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 못지않은 K농산물 인기...한국판 제스프리로 키운다

머니투데이 상주(경북)=정혁수 기자 2020.10.20 04:20
글자크기

[FTA시대, 정책현장이 바뀐다]

·
지난 16일 포도 수확이 한창인 경북상주 고산영농조합법인에서 황의창(왼쪽에서 4번째)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 김형수(왼쪽에서 5번째) 고산영농조합법인 대표 등 관계자들이 잘 익은 샤인머스켓을 들고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지난 16일 포도 수확이 한창인 경북상주 고산영농조합법인에서 황의창(왼쪽에서 4번째) 한국포도수출연합 대표, 김형수(왼쪽에서 5번째) 고산영농조합법인 대표 등 관계자들이 잘 익은 샤인머스켓을 들고 환하게 미소짓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사례1. VI.P(빈쉬가우 과일·채소생산자연합)는 이탈리아 남티롤 사과 수출조직이다. 사과 생산량이 유럽연합(EU)의 20%를 차지하는 이탈리아 내에서도 성공적인 품질관리와 마케팅활동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에는 32개의 사과판매 전담 협동조합이 있고 이를 통해 지역 생산량의 90%가 판매되고 있다.

생산물은 100% 조합을 통해 출하하는 게 조합원 의무이자 권리다. 이를 준수치 않을 경우 조합원 자격상실은 물론 조합에서도 퇴출된다. VI.P는 일정한 품질 및 품종 기준 규격을 설정하고, 소속 조합은 규격화된 생산물을 선별·출하한다. 모든 조합에서 생산된 사과 품질이 균일하게 유지되는 비결이다.



#사례2. 전 세계 최대 키위 수출국 뉴질랜드에서 1980년대 벌어진 일이다. 당시 농가간 수출경쟁이 심해지면서 경영난에 처한 수출업체들이 잇따라 도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뉴질랜드 정부는 이후 마케팅보드(Marketing Board, 특정 지역내 특정 상품 매매를 규제하기 위한 기구)를 설립, 수습에 나섰다.

키위 마케팅보드는 우선 브랜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제스프리(Zespri)'를 개발했고, 1997년 마케팅전문회사인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을 출범시켰다. 제스프리 인터내셔널은 키위 수출에 있어 단일 창구가 됐고 다양한 키위 상품에 대한 독점 마케팅 권한이 부여됐다. 글로벌 시장에서 뉴질랜드산 키위 경쟁력은 이제 '넘사벽'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BTS 못지않은 K농산물 인기...한국판 제스프리로 키운다
BTS 못지않은 K농산물 인기...한국판 제스프리로 키운다
한국 정부도 이같은 해외 농업선진국의 움직임에 맞춰 농산물 수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2018년부터 시작한 '수출통합조직 육성사업'은 이중 대표적인 프로젝트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딸기·파프리카·버섯류를 시작으로 2019년엔 포도·절화류·배 등 6개 신선농산물이 조직구성을 마쳤다.



중·소규모로 운영되고 있는 생산자단체와 수출업체를 통합·육성함으로써 해외바이어에 대한 협상력을 제고하고 저가경쟁으로 인한 수출업체간 과당경쟁의 폐해를 방지하겠다는 포석이다. 또 이를 통해 통합조직을 중심으로 한 균일화된 품질관리가 가능해 졌고 생산물의 안전성도 확보하게 됐다.

지난 16일 샤인머스캣 수확이 한창인 경북상주 고산영농조합법인 선별장. 이 곳에서 만난 농업회사법인 (주)한국포도수출연합 황의창(63) 대표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농가별·업체별로 각개약진을 하다 보니 해외시장에서 우리끼리 치고받는 사례가 많았다"며 "작년부터 '케이 그레이프'(K-grapes)라는 단일 브랜드로 수출되면서 가격 경쟁력 유지는 물론 '맛있고 안전한' 농산물이라는 이미지를 확실히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포도수출연합(2019년 5월23일 발족)에는 현재 생산농가 56개, 수출업체 53개 등 총 109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고산영농조합법인은 그중 가장 큰 법인이다. 포도 통합조직이 육성되면서 78.5%에 그쳤던 수출비중은 91.9%로, 수출액은 2280만불(전년대비 64.3% 상승)로 증가했다.
경북 상주에 위치한 고산영농조합법인 소속 직원들이 수출에 앞서 샤인머스캣 선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고산영농조합법인경북 상주에 위치한 고산영농조합법인 소속 직원들이 수출에 앞서 샤인머스캣 선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고산영농조합법인
경북 상주에 위치한 고산영농조합법인 소속 직원들이 수출에 앞서 샤인머스캣 선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고산영농조합법인경북 상주에 위치한 고산영농조합법인 소속 직원들이 수출에 앞서 샤인머스캣 선별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고산영농조합법인
2018년 수출통합조직이 결성된 버섯류·딸기도 지난 해 수출 5400만달러·5200백만달러를 기록, 전년 동기대비 각각 9.6%·14.8% 성장했다.


농식품부는 이를 위해 다양한 정책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국내 생산기반이 구축된 품목 중 딸기·포도와 같은 '스타품목'을 집중 육성해 품목별 1억불 이상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수출품종을 다양화 하고 재배·선도유지기술 확산을 통해 생산기반을 공고히 했다.

아울러 재배기준을 표준화 하고 재배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영농시기별(준비·재배·수확) 현장교육을 강화해 품질 균일화도 추진한다. 샤인머스캣의 경우, 홍콩·싱가포르(500~600g), 중·미·호주(700g), 베트남(800~1000g) 등 국가별 선호도를 차별화하는 맞춤형 생산체계도 구축할 방침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 제고를 위해 품목별(포도·딸기·배) 최저수출가격(체크프라이스·Check Price)도 마련하는 한편 중국산 샤인머스켓 생산량 증가 등에 맞서기 위해 '저온유통체계 구축사업'도 진행중이다. 예냉처리로 저장기간을 연장시켜 샤인머스캣이 생산되지 않는 2~5월에도 중국·베트남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김종구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관은 "한국 신선농산물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모방상품 개발, 가격덤핑 등 각국의 도전이 거세지고 있다"며 "철저한 품질관리와 높은 수준의 안전성 확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 제고는 물론 농업인 소득제고에 최선을 다 하겠다"꼬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