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재활용 안되는 예쁜 쓰레기" 화장품 용기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1.01.12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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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용기 "재활용 어려움" 표기, 일단 예외로...장기적으로 재활용 용기 비중 늘려야

(오른쪽 위부터 반시계방향으로)톤28의 재활용 가능한 종이 화장품 용기 이미지, (오른쪽 아래) 한국콜마가 개발한 종이 튜브 화장품 용기 이미지/출처=각사 (오른쪽 위부터 반시계방향으로)톤28의 재활용 가능한 종이 화장품 용기 이미지, (오른쪽 아래) 한국콜마가 개발한 종이 튜브 화장품 용기 이미지/출처=각사


환경부가 화장품 용기에 "재활용 어려움" 표기를 예외로 적용하는 고시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지가 중요한 화장품의 수출 등 화장품 업계 상황을 고려한 환경부의 조치에 환경단체가 반발하면서다.

색상·디자인이 수 천 가지에 이르는 화장품 용기는 플라스틱이나 유리로 제작되지만 사실상 90% 가량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내용물을 깨끗이 제거하는 것도 어렵고 재질·색상도 매우 다양해서다. 때문에 용기 뒷면에 '재활용 어려움'을 표기해야 하지만 환경부와 화장품업계의 논의 결과 일단 예외로 인정됐다.



12일 환경부와 화장품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포장재 재질·구조 등급표시 및 분리배출 표시에 관한 고시' 개정안을 재행정예고했다. 고시 제18조제1호에 따른 화장품 포장재 중 "환경부장관과 회수 및 재생원료 사용에 관한 협약을 체결한 유리병, 페트병 또는 합성수지 재질의 단일·복합재질 용기·트레이류"는 '재활용 어려움' 표기에서 제외됐다.

환경부의 결정에 환경단체는 "법 개정 취지에 어긋나는 결정"이라고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환경부의 해당 고시에는 제정안에 반대하는 400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환경단체 측은 관련법이 2018년 개정된 뒤 2019년 말 시행됐지만 화장품 업계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화장품업계는 유리 또는 플라스틱 용기 디자인은 소비자들의 제품 선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로,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고충을 호소하고 있다. 또 화장품 용기는 내용물 변질을 방지하는 특수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페트병 등 '재활용 우수' 등급 소재를 사용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다.

국내 주요 화장품 기업 중 아모레퍼시픽은 공병을 수거해 벤치를 만드는 '그린사이클'을 통해 폐 화장품용기를 회수하고 있지만, 화장품 업계 전체로 볼 때 극히 일부에 그치고 있다.

당장 화장품 용기를 재활용 가능하게 바꿀 수는 없어도, 친환경이라는 메가 트렌드에 맞춰 재활용이 용이한 소재로 용기를 변경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트렌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화장품 친환경 스타트업으로 UNSDGs(UN지속가능개발목표)협회로부터 '글로벌 지속가능 브랜드 30'에 선정된 '톤28'은 재활용 가능한 종이 용기를 선구적으로 사용해 주목받고 있다. 친환경·비건으로 무장한 톤28은 지난 2017년 아모레퍼시픽의 첫 스타트업 투자를 받은 기업이기도 하다.

톤28은 화장품 성분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플라스틱 사용량은 줄이기 위해 약 500번의 테스트를 거쳐 환경에 무해한 용기를 개발했다. 한국환경공단의 인증을 받은 재활용 가능한 종이 패키지에 화장품을 담고 뚜껑 부분에만 소량의 분리배출 가능한 플라스틱을 부착했다.

톤28 측은 "종이용기라 사용이 조금 불편할 수 있지만 불편함이 환경과 동물을 살릴 수 있다"며 "일부분은 플라스틱에 의존하고 있지만 플라스틱 사용량을 크게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제조·개발·생산(ODM) 기업 한국콜마도 지난해 11월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할 종이 튜브를 개발했다. 플라스틱 사용이 불가피한 뚜껑을 제외한 부분을 모두 종이로 대체했다. 현재 다수의 고객사와 종이튜브 제품화를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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