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만 통과됐으면 'LH 투기' 없었다" 권익위원장의 한탄

머니투데이 강주헌 기자, 기성훈 기자 2021.03.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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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 인터뷰 "법안 통과 무산되면 국민 공분-권력기관 옴부즈만 확대"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국민권익위원회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국민권익위원회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는 이해충돌방지법만 국회를 통과했어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10일 마주한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의 어조는 온화했지만 단호했다. 전 위원장은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국회의 이해관계로 법안 통과가 무산된다면 국민들의 커지고 있는 공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해충돌방지법이 미리 시행됐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거라는 아쉬움도 묻어났다. 전 위원장은 "이 법은 공직자의 부정부패를 근본적으로 막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충돌방지법은 공직자가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을 금지한다. 전 위원장은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사례와 같이 공직자가 직무상 습득한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 등 사적 이익을 취하는 것은 전형적인 이해충돌 사례"라고 설명했다.

2013년 처음 발의된 이해충돌방지법은 2015년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통과될 당시 입법에서 제외됐다.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 규정이 포괄적이라는 이유에서다. 권익위는 19·20대 국회에서도 이 법 통과를 추진했지만 논의에 진전이 없었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국민권익위원회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이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사진제공=국민권익위원회
이에 권익위는 구체성을 확보한 법안을 지난해 발의했다. 공직자들이 이해충돌 상황에서 지켜야 할 8가지 행위기준을 규정했다. 공직자가 사적인 이해관계에 맞닥뜨렸을 때 소속 기관장에게 이를 신고하거나 직무 회피, 기피 신청을 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처벌 규정도 강력하다. 공직자가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경우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전 위원장은 "사실상 위법을 행할 엄두가 나지 않을 철저한 규정"이라고 말했다.

전 위원장은 법안을 보완했고 여론이 조성된 만큼 올해 상반기에는 법안 통과 가능성을 크다고 봤다. 무엇보다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지난해 입법 이후 국회와 지속적으로 협의해왔고 이번 LH 사태를 계기로 여당에서도 반드시 통과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야당에서도 통과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올해 목표로 국가 청렴도 세계 20위권 진입을 꼽았다. 지난해 한국은 국가청렴도(CPI)에서 180개국 중 33위를 차지했다. 전 위원장은 부패를 막으면 경제 성장과 국가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자신했다.

방법은 제도 정비다. 이해방지충돌법 통과를 비롯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옴부즈만 도입을 추진한다. 권익위는 경찰 옴부즈만을 운영하며 연평균 1300건의 민원을 처리했다. 수사기관에 대해 외부에서 견제할 수 있는 효율적 방안으로 옴부즈만을 꼽는다.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오른쪽 3번째)이 지난해 10월 28일 경북 경주시 천북면 희망농원을 방문, 관계자로부터 희망농원 현황 및 국비지원 건의사항에 관해 브리핑을 듣고 있다./사진제공=국민권익위원회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오른쪽 3번째)이 지난해 10월 28일 경북 경주시 천북면 희망농원을 방문, 관계자로부터 희망농원 현황 및 국비지원 건의사항에 관해 브리핑을 듣고 있다./사진제공=국민권익위원회
취임 9개월 차를 맞은 전 위원장은 경북 경주시 한센인 마을 집단민원을 해결한 일에서 권익위의 존재 이유를 찾았다. 중앙정부 관계부처, 지자체 간 권한이 나뉘어 문제 해결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권익위가 조율에 나섰다.

전 위원장이 현장을 방문해 눈시울을 붉힐 정도로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아온 주민들이었다. 정부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40년 넘게 한센인들만 살아온 마을에는 석면 슬레이트가 남아있었고 노후 양계장에 정화장치가 없었다.

정장 차림에 베이지색 운동화를 신고 인터뷰에 참석한 전 위원장은 "권익위는 국민들이 억울한 일로 여러 행정기관을 돌다가 결국 찾아오는 곳"이라며 "제대로 역할을 하기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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