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라임자산운용의 사모펀드를 판 은행 경영진에 대한 중징계를 최근 사전 통지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전 우리은행장)에겐 ‘직무정지(상당)’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에겐 ‘문책경고’를 통보했다. 영업행위를 하지 않는 지주회사의 수장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에게도 경징계(주의적 경고)를 하겠다고 했다.
주목할 점은 금감원이 일부 CEO의 제재를 위해 지난해 법적 근거로 삼은 지배구조법뿐만 아니라 자본시장법을 끌어왔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전 하나은행장)에게 DLF 사태 관련 문책경고를 때리면서 자본시장법 대신 지배구조법을 들이대 “법적 근거가 미미하다”고 비판받았다. 중징계하기로 정해놓고 법을 꿰맞췄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금감원이 이렇게 한 데는 여러 요인이 반영됐을 것이다. 손 회장 재판부가 ‘지배구조법에 따라 은행 임원을 징계할 권한이 원칙적으로 금융위에 있다’고 지적한 점, 판매시기가 겹치는 상품을 내부통제 미흡으로 중복 제재하는 것에 대한 법적 시비가 불가피한 점 등이 그것이다. 요컨대 금감원장 전결로 문책경고를 시도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옳고 그름과 별개로 중징계는 금융지주회사의 지배구조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징계수위(직무정지 4년, 문책경고 3년)에 따라 금융권에 취업을 못한다. 재판결과를 일단 배제한다면 손 회장은 연임이 어렵다. 조 회장의 뒤를 이을 유력후보 중 한 명이었던 진 행장도 경쟁에서 탈락할 처지다. 지난해 중징계 여파로 함 부회장도 회장직 승계가 불투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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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CEO를 중징계한 효과가 적지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다. 금융회사들은 금감원 의도대로 키코 손실을 배상했고 DLF와 라임 사태에서 금감원의 분쟁조정 권고를 따랐다.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금융회사의 행동을 이끌어낸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금감원은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직접 개입한 게 됐다. 금융권은 금감원발 ‘금융회사 지배구조 재편’의 저의를 의심한다.
어느 금융회사든, 어떤 기업이든 CEO 자원은 많지 않고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인적 자원을 쳐버리면 ‘어쩌다 CEO’들이 양산될 것이다. 경영권 불안정과 조직의 분열이란 부작용도 따를 것이다. 정권이 바뀌고 수장이 갈릴 때마다 ‘어쩌다 금감원장’이 된 이들로 인해 주류와 비주류가 뒤집어지고 조직이 망가지는 경험을 이미 해보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