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날씨, 기운 없을 땐…'아나고·우나기·하모' 드시압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21.05.01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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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⑤] 보신 음식 최강자 장어 패밀리

편집자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우리나라 물고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푹푹 찌는 날씨, 기운 없을 땐…'아나고·우나기·하모' 드시압


미안하다. 일본어 잔재 교정의 필요성을 보여주려고 어그로(도발) 끌었다. 사시미(회), 지리(맑은 탕) 등 일제의 잔재가 유독 많이 남아있는 곳이 수산물 유통 현장이다. 이 중에서도 유독 장어류에 대해서는 일본식 표현이 걸러지지 않고 쓰이고 있다. 네이버쇼핑 등 주요 유통채널에 아나고, 하모, 우나기를 치면 수천개씩 판매업체가 나온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 속에 몸보신을 위해 장어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지금부터 장어류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올바른 용어부터 알려준다. 아나고는 '붕장어', 우나기는 '뱀장어', 하모는 '갯장어'가 올바른 표현이다.



싱거운 이름 풀이 "몸이 길어서 장어"
우리나라에서 주로 유통되는 장어류. /사진=국립수산과학원우리나라에서 주로 유통되는 장어류.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장어류 물고기들은 분류학적으로 뱀장어목(Anguilliformes)에 속하는 종으로 이름처럼 뱀과 같이 길고 가는 체형을 가지고 있다. 한자로도 '長魚'다. 우리가 주로 먹는 뱀장어와 같은 민물장어, 바다에서 잡히는 바다장어(갯장어, 붕장어)로 나뉜다. 해외에는 곰치과(Muraenidae)처럼 4m까지 크는 종들도 있다. 물메기와는 다르다. 그건 '꼼치'다.

민물장어와 바다장어는 생활방식이 다르지만 어릴 때 대나무잎과 같은 형태의 '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라 불리는 자어 발달과정을 거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때를 '댓잎뱀장어'라 부른다. 또 대부분의 장어는 바위틈이나 동굴, 모래바닥에 숨어 살면서 소형어류나 갑각류를 먹는 육식성인 것도 공통점이다.



민물에서 만난 뱀장어, 죽을 때는 마리아나 해구로
(위)민물시기 뱀장어 (아래)바다로 돌아간 뱀장어. /사진=국립수산과학원(위)민물시기 뱀장어 (아래)바다로 돌아간 뱀장어.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우리가 주로 먹는 극동산 뱀장어(Anguilla japonica)는 장어류 가운데 유일하게 바다와 강을 오가며 산다. 입이 크며 세로로 찢어져 있고 아래턱이 위턱보다 돌출됐다. 타원형의 작은 둥근 비늘이 피부 아래에 묻혀 있으며 배지느러미는 없다.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보다 훨씬 뒤쪽에서 시작하는 게 갯장어·붕장어와의 차이다. 고창지역에서 유명한 풍천장어 역시 극동산 뱀장어다.

민물에서의 체색은 서식지에 따라 다르나 보통 등쪽은 암갈색 혹은 흑갈색이고 배쪽은 은백색이나 연한 황색이다. 바다로 내려가는 성숙 뱀장어는 체색과 지느러미색이 짙은 흑색으로 변한다. 극동산 뱀장어는 민물에서 약 10여년간 서식하다가 가을~겨울에 마리아나해구 근처의 깊은 바다로 내려가며 2~5월쯤 알을 낳고 죽는다.

뱀장어의 생애. /사진=국립수산과학원뱀장어의 생애.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이렇게 바다에서 태어난 뱀장어는 다시 해류를 타고 내륙으로 이동한다. 육지에 다다르면 실뱀장어가 돼 강이나 하천으로 올라온다. 우리가 식당이나 마트에서 사먹는 대부분의 민물장어는 이렇게 올라오는 실뱀장어를 붙잡아 양만장에서 키운 뒤 판매하는 양식산이다. 다만 강이나 하천과 바다가 맞닿은 '기수지역'의 뱀장어는 산란을 위해 바다로 내려가는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포획이 금지된다. 댐이나 호수에선 연중 포획이 가능하지만 45㎝ 이하 어린 뱀장어는 전국에서 포획이 금지된다.


45㎝가 넘는 자연산 장어들은 식용(강장식품) 뿐만 아니라 1㎏당 10만~20만원에 약용으로 비싸게 거래된다. 양식산 뱀장어는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계절 관계없이 연중 생산·소비된다.

아나고회가 아니라 붕장어회! 하모가 아니라 갯장어회!
신선항 붕장어. /사진=수협쇼핑신선항 붕장어. /사진=수협쇼핑
'아나고회'로 알려진 붕장어(Conger myriaster)는 우리나라 연안 및 근해의 모래와 개펄바닥에 많이 서식하고 있으며 주로 통발로 잡힌다. 연간 어획되는 어종이나 7~10월에 생산량이 많다. 몸 길이 35㎝ 이하는 포획이 금지된다. 작은 개체는 주로 횟감으로, 큰 개체는 구이로 많이 먹는다. 장어류 가운데 가격이 저렴해 연중 활발하게 소비되는 편이다.

붕장어는 눈 사이는 편평하고 눈 둘레에 작은 감각공이 분포하고 있으며 뱀장어와 달리 비늘이 없다. 등지느러미는 가슴지느러미 끝 부분보다 약간 앞쪽에서 시작하고 옆줄에 흰색 점이 뚜렷해 보통 '흰점 붕장어'라고 불린다.

또 다른 바다장어인 갯장어(Muraenesox cinereus)의 입은 매우 크며 위턱이 아래턱보다 약간 앞쪽으로 튀어나와 있다. 양 턱에는 2~3줄로 된 이빨이 있고 특히 앞쪽에는 억세고 긴 송곳니가 있다. 붕장어처럼 비늘이 없고 매끈하며 등지느러미가 가슴지느러미 앞쪽에서 시작된다.

갯장어는 우리나라 남서해에서 서식하며 제주도 남방해역에서 겨울철을 보내고 봄이 되면 서해안 또는 중국 연안으로 북상했다가 가을에 다시 남하한다. 붕장어에 비해 생산량이 극히 적고, 35㎝ 이하는 포획이 금지된다. 제철인 6~8월 남해의 여수, 고흥 지역의 갯장어 요리가 유명하다. 생산량도 적고 손질하기도 까다롭지만 다른 장어들보다 맛이 담백하다.

꼼장어 먹고선 '장어 먹었다' 말하지 말라
꼼장어로 알려진 먹장어. /사진=국립수산과학원꼼장어로 알려진 먹장어. /사진=국립수산과학원
포장마차에서 주로 파는 '꼼장어'(곰장어)는 장어가 아니다. 곰장어의 정식 명칭은 먹장어다. 다른 장어류들처럼 길고 가는 형태를 가졌지만 뱀장어목 어류와는 달리 턱뼈가 없는 원구류(圓口類)에 속한다. 계통분류학적으로도 장어류와는 달리 원시적인 동물군에 속한다. 우리나라에서 발견되는 대표 종으로는 곰장어로 알려져 있는 먹장어류(Myxinidae)와 칠성장어류(Petromyzontidae)가 있다.

우리나라의 논이나 호수, 하천에서 나오는 드렁허리(Monopterus albus) 역시 장어류와 계통분류학적으로 거리가 멀다. 드렁허리는 민물고기 중에 유일하게 성장하면서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을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약용 및 식용으로 쓰인다.

자산어보에 나온 뱀장어
댓잎뱀장어라 불리는 뱀장어의 자어 시기. /사진=국립수산과학원댓잎뱀장어라 불리는 뱀장어의 자어 시기.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정약전의 자산어보에서는 뱀장어를 해만리(海鰻?)라고 기록하면서 맛이 달고 사람에게 이롭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립수산과학원이 1965년부터 뱀장어양식 연구를 시작했다. 국산 양식기술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올라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손쉽게 뱀장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자산어보에 나온 붕장어는 해대리(海大?)고 기록됐다. 하지만 1900년대 초까지는 일본인들이 주로 어획해 소비했다. 현재는 대일 수출뿐만 아니라 국민들도 즐겨 찾는 어종이 됐다. 갯장어 또한 자산어보에서 견아리(犬牙?)라고 기록돼 있다. 이빨이 날카롭고 개처럼 잘 문다고 해서 개장어라고도 표기돼 있다.

아나고, 하모, 우나기에 얽힌 일제 수탈의 역사
지난달 24일 오전 이마트 성수점 수산 매장에서 모델들이 국내산 민물장어 할인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지난달 24일 오전 이마트 성수점 수산 매장에서 모델들이 국내산 민물장어 할인 행사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1
붕장어와 갯장어는 우리나라에서 근대까지도 크게 소비되지 않았다. 이는 갯장어를 즐겨먹는 일본인들이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에서 포획되는 자원을 자국으로 빼돌리기 위해 '수산통제어종'으로 지정한 탓이 크다. 일제강점기 한국인들은 열심히 바다장어를 잡기만 할뿐 먹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우리 말로 뱀장어, 붕장어, 갯장어라 부르는 건 수탈의 역사를 극복하는 한 방법이기도 하다.

양식되는 뱀장어, 불가능한 갯장어
최근 10년간 장어류 양식 및 자연 생산량 추이. /자료=국립수산과학원최근 10년간 장어류 양식 및 자연 생산량 추이. /자료=국립수산과학원
뱀장어는 양식이 가능하지만 아직까지 자연에서 실뱀장어를 잡아 양성하는 방식이라 불완전하다. 최근 실뱀장어가 급격히 감소하기에 국립수산과학원이 인공 종자를 생산하는 전주기 양식기술을 개발해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붕장어 역시 유사한 방식으로 양식이 가능하지만 규모가 매우 작다. 인공 종자 생산기술은 전세계 어디에도 없다.

반면 갯장어는 자연에서 종자를 확보하기 어려워 아직까지 양식이 시도조차 된 적이 없다. 어획량 또한 적다. 2010~2016년 연간 650톤 가량을 유지하다가 2017년 이후 300~400톤의 출하량을 보이고 있다.

장어먹으면 왜 힘이 날까
갯장어 회. /사진=뉴시스갯장어 회. /사진=뉴시스
장어류는 민물장어, 바다장어 모두 혈관 및 뇌 건강에 유익한 지방산(EPA, DHA) 및 항산화 및 노화방지에 유효한 비타민 A(레티놀)와 E(토코페롤)가 풍부하다. 또 많은 미네랄 및 필수 아미노산도 들어있다. 뇌세포 형성에 중요한 레시틴도 다량 함유돼 학습능력과 기억력 향상에도 좋다.

무엇보다 특히 높은 지방함량은 열량을 보충하고 에너지를 내는데 적합하기 때문에 '먹으면 힘이 난다'고 알려져 강장식품으로 인기가 많다.

다만 맛의 차이는 좀 있다. 주로 소금구이나 양념구이로 먹는 뱀장어는 '흙냄새'라 불리는 민물고기 특유의 풍미가 있다. 뱀장어는 바다장어보다 지방 함량이 높지만 담백하고 비린내가 적으며 부드럽다. 붕장어는 갯장어에 비해 지방함량이 더 높고 특유의 고소한 맛이 있다. 갯장어는 냉동제품을 제외하면 소비 가능한 시기가 여름~가을로 한정돼 있다. 다만 갯장어는 손질하기가 어려워 쉽게 접하기 힘들다.

맛있는 장어 요리법
맛있는 장어 덮밥. /사진=한국수산회맛있는 장어 덮밥. /사진=한국수산회
뱀장어는 주로 소금이나 양념구이로 즐겨 먹는 경우가 많다. 머리와 뼈를 고아 우려낸 육수에 장어를 갈아 넣고 추어탕처럼 먹기도 한다. 경남 통영지역에서 유명한 '시락국'은 장어 뼈로 국물을 낸 시래기국이다. 일본에서는 숯불에 구운 장어를 간장소스와 함께 덮밥처럼 즐겨 먹으며 우리나라의 복날처럼 장어구이덮밥 먹는 날이 지정돼 있다.

경상도 지역에서는 붕장어를 회로 즐겨먹는다. 그 전에 잔가시와 함께 잘게 다져내어 온수에 살짝 데친 후 탈수한다. 유용운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피에 약한 단백성 혈액독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고성에서는 잔뼈를 제거하고 등에 칼집을 내어 즐기기도 하는데 씹는 재미와 지방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큰 개체들은 주로 구이로 이용되며, 탕 및 샤브샤브로도 특유의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잔가시들을 발라내고 잘게 썰어서 내오는 갯장어회는 미식가들에게 각광받는 여름철 별미다. 남해의 여수, 고성, 사천, 장흥에서는 횟감, 무침, 샤브샤브, 구이, 장어탕으로 소비한다. 일본에서는 주로 샤브샤브(유비키)로 먹으며 남은 탕으로 죽을 끓여 먹기도 한다.

장어먹고 힘내자! 대한민국 수산대전
/사진=해양수산부/사진=해양수산부
점점 더워지는 요즘 날씨를 극복하려면 몸보신이 필수다. 몸에 좋은 장어를 저렴하게 즐기는 방법이 여기 있다. 해양수산부가 올해 1년 내내 여는 '대한민국 수산대전'이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과 어민들을 위한 수산물 할인행사다. 대한민국 수산대전 홈페이지(www.fsale.kr)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할인행사와 이벤트, 제철 수산물 정보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GS리테일, 메가마트, 서원유통, 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 쿠팡,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이베이코리아, 수협쇼핑, 위메프, 오아시스, SSG.com, CJ ENM, 더파이러츠, GS홈쇼핑, 롯데온, 인터파크, 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 아이쿱, 두레, 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 삼삼해물, 풍어영어조합법인, 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제부터는 아나고, 우나기, 하모 대신 붕장어, 뱀장어, 갯장어를 찾는 소비자가 되자.

감수: 유용운 국립수산과학원 양식연구과 해양수산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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