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달 4일 오후 정부 서울청사에서 주요 정책현안 브리핑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여당의 대통령 선거 판짜기 셈이 복잡해졌다. '어대낙' 이낙연 전 대표(상임선거대책위원장)가 가장 큰 상처를 입었다. '이대로는 대선도 어렵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어대명'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부동의 여당 대선 후보 1순위로 꼽히고 있지만, 당내 주류인 친문 세력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고 보긴 어렵다. 지난 1년여간 코로나19(COVID-19) 방역을 책임지고 재난지원금 등 경기부양을 이끌어온 정세균 국무총리의 행보에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이번 서울·부산시장 선거 참패는 자연스레 여권의 대대적인 쇄신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날 민주당은 지도부 총사퇴를 결정했다. 다음달 전당대회에 앞서 원내대표 선거 일정을 앞당겨 새 지도부 구성에 나서더라도, 쇄신방안을 두고 백가쟁명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다. 향후 진로를 두고 친문, 비문간 내부 균열이 가장 나쁜 시나리오다.
= 정세균 국회의장이 21일 오후 자신의 SNS에 인스타그램 친구가 보내준 세균맨 인형을 공개했다. 정 의장은 의장 집무실 책상 위에 선물받은 '세균맨' 인형을 당분간 놔둘 계획이다. (정세균 국회의장 트위터) 2016.6.21/뉴스1
취임 이후 40차례 열린 '목요대화'는 사회적 대화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30 청년부터 4050 중장년, 소상공인·농업인·종교계·예술계·언론계, 크리에이터 등 각계각층 280명이 넘는 이들이 참여했다. 코로나19, 항아리 경제, 기후변화, 인구문제, 손실보상, 평등한 K-회복 등 다양한 주제가 올랐다. 총 100시간에 달하는 대화로 쌓은 사회적 신뢰는 소통과 협치의 기반이 됐다. 이번 선거 결과에서 보듯 극단적인 진영 논리는 이제 설자리가 좁아졌다. 야당은 물론 누구와도 '말이 통하는' 협치의 리더십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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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총리의 대권 도전 선언은 시점이 문제일 뿐, 기정사실로 통한다. 재보선이 끝나고 판은 깔렸다. 위기 때마다 등판했던 까닭에 '구원투수' 역할이 낯설지 않다. 당내 기반도 탄탄하다. 이른바 'SK계'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상당수다. 이 지사 등과의 승부는 피할 수 없다. '백신 맞은 세균맨' 정 총리가 더 큰 뜻을 펼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