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로…생존 고민해야 할 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이정혁 기자 2021.01.18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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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로…생존 고민해야 할 판


법원이 18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2년 6월의 실형을 선고하면서 삼성그룹이 또 다시 '시계제로' 상황에 처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선고를 TV 중계와 보도로 접한 삼성그룹 고위 임원들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고 말했다.

삼성 서초사옥에선 선고 공판이 끝난 뒤에도 충격이 가시지 않은 듯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대화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고군분투했는데 자칫 리더십 공백이 국가적인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는 게 아닌지 걱정"이라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이날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하고 2018년 2월 이후 3년 만에 다시 법정 구속했다. 이 부회장은 재판부가 선고 직후 진술 기회를 줬지만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이 부회장 변호인단은 "법원 판단에 유감"이라며 "판결문을 검토한 뒤 재상고 여부를 말하겠다"고 밝혔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구심점 공백…2017년 당시보다 심각
= 전문가들은 이 부회장의 실형 선고로 연 매출 300조원, 임직원 30만명이 넘는 삼성그룹의 미래를 고민할 구심점이 사라진 점을 가장 크게 우려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전문경영인 체제나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 얘기가 나오는데 삼성처럼 업종이 다각화된 그룹에서는 사업 전반을 큰 그림에서 보고 총체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전문경영인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과 교수는 "전문경영인들이 열심히 하는 체제는 국내 상황에서 오래가기 어렵다"며 "경영진 내부 소통이 줄면 잠재 경쟁력마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그룹 경영진이 받아들이는 충격도 2017년 2월 이 부회장의 첫 구속 당시보다 엄중하다. 이 부회장이 이미 4년 가까이 구치소와 법정을 오가면서 사실상 그룹 전반의 미래준비전략이 제자리걸음을 한 데 이어 파기환송심 실형 선고로 이마저도 후퇴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크다.

삼성그룹 한 인사는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가 사업 유지를 위한 아주 기본적인 투자 결정 외에는 상당수 전략적 결정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릴 정도"라고 전했다. 삼성전자는 2017년 글로벌 전장(자동차 전자장비)업체 하만 인수 이후 M&A(인수합병) 사례가 없다.


삼성, 최악의 시나리오 현실로…생존 고민해야 할 판
◇"미래동력 앞서 생존 고민할 판" = 비상경영체제가 불가피하지만 쉬운 여건이 아니다. 2018년 2월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삼성전자와 삼성물산 등을 중심으로 '미니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졌지만 노조 관련 수사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최지성 전 부회장이나 장충기 전 사장 등이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되면서 조언을 해줄 원로들도 없다. 복수의 삼성그룹 관계자는 "미래동력이 아니라 당장 생존을 고민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2017년 이 부회장 구속 당시처럼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 외에는 딱히 다른 방도가 없다. 이 과정에서 계열사간 시너지 약화, 신규투자 지연 등의 전철을 되풀이할 가능성이 높다. 이 부회장이 밝힌 '뉴 삼성' 비전 역시 미뤄지게 됐다.

실형 선고에 따른 부담은 대외 신인도 하락과 브랜드 가치 하락이다. 글로벌 기술·수주 경쟁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애플이나 구글, TSMC 등 해외 경쟁업체가 삼성의 상황을 활용해 반사이익을 챙기면 삼성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경쟁력까지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재계 한 인사는 "실형 선고를 계기로 미국 정부가 해외부패방지법(FCPA)을 내세워 삼성에 수조원의 벌금을 부과하거나 계약 해지를 통보할 가능성도 있다"며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예측할 수 없다는 게 더 큰 불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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