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법 속의 세법?

머니투데이 전완규 변호사 2021.04.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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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L]화우의 조세전문 변호사들이 말해주는 '흥미진진 세금이야기'

우리 공정거래법 속의 세법?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법' 전부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3.7/뉴스1  (세종=뉴스1) 장수영 기자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전자상거래 소비자 보호법' 전부개정안 입법예고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1.3.7/뉴스1


구속이나 속박을 싫어하는 것은 사람의 본능이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이 만든 기업 역시 어떻게 해서든 규제를 피하고 싶어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규제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법이 무엇일까? 사람이나 기업이 처한 그때그때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통상 공정거래법이라고 줄여 부른다), 세법은 빠지지 않을 것 같다.

공정거래법, 세법은 법의 목적, 내용, 집행기관 등 거의 모든 점에서 다르다. 이처럼 서로 전혀 다른 공정거래법, 세법이 최근 한 가지 이슈를 놓고 같은 방향에서 접근하고 있다. 그 이슈는 바로 ‘특수관계인들 간의 거래에 대하여 공정거래법상 가격을, 세법상 가격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이다.



공정거래법은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이는 거래 당사자인 두 법인이 사람으로 따지면 가족관계에 있는 사정을 이용하여 주고 받는 대가를 시장에서 형성되는 시가(공정거래법에서는 정상가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보다 임의로 올리거나 낮추는 것을 금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거래는 자유시장 경제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니 그에 대한 규제는 우리가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하는 이상 불가피하다.

세법 또한 특수관계인과 거래하면서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세법에서는 국내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하여는 시가, 국외 특수관계인과의 거래에 대하여는 정상가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보다 임의로 올리거나 낮추는 경우 그 차액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하여 과세표준 및 세액 조정을 통해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역시 내야 할 적정한 세금보다 더 적은 세금을 낸 것이니 세금 부과는 당연하다.



이처럼, 공정거래법, 세법 모두 특수관계인 간의 부당한 거래에 대하여 일정한 규제를 가하고 있다. 다만, 공정거래법, 세법은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 중 어떤 거래를 부당한 거래로 볼 것인지에 대하여 언제나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지는 않았다. 예를 들면, 특수관계인 간의 부당한 거래가 문제된 사안에서 법원, 공정거래위원회은 세법이 규정한 시가 산정기준을 적용하여 분쟁을 해결한 적이 있으나, 언제나 세법 기준을 적용한 것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2020년에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을 제정하면서 정상가격 산출방법으로 세법 관련 규정(예를 들면,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제5조 정상가격의 산출방법,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장 재산의 평가 등)을 명시한 것은, 특히 공정거래법, 세법을 동시에 적용 받는 기업 입장에서는 큰 의미가 있다.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행위 심사지침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공정거래법 이슈에 대응하여 정상가격을 산출할 때에는 공정거래법이 허용하는 산출방법으로 정상가격을 산출하고, 세법 이슈에 대응하여 시가 또는 정상가격을 산출할 때에는 세법이 규정하는 산출방법으로 시가 또는 정상가격을 산출하여야, 두 분야의 위험을 제거할 수 있었는데, 앞으로는 세법이 규정하고 있는 방법으로 시가 또는 정상가격을 산출하더라도 공정거래법, 세법 두 이슈를 동시에 대응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로 인한 법적 불확실성 제거, 비용 감소를 의미한다.


고객에게 공정거래법, 세법 자문을 제공하는 변호사 입장에서도, 고객이 종전에 납득할 수 없었던 의문(예를 들면, 공정거래법에 따라 정상가격을 산출하였는데, 왜 세법에서는 공정거래법에 따라 산출한 가격을 시가 또는 정상가격으로 인정하지 않는가?, 세법에 따라 시가 또는 정상가격을 산출하였는데, 왜 공정거래법에서는 세법에 따라 산출한 가격을 정상가격으로 인정하지 않는가?)을 이제는 쉽게 설명할 수 있게 되었고, 서로 간에 불필요한 오해나 시간 낭비도 생기지 않게 되었다.

어찌되었든, 특수관계인 간의 거래처럼 하나의 거래를 두고 공정거래법, 세법 등 다수의 법이 함께 문제되는 경우에는, 개별 법의 본질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가급적 동일한 기준이나 방법을 적용하는 것이 불필요한 사회적 자원 낭비를 방지하여 사회 구성원들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이런 점에서 세법상 시가 또는 정상가격 산출방법이 공정거래법에 자리 잡은 것은 환영 받을 일이다.

[전완규 변호사는 고려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회계학을 전공했으며, 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현재 대한변호사협회 세제위원회 위원, 한국국제조세협회 이사, 한국지방세연구원 쟁송사무지원 자문위원, 법률신문 판례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업무분야는 Transfer Pricing 등 국제조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지방세 관련 조세자문 및 조세쟁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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