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부모님 만났다" 사람들 몰린 VR낚시터[빅트렌드]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1.04.20 11:32
글자크기

[빅트렌드-첫번째 키워드 '가상세계']②미라지소프트 안주형 대표, 최민경 COO "넥스트 모바일은 VR"

편집자주 혁신은 잔잔한 물결처럼 다가오다가 어느 순간 거대한 너울로 변해 세상을 뒤덮습니다. 경제·사회 패러다임의 변화를 대표하는 핵심 키워드를 발굴하고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분석해 미래 산업을 조망합니다.

"오랜만에 부모님 만났다" 사람들 몰린 VR낚시터[빅트렌드]


"우리가 쉽게 다룰 수 있는 폼팩터로 발전해 간다면 넥스트 모바일은 VR이 될 겁니다."

페이스북의 독립형 VR(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가 국내에 물량이 풀리는 족족 완판되고 있는 가운데 덩달아 주목받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 낚시게임 '리얼VR피싱'으로 매출액 400만 달러를 넘긴 '미라지소프트'가 주인공. 안주형 미라지소프트 대표는 "미국에선 한 가족당 퀘스트2를 3~4대씩 사서 스마트폰처럼 각자 쓴다"면서 VR게임의 성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도대체 퀘스트2라는 VR 기기가 무엇이길래 이토록 열광하는 걸까.

국내 몇 안되는 VR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안 대표는 2016년 9월 회사를 창업하기 전, 개인 프로젝트로 불국사를 관광용 VR로 구현하는 등 다양한 시도를 펼쳐왔다. 그는 "불국사 VR은 제작비가 많이 드는 반면 한 번 보고 끝나는 콘텐츠라는 한계가 있었다"면서 "관광과 재미를 결합한 VR 콘텐츠를 고민하던 중 게임에 접목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게 '리얼VR피싱'이다.



리얼VR피싱은 우리나라에서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전국 팔도 호수를 선정해 배경으로 담았다. 리얼VR피싱 이용자의 99%가 외국인으로 한국 관광을 유도하는 부가적 효과도 있다는 설명이다. 안 대표는 "한국 뿐 아니라 전세계 다양한 관광지를 옮기는 작업을 추진 "이라며 "올해 북미 쪽 낚시터를 시작으로 유럽과 일본, 동남아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최민경 미라지소프트 부대표(COO·최고운영책임자)는 "리얼VR피싱을 이용하는 분이라면 언뜻 낚시를 즐기는 강태공이겠거니 하시는데, 사실은 대부분 낚시 초보이거나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 분"이라고 했다. 그는 또 "콘텐츠를 너무 전문적으로 가져가면 일반 사용자들에겐 자칫 허들이 돼 진입장벽이 된다"며 "VR 기획·업데이트 작업 때 누구나 본능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안주형 미라지소프트 대표, 최민경 COO(최고운영책임자)/사진=이기범 기자 (왼쪽부터)안주형 미라지소프트 대표, 최민경 COO(최고운영책임자)/사진=이기범 기자
리얼VR피싱의 리더보드, 즉 물고기를 가장 많이 잡은 이용자 1위는 영국에 거주하며 치매를 앓고 있는 고령의 할아버지가 차지해 눈길을 끈다. 그는 관련 페이스북 커뮤니티에 "배우자를 잃은 상처와 슬픔으로 하루하루 힘들게 지내다 아들이 사준 VR 기기에서 다른 이용자들과 만나 대화도 나누고 난생 처음 낚시라는 스포츠에 빠져 살면서 삶의 의미를 되찾았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특히 최근 들어선 코로나19로 락다운된 도시가 늘면서 "부모님을 가상공간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등 비슷한 사연들이 줄잇는다.



안 대표는 "가상환경은 현대인의 부족과 결핍을 채워주는 장치·도구이거나 공간"이라며 "기술이 발전할수록 실제 생활에 더 빨리 녹아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낚시게임을 오로지 게임으로만 접근한 건 아니"라며 "사실적 환경에서 여러 사람들이 함께 색다른 경험을 즐기고 공유한다는 힐링(Healing·치유) 포인트가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VR게임 '리얼VR피싱'VR게임 '리얼VR피싱'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