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에 코로나19(COVID-19) 여파까지 겹치면서 국내 채용시장은 최악의 상황이다. 삼성을 제외한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도 한 해 수백 명 뽑던 대졸 공채를 더는 진행하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인력의 블랙홀'로 불릴 정도로 인력을 빨아들이며 고성장을 구가하는 기업들이 있다. 뉴욕증시에 입성하며 100조원의 몸값을 인정받은 쿠팡도 이중 하나다.
특히 쿠팡은 지난해부터 청와대 선임행정관, 서울시 정무수석 등 정치권 인사를 잇따라 영입했다. 심지어 쿠팡을 이끄는 강한승 대표도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이다. 이러다 보니 "쿠팡이 대관인력을 '싹쓸이'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현재 쿠팡 대관조직 인원은 30명 정도라고 한다. 지난해보다 2배가량 늘어난 수치다. '싹쓸이'라는 표현은 다소 과장됐지만 대관부서 인력이 확 늘어난 것은 틀린 말이 아닌 셈이다.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다양한 규제리스크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기관이나 국회 등을 담당하는 대관부서를 확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성장과정이다. 하지만 기업들이 본업보다 규제라는 외풍을 막는 데 과도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도 정상적이지도 않다. 소비자와 시장을 분석하고 연구하는 데도 턱없이 모자란 시간에 규제와 씨름해야하는 기업들이 어떻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쿠팡은 상장보고서의 상당부분을 노동 등 여러 분야의 국내 규제리스크를 자세히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이것만 보면 쿠팡의 발등의 불은 e커머스 시장점유율 확대가 아니라 무수한 규제리스크 해소다. 투자자 입장에선 '쿠팡 없이 어떻게 살았나'가 아니라 '이 규제 속에서 어떻게 생존할까'라는 우려가 나올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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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4%대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11년 만에 4% 성장률을 회복하겠다는 선언이다. 그동안 숱한 위기를 돌파한 우리 경제의 저력을 고려하면 꼭 불가능한 목표만은 아니다. 다만 기업들이 규제 등 외풍이 아니라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기업들 사이에서 "규제완화로 대관조직이 유명무실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가 돼야 한다. '립서비스' 규제완화가 아니라 진짜 실천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