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검사의 커밍아웃. 이 용어들을 먼저 붙여쓴 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쪽이다. 추 장관은 개인 SNS에 자신을 비판한 평검사에 대한 기사를 공유하며 "이렇게 커밍아웃해 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는 문구를 올렸다. 본래 커밍아웃은 동성애자 및 성 소수자들이 성적 정체성을 스스로 밝히는 일을 뜻한다.
추 장관의 첫 번째 수사지휘권이 발동됐을 때도 검찰 내·외부에서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지금처럼 다수의 평검사들이 익명을 깨고 문제 제기를 하진 않았다. 당시 한 검사는 "요즘은 내부망에 글이 잘 올라오지 않는다"며 "댓글이라도 함부로 달았다간 인사 때 불이익을 당하는 시대가 아니냐. 우리도 공무원일 뿐이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우리가 역사적 변화의 계기라고 일컫는 어떤 사건들은 종종 이성보단 감성에 의해 촉발되기도 한다. 물론 수사지휘권의 두 번째 발동이나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 진행 등 법무부의 압박이 더 거세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결코 새롭게 여겨질 만한 일은 아니다. 어떤 검사는 박 전 지검장의 사의 글에 대해 "모두가 품고 있던 생각을 명확히 표현해 준 것 같다"면서 "검사라면 누구나 다 저렇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박 전 지검장이 남긴 글 이후 검사들의 글은 줄지어 올라오고 있다. 댓글도 예외는 아니다. 표현들은 점차 격해진다. '국정농단'을 수사했던 검사는 현 법무부를 두고 "박근혜 정부 시절 최모씨의 인사농단이 떠오른다"고 했고,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의 사위인 검사는 추 장관을 향해 "정부와 법무부 방침에 순응하지 않는 검사들을 인사로 좌천시키거나 사직하도록 압박하는 것을 검찰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익명의 커튼을 열어 젖힌 이들은 부장검사부터 평검사까지 다양하다. 커밍아웃이라 불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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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분위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는 미지수다. 검찰 내부에서 추 장관 뿐 아니라 윤 총장에 대한 시선도 곱지 않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장관도 총장도 싫다"는 거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구조가 뚜렷해지면서 추 장관을 비판하면 윤 총장의 편인 것처럼 보이는 게 요즘의 현실이다. '그 누구의 편도 들고 싶지 않은' 검찰이 계속해서 한목소리를 내기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