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먹고 못살아"…우리 밀·콩 키워야 식량안보 지킨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2020.10.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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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시대, 정책현장이 바뀐다]

24절기중 9번째 절기인 망종(芒種)을 맞이한 지난 5일 국립식량과학원 밀 재배 포장에서 관계자들이 농기계를 이용해 밀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제공=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24절기중 9번째 절기인 망종(芒種)을 맞이한 지난 5일 국립식량과학원 밀 재배 포장에서 관계자들이 농기계를 이용해 밀을 수확하고 있다./ 사진제공=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충남 서산 간척지에서 시험재배되고 있는 우리 품종 수수./ 사진제공=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충남 서산 간척지에서 시험재배되고 있는 우리 품종 수수./ 사진제공=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커진 글로벌 식량위기…지난 3월 각국 주요 곡물 수출제한
올 초 불거진 '코로나19' 여파는 컸다. 지난 3월 베트남·러시아 등 30여개 국가에선 쌀·밀 등 주요 곡물의 수출제한 조치가 단행됐다. 유엔식량기구(FAO)도 식량 위기 가능성을 연일 경고했다. 게다가 지구촌 기상이변까지 겹치며 '식량 보호주의' 움직임도 없지 않았다.

8개월이 지난 지금 각국의 수출제한은 대부분 해제됐고, 우리나라도 곡물 수입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지만 이번 사태로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그 어느때 보다 절실하게 다가왔다. 이번 코로나19는 국제곡물 수급 상황이 안정적이라도 언제든지 식량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과거 곡물위기는 주로 기상이변에 따른 생산량 감소 등이 주요 원인으로 발생했다. 반면 올해는 주요 곡물의 작황이나 재고가 안정적이라도, 감염병 확산으로 수출제한, 물류차질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새로운 유형의 위기로 다가왔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주요 곡물의 식량자급률 제고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됐다.



식량자급률이란 '한 나라의 식량소비량에서 국내생산량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일부에서는 식량안보를 위해 자급률을 높여야 하고, 그러려면 국내 생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소비·적정 가격이 뒷받침되지 않는 생산은 득보다 손실이 더 크다.

"밥만 먹고 못살아"…우리 밀·콩 키워야 식량안보 지킨다
쌀 제외한 밀·콩 식량자급률 0.7%·26.7% 그쳐
2017년 쌀 자급률은 103.4%였다. 자급률 측면에서 일견 바람직하게 보이지만, 수요를 훨씬 넘어서는 생산으로 쌀값이 추락하고 공공비축미 우선지급금 환급사태가 초래됐다. 자급률을 높여 위기상황에 대처해야겠지만, 무조건 생산을 늘려 자급률을 높이자는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것이다.

한국은 연간 약 2000만톤 정도 곡물을 소비하는데 이중 1600만톤을 수입하고 400만톤을 국내에서 생산한다. 곡물자급률은 21% 수준이다.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선 경제성이 낮은 사료곡물(수입곡물중 1100만톤) 보다 식량용으로 수입하는 900만톤의 곡물을 국내에서 대체하는 게 중요하다.


2019년 현재 국민 1인당 연간 곡물 소비량은 109.5kg을 기록했다. 쌀 59.2kg, 밀 31.6kg, 콩 6.3kg 순으로 소비 비중이 높다. 주곡인 쌀은 이미 자급이 가능한 상태다. 매년 35만톤을 공공비축할 정도여서 위기발생 시 대응에 큰 문제가 없다.

그러나, 밀·콩의 경우 쌀 다음으로 소비 비중이 높지만 수입에 대부분 의존하는 실정으로 식량자급률(2019년)은 각각 0.7%, 26.7% 에 불과하다. 비축량 또한 쌀에 비하면 아직 적은 수준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비 비중이 큰 밀과 콩의 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식량안보의 핵심이다.

"밥만 먹고 못살아"…우리 밀·콩 키워야 식량안보 지킨다
내년 '제1차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 수립…전방위 지원
농림축산식품부는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밀·콩을 중심으로 국내 생산·유통·소비 기반을 확충할 계획이다. 또 비상시에 대비한 밀·콩 비축량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해외곡물 조달시스템도 정비해 나갈 예정이다.

밀은 올해 밀산업 육성법을 시행하고 밀 비축을 본격화 하면서 2020년 밀 재배면적이 전년대비 40%이상 증가했다. 특히 내년부터 5년간 '제1차 밀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국산 밀산업을 적극 육성하기로 했다.

국내 적합한 품종 및 재배기술 개발·보급, 저장·건조시설 지원 등을 통해 생산·유통 전반에 걸쳐 산업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소비 확대를 위해 맛좋은 국산 밀 품종을 육성해 이를 전문단지에서 재배하는 한편 공공급식 등 대량 수요처에 공급해 나갈 예정이다.

전북 부안군 우리밀영농조합법인은 대표적 모범 사례다. 144개 농가가 참여, 450ha에 달하는 면적에 규모화된 밀 생산단지를 조성했다. 우리밀영농조합법인은 순도높은 종자를 생산, 농가에 우선 공급한 뒤 단지내 토양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맞춤형 비료를 생산, 최적의 재배환경을 구축했다. 2025년까지 부안군 밀 소비량의 30%를 자체 생산분으로 충당하겠다는 목표도 추진중에 있다.

보리밭에서 황그빛으로 잘 여문 보리 수확이 한창이다. / 사진제공=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보리밭에서 황그빛으로 잘 여문 보리 수확이 한창이다. / 사진제공=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

내년 밀·콩 예산안도 426.4%·86.4% 수준으로 증액
콩의 경우, 논타작물재배지원 사업 등의 성과로 최근에 논콩을 중심으로 재배면적과 생산이 지속적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논콩 생산단지, 종합처리장 및 계약재배 지원 등을 확대해 안정적인 콩 생산·공급 기반을 조성한다. 소비 측면에서는 업체의 국산콩 사용계획에 따라 안정적으로 국산콩을 공급하고, 군납 장류용 콩을 수입산에서 국산으로 대체하는 등 국산콩 사용을 확대한다.

아울러 밀·콩 비축량도 국내 생산 수준에 맞춰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감으로써 위기 상황에 대비하고, 밀·콩의 소비 확대를 유도해 나갈 작정이다. 이를 위해 2021년 국산 밀·콩 예산안도 전년대비 각각 426.4%, 86.4% 수준으로 크게 증액해 현재 국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박수진 농식품부 식량정책관은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제기된 만큼 이에 대비한 식량안보를 강화하는게 필요하다"며 "소비량은 많지 않지만 주로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밀·콩 등 주요 곡물의 국내 자급기반을 강화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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