵'을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는 이탈리아 명품 구찌를 비롯해 나이키, 푸마, F&F의 MLB, DKNY, 키르시 등이다. 제페토 유저는 이들 패션 브랜드숍에서 현금으로 충전해 얻은 젬(GEM) 또는 코인을 이용해 브랜드 옷과 신발, 모자, 장신구 등을 구매해 아바타에게 입힐 수 있다.

일례로 구찌의 스몰 마틀라세 숄더백은 현실에서 199만원이지만 제페토에서는 35젬(약 3000원)이다. 현실에서 맘껏 살 수 없는 구찌 가방과 의류를 제페토 월드에서는 단돈 1만원으로 전신 착장이 가능하다. 제페토에서 선보인 구찌 의상과 핸드백 등은 현실 세계에서도 정식 판매되거나 출시될 제품과 동일하다. 구찌는 제페토 안에 가상현실 공간인 '구찌 빌라'를 선보여 신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아바타가 구찌 빌라에 방문해 구찌 제품을 구경하고, 구찌 빌라의 정원에서 미로찾기를 하고 분수쇼를 구경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다.



매니아 고객층이 두터운 나이키는 제페토 월드에서도 나이키를 원하는 고객들을 위해 26가지 스니커즈 컬렉션과 패션의류, 볼캡과 비니를 선보이고 있다. 국내 브랜드 중에는 F&F의 MLB가 입점해 있으며 대명화학이 전개하는 Z세대의 핫 브랜드 '키르시'도 입점해 있다. 체리 로고로 유명한 키르시는 스트리트 캐주얼로 온라인에서 Z세대에 큰 인기를 얻으며 고성장했고 올해 4월에는 롯데백화점에 첫 팝업 스토어를 낸 브랜드다.
구찌X제페토 이미지/사진=제페토 구찌X제페토 이미지/사진=제페토
제페토 이용자수가 급증하면서 신제품을 아예 제페토에서 공개하는 브랜드도 등장했다. 크리스찬 루부탱은 지난해 가을 제페토에서 2021년 봄·여름 신제품을 공개했다. 당시 제페토에서 처음 선보인 레오파드 프린트가 스파이크 디테일의 하이힐, 그리고 화려한 스니커즈 신상품들은 올해 1월 정식 제품으로 출시됐다.

패션업계가 제페토에 주목하는 이유는 제페토의 주 이용자가 Z세대, 특히 20대보다 더 어린 10대가 주축이어서다. 이들은 미래의 소비세대이면서 패션에 대한 높은 관심과 잠재적인 구매력을 보유했다. 현재 제페토 가입자 2억명 가운데 이용자의 80%가 Z세대로 분류된다. 특히 제페토에서는 AR 아바타 의상을 직접 제작하고 판매할 수도 있다. 제페토 아바타가 입을 수 있는 의상의 경우 하루에만 7000~8000여개의 신제품이 올라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프라인 패션 브랜드가 제페토 월드로 들어갈 뿐 아니라, 제페토에서 탄생한 패션이 오프라인 세계에 진출할 잠재력도 크다는 뜻이다.

패션업계 한 전문가는 "Z세대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속에 보여지는 자신을 현실의 나 자산보다 중시하는 경향이 강하고, 이러한 성향은 가상현실(메타버스)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메타버스는 Z세대를 타깃으로 한 패션 마케팅의 창구로서도 중요하지만 메타버스에서 창조된 새로운 패션이 현실 세계로 나올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패션업계와 메타버스의 콜라보는 계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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