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人人 人人人 돔돔돔 돔돔돔

머니투데이 세종=최우영 기자 2021.04.17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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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바다이야기, 어록(魚錄)③] '어두일미'의 대표주자 도미

편집자주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우리나라 물고기, 알고 먹으면 더 맛있다.

人人人 人人人 돔돔돔 돔돔돔


15년 전 영화 '조폭마누라3'에서 깡패 똘마니 꽁치(오지호)는 중국에서 온 홍콩 조폭 두목의 딸 임아령(서기)에게 자신들의 가훈 '人人人 人人人'을 이렇게 설명한다.



"사람이 사람이라고 다 사람이냐. 사람이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믿거나 말거나, 비슷한 말이 바닷속에도 있다. '돔돔돔 돔돔돔'이다. 대가리가 유난히 맛있어 '어두일미'라는 말을 만들어낸 도미에 관한 말이다. "돔이 이름에 돔 붙었다고 다 돔이냐. 돔이 돔다워야 돔이지."



'돔'이라는 이름이 붙은 무수한 물고기들은 사실 돔이 아니다. 말려먹으면 맛있는 옥돔, 찰진 회가 일품인 돌돔(줄돔), 젓갈을 담궈 먹는 자리돔, 전설의 물고기 돗돔, 못생긴 혹돔과 호박돔 모두 '이름만 돔'인 셈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도미?
도미라 하면 통상 이와 같은 참돔을 말한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도미라 하면 통상 이와 같은 참돔을 말한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감생이, 감시라고도 불리는 감성돔. /사진=국립수산과학원감생이, 감시라고도 불리는 감성돔. /사진=국립수산과학원
흔히 우리가 도미라고 부르는 생선은 도미과(Sparidae)에 속하는 어류다. 바다의 미녀라고 불리면서 제삿상에 가장 많이 오르는 참돔, 낚시꾼들의 사랑을 받는 감성돔이 대표 선수다. 초밥에 가끔 올라가거나 구이로 먹는 황돔도 돔류다. 이 밖에도 녹줄돔, 청돔, 붉돔 등이 우리 바다에서 잡힌다.

돔류의 특징은 몸과 머리가 좌우로 납작하고 체고(몸의 최고 높이)가 높다는 점이다. 주둥이와 눈 아래부위, 뺨과 머리 윗부분에는 비늘이 없다. 아가미 부위(주새개골)에 날카로운 가시가 없는 것도 특징이다. 돔류는 이빨이 매우 발달해 조개, 게와 같은 단단한 먹이도 잘 씹어먹는다. 등지느러미에는 가시와 줄기부가 연결돼 있으며 11~13개의 강한 가시가 있다.


참돔의 다른 이름 '상사리·빠가'
87㎝급 빠가. 이런 건 절대로 혼자 다 못 먹는다. /사진=유창준 유앤아이피싱 대표87㎝급 빠가. 이런 건 절대로 혼자 다 못 먹는다. /사진=유창준 유앤아이피싱 대표
참돔을 부르는 다른 이름들도 있다. 흔히 30㎝를 넘지 않는 아기 참돔은 '상사리'라고 한다. 수산자원관리법에 따른 방생 기준은 24㎝이므로 간혹 낚시를 하다 30㎝가 안돼 보이는 참돔을 잡으면 일단 놔주면 좋다. 사실 상사리 회 떠봐야 먹을 것도 별로 안 나온다. 70㎝가 넘는 참돔은 '빠가'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다.

전반적으로 통용되는 참돔의 별명은 '바다의 미녀'다. 붉은 빛깔에 여럿 박혀있는 푸른 옥색의 점이 아름답다. 참돔의 눈 위에 나타나는 푸른 반점은 값비싼 색조화장, 마스카라를 떠올리게 한다.

제삿상 단골손님, 명절 앞두고 치솟는 몸값
(위)화장을 한 듯 아름다운 참돔의 눈. (가운데)붉은 몸에 박혀있는 푸른 옥색의 점들은 참돔의 특징이다. (아래)아름다운 외모 속 숨겨진 날카로운 이빨로 조개나 게도 잘 부숴 먹는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위)화장을 한 듯 아름다운 참돔의 눈. (가운데)붉은 몸에 박혀있는 푸른 옥색의 점들은 참돔의 특징이다. (아래)아름다운 외모 속 숨겨진 날카로운 이빨로 조개나 게도 잘 부숴 먹는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참돔은 최근 양식이 발달해 연중 유통되지만 설과 추석을 앞두고는 가격이 치솟는다.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 좋은 제수용 생선이기 때문이다. 살이 희고 맛도 좋지만, 무엇보다 외형이 멋있어 제수거리로 사랑받아왔다. 넓적한 참돔이 제삿상에 한마리만 올라가도 제법 격식을 갖춘 느낌을 준다.

감성돔은 5~6월에 유통량도 적어지고 맛도 떨어진다. 산란기에 영양분을 죄다 알로 몰아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뉴월 감성돔은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나온다. 5~6월 산란 이후 지방과 영양분 결핍 상태의 감성돔을 먹은 옛 어부의 말로 알려졌다. 산란 후 다시 살을 찌우고 영양분을 축적하는 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가 감성돔 맛의 절정이다.

양식과 자연산 구분하는 방법은 '꼬리'
(위)자연산 참돔의 깔끔한 꼬리지느러미. (아래)양식 참돔의 훼손된 꼬리지느러미. 실제 양식 참돔 중에는 이보다 훨씬 더 심하게 꼬리지느러미가 훼손된 개체가 많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위)자연산 참돔의 깔끔한 꼬리지느러미. (아래)양식 참돔의 훼손된 꼬리지느러미. 실제 양식 참돔 중에는 이보다 훨씬 더 심하게 꼬리지느러미가 훼손된 개체가 많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참돔은 국내에서 넙치(광어), 조피볼락(우럭)에 이어 세번째로 많이 양식하는 생선이다. 다만 시중에 유통되는 양식 참돔 중 상당수는 일본산이다. 일본산 참돔은 사료에 크릴 등 갑각류가 많이 섞여 국산보다 붉은 색을 더 띈다. 크기도 2㎏를 넘어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국산 양식 참돔은 수면에 뿌려지는 사료를 받아먹기 위해 자주 떠오르다보니 햇볕에 몸이 타 어두운 자주색을 띈다.

일본산이나 국산 모두 양식 참돔은 꼬리지느러미가 망가진 경우가 많다. 양식장에서 서로 부대끼며 훼손되는 탓이다. 자연산 참돔은 밝은 체색에 더해 선명한 꼬리지느러미가 특징이다. 넓고 깊은 바다에서 자유롭게 떠다니며 살아간 흔적이다.

'맛'만으로 자연산과 양식을 구분하는 게 그리 쉽지는 않다. 다만 자연산은 산란기를 제외하면 감칠맛과 씹힘성에서 양식보다 낫다는 평가를 종종 받는다. 양식 참돔은 연중 안정적인 기름기와 감칠맛을 제공하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돔류 전문가인 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연구사는 "도미 맛은 비단 자연산이냐 양식이냐에 따른 것만이 아니라, 전처리와 어떻게 손질했는지 여부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참돔 맛있게 먹는 법 "껍질에 뜨거운 물 붓기"
껍질을 살린 참돔 초밥. /사진=국립수산과학원껍질을 살린 참돔 초밥.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참돔은 찜, 조림, 생선전, 탕수도미 등 다양한 요리에 적합한 종이다. 횟감으로도 고급인데 껍질을 벗겨놓고 시간이 좀 지나면 살이 물러지는 단점이 있다. 정재묵 연구사는 "껍질을 뜨거운 물에 살짝 익혀 얼음물로 식혀 썰어낸 회가 일품"이라고 치켜세웠다. 일식집에서 일명 '마쓰까와'라고 불리는 '참돔 껍질회'다.

감성돔은 육질이 참돔보다 쫄깃하고 단단해 회가 가장 적합하다. 그렇다고 다른 요리에서 뒤쳐지는 것도 아니다. 초밥, 찜, 조림 모두 맛있다. 특히 소금과 마늘, 무, 대파만 함께 넣고 끓여낸 맑은 탕도 예술적인 맛을 자랑한다.

황돔·붉돔 먹기 힘든 이유
(위에서부터)청돔, 황돔, 녹줄돔, 붉돔. 참돔이나 감성돔만큼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들도 역시 도미라 불릴 수 있는 종류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위에서부터)청돔, 황돔, 녹줄돔, 붉돔. 참돔이나 감성돔만큼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들도 역시 도미라 불릴 수 있는 종류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돔류 중 참돔과 감성돔을 제외하면 일반 소비자가 접하는 게 쉽진 않다. 나머지 종들은 양식이 되지 않아서다. 황돔의 경우 느린 성장과 작은 크기 때문에 양식을 할 경우 상업성이 떨어진다. 참돔과 외형상 구분하기 쉽지 않은 붉돔 역시 다 자라도 30㎝를 넘기 힘든 소형 어류라 양식하지 않는다.

그래도 황돔의 경우 대형기선 저인망으로 잡힌 자연산이 시장에 나오기도 한다. 황돔은 소형 어종이다보니 칼집을 낸 채 굵은 소금을 쳐 구워내면 맛있다. 가끔 포를 떠서 초밥 재료로 쓰기도 한다.

이름만 돔인 '유사돔'들
지금부터 나오는 X돔들은 진짜 도미가 아니다. 한국에서만 이름에 돔을 붙인다. 발생학적으로 도미와 거리가 먼 어류다.

낚시할 때 짜릿한 손맛을 안겨주는 혹돔. 실제 맛은 별로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낚시할 때 짜릿한 손맛을 안겨주는 혹돔. 실제 맛은 별로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혹돔은 체형이 긴 방추형으로, 수컷이 성장하면서 이마가 커져 혹이 돌출된다. 한국산 놀래기과 어류 중 가장 대형종인데, 맛이 뛰어난 편은 아니다.

반건조 상태로 주로 유통되는 옥돔. /사진=국립수산과학원반건조 상태로 주로 유통되는 옥돔.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제주도 전통시장에서 자주 눈에 띄는 옥돔은 머리의 앞쪽이 경사가 급격하게 기울어져 있고꼬리지느러미에 노란색의 세로 줄무늬가 있다. 얘도 혹돔과 마찬가지로 놀래기과에 속한다. 예쁜 붉은 체색이 특징이다.

못생긴 걸로 유명한 호박돔. /사진=국립수산과학원못생긴 걸로 유명한 호박돔.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역시 놀래기과에 속하는 호박돔은 제주와 남해 연안에 주로 서식한다. 단단한 이빨을 가지고 있어 따개비, 고둥, 갯지렁이, 갑각류 등의 먹이를 주로 먹고 무리를 짓기보단 단독생활을 하는데 산란기가 되면 암수가 함께 유영하기도 한다. 다른 놀래기과 어류와 마찬가지로 암컷에서 수컷으로 성전환을 한다.

주로 젓갈이나 잡어 물회로 취급되는 자리돔. /사진=국립수산과학원주로 젓갈이나 잡어 물회로 취급되는 자리돔.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자리돔은 체형이 측편되고 체고가 높은 계란형이다. 입이 작은 게 특징이다. 다 자라고 15㎝를 넘기 힘들다. 제주와 남해, 독도까지 서식하는데 주로 젓갈이나 물회로 쓰인다.

다 자라면 서장훈급으로 커지는 돗돔. 1년에 몇마리 안 잡혀 희소성이 높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다 자라면 서장훈급으로 커지는 돗돔. 1년에 몇마리 안 잡혀 희소성이 높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2m까지 성장하는 대형어류 돗돔은 전설의 물고기로 불린다. 돗돔과에 속하며 산란을 위해 수심이 얕은 곳으로 올 때 주로 잡힌다. 맛은 환상적이다.

(위)줄무늬가 특징인 돌돔. (아래)성장하면서 줄무늬가 옅어진 수컷 돌돔. /사진=국립수산과학원(위)줄무늬가 특징인 돌돔. (아래)성장하면서 줄무늬가 옅어진 수컷 돌돔.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유사 돔류 중 가장 유명한 돌돔(줄돔)의 체색은 흰색 바탕에 검은 가로줄이 6~7개 있다. 수컷은 성장하면서 줄무늬가 옅어진다. 입은 새의 부리처럼 강한 특징이 있다. 큰 크기의 수컷은 검은 무늬가 사라진 타입도 많다.

어름돔이 흔한 어종은 아니지만 회 맛은 좋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어름돔이 흔한 어종은 아니지만 회 맛은 좋다.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어름돔은 몸에 3개의 비스듬한 회갈색 띠가 있고, 몸의 등부위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에 검은색 반점이 흩어져 있다. 남해 서부와 서해 남부에서 많이 잡히는 종으로 하스돔과에 속한다. 흔한 종은 아니지만 육질이 단단하고 맛이 좋아 현지에서 인기 있는 횟감이다. 흰바탕에 검은 무늬와 점이 있는 특징이 있으며 껍질이 매우 질기다.

도미와 친구들 맛있게 즐기는 방법
/사진=해양수산부/사진=해양수산부
맛있는 참돔과 감성돔, 도미는 아니지만 껍질까지 맛있는 돌돔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있다. 해양수산부가 올해 1년 내내 여는 '대한민국 수산대전'이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과 어민들을 위한 수산물 할인행사다. 대한민국 수산대전 홈페이지(www.fsale.kr)에서 현재 진행 중인 할인행사와 이벤트, 제철 수산물 정보 등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대한민국 수산대전에는 전통시장부터 오프라인 마트, 온라인 쇼핑몰, 생활협동조합, 수산유통 스타트업 등 수산물 주요 판매처가 대부분 참여한다.

대형마트 8개사(이마트, 홈플러스, 농협하나로유통, 롯데마트, GS리테일, 메가마트, 서원유통, 수협마트), 온라인 쇼핑몰 15개사(11번가, 컬리, 쿠팡, 한국우편사업진흥원, 이베이코리아, 수협쇼핑, 위메프, 오아시스, SSG.com, CJ ENM, 더파이러츠, GS홈쇼핑, 롯데온, 인터파크, 꽃피는아침마을), 생협 4개사(한살림, 아이쿱, 두레, 행복중심 생협), 수산 창업기업 4개사(얌테이블, 삼삼해물, 풍어영어조합법인, 바다드림)에서 사시사철 할인 쿠폰을 뿌린다.

행사기간에 맞춰 생선을 주문하면 정부가 지원하는 20% 할인에 참여업체 자체 할인을 더해 반값에도 구입할 수 있다. 제로페이앱을 쓰면 전통시장에서 쓸 수 있는 모바일 수산물 상품권을 3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명절 앞두고 가격이 비싸지기 전인 지금이 바로 맛있는 도미를 즐길 타이밍이다.
참돔탕수. /사진=국립수산과학원참돔탕수. /사진=국립수산과학원
살짝 데친 껍질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돌돔회. /사진=국립수산과학원살짝 데친 껍질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는 돌돔회. /사진=국립수산과학원
감수: 정재묵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센터 해양수산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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