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돌며 생산량 실측…농민 피말리던 '수급대란' 고리끊다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2020.12.04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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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시대 정책현장이 바뀐다]

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이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를 찾아 작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농식품부이재욱 농식품부 차관이 고랭지 채소 재배단지를 찾아 작황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농식품부


대표적인 겨울 작목인 마늘과 양파는 농업정책을 수립하는 공무원 입장에서는 엄청난 '골칫거리'다. 기후변화에 민감할 뿐만 아니라 생산량 예측이 조금이라도 어긋날 경우 가격이 크게 오르거나, 반대로 곤두박질쳐 대책을 둘러싼 민원이 그치질 않았다.

해마다 반복되는 수급대책 '돈낭비'…실측통한 농업관측 도입
지난해에도 상황은 반복됐다. 당시 과잉생산된 양파를 폐기하는 데 투입된 정부 예산만 300억원에 달했다. 생산농민·농업인단체들은 "현장에선 과잉생산을 예측하고 수확기 이전에 생산량 조절을 요구했지만 결국 수확기가 돼서야 폐기가 추진돼 돈 낭비를 불러왔다"며 정부의 정책실패를 질타했다.



반복되는 마늘·양파 가격폭락 문제는 국회에서도 '단골 메뉴' 였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은 가격 하락으로 인한 농민 손해보전 문제, 이로인한 시장가격 상승 대책 등에 대한 해답을 내놓으라고 몰아 부쳤다.

끝없이 반복될 것 같던 채소 수급 불균형 문제가 올해 드디어 그 고리를 끊었다. 수 차례의 대책에도 가격불안 등이 재연되며 "수급정책 실패"라는 비판을 받아온 정부가 올해는 선제적 대책으로 마늘가격 안정을 도모했다. 재배 농가를 대상으로 한 현장 실측과 이를 기반으로한 농업관측의 정확도가 이를 뒷받침 했다.



김현수 농식품부장관은 이를 위해 올해 농업관측 예산을 크게 증액했다. 정확한 수급대책을 세우려면 사전 생산현황 조사가 중요하다고 봤다. 2019년 85억에 머물렀던 농업관측 예산은 올해 169억으로 껑충 뛰었다.

전국 돌며 생산량 실측…농민 피말리던 '수급대란' 고리끊다
드론·위성항법장치 등 활용 실제상황 DB작업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연구원이 직접 현장을 찾아 드론을 활용한 재배면적 측정을 실시중이다. /사진=KREI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연구원이 직접 현장을 찾아 드론을 활용한 재배면적 측정을 실시중이다. /사진=KREI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농업관측본부장은 "장관께서 현장상황에 대한 정확한 실측의 중요성을 반복해 강조했다"며 "드론(Drone)·위성항법장치(GPS) 등을 이용한 첨단장치들이 동원됐고 이를 토대로 농업관측의 신뢰성이 크게 개선됐다"고 말했다.

현장의 변화는 농업관측의 내용과 방식에서 시작됐다. 지금까지는 조사기관에서 농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재배면적·재배의향·수확량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조사원이 직접 눈으로 크기·거리를 헤아리는 목측과 설문조사가 병행됐다. 품은 많이 들었지만 '사각지대'가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정성적 방식은 올해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실측방식으로 개편됐다. 조사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가 작물상태를 확인하고 계측장비로 이를 계량화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관측정보를 생산했다. 정성적 방식으로 인한 비표본오차를 해소하고 자료의 객관성을 확보한 것이다.

전국 돌며 생산량 실측…농민 피말리던 '수급대란' 고리끊다
농가와 동행한 재배면적(마늘·양파·배추·무·고추 등) 조사에서는 GPS·드론 등의 장비가 동원돼 정확도를 높였고, 생육조사에는 목측이 아닌 전자저울·버니얼캘리퍼스(디지털) 등이 활용됐다. 농가별 1필지를 대상으로 3개 포구 3개를 선정한 뒤 월 2~3회 생육 상태를, 수확후엔 실측도 실시했다.

실측을 통해 구체적인 통계가 생산되다 보니 농업관측간 격차는 현저히 줄어 들었다. 재배면적(마늘)의 경우 2019년 808ha에 달하는 격차가 발생했지만 올해는 526ha에 그쳤다. 작년 3차례(4월·5월·6월)나 있었던 마늘 수급대책은 올해 2차례(3월·5월)로 줄었고 가격도 안정세를 유지했다.

수확기 이후 도매가격 추이도 변화가 생겼다. 2019년의 경우, 마늘 1kg당 4280원(7월)→3992원→3958원으로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올해는 같은 시기 5452원(7월)→6826원(8월)→6897원으로 가격대가 형성되면서 농가 경영안정에 큰 도움이 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농어관측본부 연구원들이 재배현장을 찾아 생육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KREI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농어관측본부 연구원들이 재배현장을 찾아 생육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KREI
농업관측 정확도 제고…수확후 가격안정세 유도
축적된 실측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면서 도매상인, 농민, 생산자단체 등의 활용도 또한 높아졌다. 필지·생육·기상·분석모형 등에 관한 데이터를 공유하자 KREI 홈페이지에 접속한 누적 접속자가 14만7729명, 데이터 다운로드 건수가 3만9651건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지난 7월 양파·마늘 농가를 중심으로 한 의무자조금 단체가 출범한 것도 이같은 수급정책에 긍정적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수급정책 파트너로서 품목별 생산자단체 스스로 실측 정보를 활용해 자율적 수급조절 노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권재한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올해 농업관측을 데이터 기반의 실측조사로 전환하면서 한발 빠른 수급대책을 추진할 수 있었다"며 "관측 신뢰를 바탕으로 생산자가 수급조절 주체로 자리매김 할 수 있도록 자조금 운영활성화 등을 포함한 제도 정비에도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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