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액주주님들 도와주세요"...힘쓰는 '개미'들, 영향력 커졌다

머니투데이 구단비 기자 2021.03.25 0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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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3월 주주총회 시즌을 맞아 개인 소액투자자들이 연대를 꾸리는 등 영향력을 발휘하고 나섰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의 표심을 잡거나 달래기 위한 기업들의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소액주주 200만명 이상을 보유한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는 지난 17일 제52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이날 주총은 사전 전자투표를 진행하고 사상 처음 온라인 생중계도 병행했지만 지난해의 두 배가 넘는 900여명의 주주들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지난해부터 '동학개미운동'의 주체로 활약한 개인투자자들은 단순 투자자가 아닌 주총에도 참여하는 적극적인 투자자로 발전했다.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투자자 연대'를 형성하며 기업의 경영감시를 선언하고 나섰다.

사조산업 (38,050원 ▲500 +1.33%) 소액주주연대의 경우 지난 5일 법무법인 원앤파트너스와 포괄적 법률자문계약을 체결하고 대주주의 의사결정을 적극 감시하겠다고 밝혔다. 삼천당제약 (112,300원 ▲1,300 +1.17%) 소액주주연대도 전환사채 발행 등의 경영 방식을 비판하는 의미에서 감사선임 계획을 밝혔다.



삼양식품 (446,500원 ▲103,000 +29.99%) 의 경우 경영진이 횡령으로 유죄를 받았지만 등기이사 복귀 의사를 내비치자 소액주주들이 법원에 주주명부 열람과 등사 가처분을 신청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주총을 앞둔 기업들은 자사주 매입, 현금 배당, 소통 강화 등으로 소액 주주를 달래거나 온라인 주총, 투표 등 참여 방안을 강화하며 '주주 친화적인 기업'들로 거듭나고 있다.

최근 투자주의 환기 종목에서 해제된 마크로젠 (21,950원 ▼150 -0.68%)은 정기 주총을 앞둔 지난 4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30억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결정했다. 소액주주들이 대표 사퇴를 요구하고 있는 씨젠 (22,300원 ▲50 +0.22%)도 오는 26일 열리는 주총에서 분기배당 도입과 3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에게 먼저 다가간 경영진도 있다. 오는 26일 주총을 여는 금호석유 (154,400원 ▲3,700 +2.46%)화학의 박철완 상무는 박찬구 회장과의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주당 1만1000원의 현금배당을 제안했다. 박 상무는 의결권 위임 권유를 위해 홈페이지를 업데이트하고 주주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개인 투자자들의 영향력 확대가 단기간적으론 기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겠지만 장기적 측면에선 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신규 개인 투자자가 급증한 만큼 회사에 대한 요구도 다양해지고 주주권리를 찾기 위한 단체 행동도 활발해지고 있다"며 "기업들 입장에선 개인 투자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겠지만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해 효율적인 변화를 낳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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