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안철수 갈등 최고조…"비전발표회 한다"vs"안한다"

머니투데이 안채원 기자, 이창섭 기자 2021.03.1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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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스1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오른쪽)와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영등포구 공군호텔에서 한국여성단체협의회 주최로 열린 3.8 세계 여성의날 행사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사진=뉴스1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단일화를 진행 중인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두 차례 파행된 실무협상이 14일 재개될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최악의 경우 오 후보는 '단독' 비전발표회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왜 억지 부리냐" "어디 함부로 말을 해"…고성 들린 회의장
두 후보 측 실무협상단은 지난 11일과 12일 연속으로 회의를 진행했다. 하지만 세부적인 룰에 대한 협상안은 도출하지 못한 채 회의를 종료했다.



지난 11일 회의 직후 정양석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협상단은 단일화를 위한 토론 횟수, 방식, 여론조사와 관련해 진지한 의견을 나눴다"며 "여러 합의되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내일 오전 11시에 다시 만나 토의를 계속해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어진 12일 회의에서는 양측 갈등이 보다 격화됐다. 회의장 밖으로 "왜 자꾸 억지를 부리냐" "그렇게 얘기하시면 안 된다" "어디 함부로 말을 하냐" 등 고성이 새나오기도 했다.



회의를 마친 정 사무총장은 취재진에게 "오늘 발표할 게 없다"고 답한 뒤 서둘러 자리를 이동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사무총장은 "토론회 횟수나 여론조사 문제 등에 폭넓은 의견을 교환했는데 합의를 못 했다"며 "저희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 일괄 타협하겠다는 입장이고 국민의힘은 단계적으로 하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불리하더라도 수용하면서 진행하라고 했다"지만…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사진=뉴스1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후보./사진=뉴스1

실무 협상이 난항을 겪자 안 후보는 전날(13일) 본인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화해의 제스처를 취했다.

안 후보는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협상이 국민 여러분의 기대만큼 매끄럽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국민의힘 측에서 왜 자당 후보님의 의사를 존중하지 않는지 안타깝다. 후보 간 합의된 사항이 무시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적었다.



이어 "단일화 협상의 목적과 취지를 살려 통크게 협상하고 일괄타결하는 게 시민께서 원하시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에서 각 이슈마다 잘게 쪼개는 '살라미 수법'으로 협상하자고 하는 것은 협상 타결의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는 태도다. 매번 타결이 중단될 위험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안 후보는 "저는 오늘 우리 실무협상단에 조속히 대화가 재개될 수 있게 최선을 다하라고 말씀드렸다"며 "제게 조금 불리하거나 불합리하더라도, 과감히 수용할 건 수용하면서 협상을 진행하라고 요청드렸다"고 강조했다.

이후 실무협상은 재개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오 후보 측은 오후 4시쯤 "실무협상을 내일 재개하기로 했고 비전발표회도 내일 오후 3시에 예정대로 열기로 했다"는 내용을 취재진에게 공지했다.

그러자 안 후보 측이 반박에 나섰다. 안 후보 측은 "오세훈 후보 측에서 알린 양측 실무협상단 논의 재개 결정과 14일 오후 3시 비전발표회는 아직 합의된 바가 없다"고 알렸다.

안철수 측 "비전발표회? 다른 일정 갈 것"vs오세훈 측 "혼자라도 할 것"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하지만 오 후보 측은 재차 '14일 오전 실무협상단 회의 및 오후 비전발표회 진행'을 강조했다.



특히 오 후보 측은 이날 오후 9시쯤 출입기자단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14일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에서 비전발표회를 연다고 공지했다.

공지 직후 안 후보 측은 같은 시간대에 서울 금천구 노후 아파트 현장을 방문할 계획이라고 알렸다. 비전토론회에 가지 않는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다.

안 후보 측은 또 별도의 입장문을 내 "지난 12일에 있었던 실무협상단 회의에서 토론일정과 방식 등에 대한 합의내용 도출이 어려워지자 기존 후보 간의 합의된 일정이라도 우선 진행하자는 제안이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이후 다시 비전발표회라도 먼저 하자는 제안이 있었지만 역시 최종적으로 합의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비전발표회에 대한 실무협상단과 양 후보 간 추가 논의 과정이 전혀 없었고 따라서 비전발표회에 대한 내용이 결정되거나 합의된 사실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반면 오 후보 측은 단독으로라도 비전발표회를 기존 일정에 맞춰 열겠다는 입장이다. 최악의 경우 오 후보와 안 후보가 함께 열기로 합의했던 비전발표회는 '반쪽짜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후 양 측의 추가 공지는 전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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