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화=김현정 디자인기자
친정 엄마와 함께 살고 있었지만, 전혀 도와주지 않았다. 미혼모로 장애 아동을 키우는 걸 달가워하지 않아서였다. 그리 갑작스레 엄마가 됐고, 정부 복지 서비스도 전혀 몰랐고, 죄책감이 심했다. 아이 장애가 본인 잘못 때문에 생겼다고 믿어서였다.
새벽에 홀로 탯줄 끊는다
유미숙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팀장은 "임신한 사실을, 출산 일주일 전에 아는 미혼모도 봤다"고 했다. 어떻게 모르느냐 했더니, 실제 배가 많이 안 부르는 경우도 있단다.
실제 그랬다. 40대 중반 한 미혼모는 임신 막달이 돼서야 스스로 확신했다. 원래 살던 상황이 열악했다.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8년 전 금융 문제로 주민 등록이 말소됐다. 고시원에서 살았고 병원엔 한 번도 못 갔다. 미혼모 시설에 전화했지만 "기다리라"는 말만 들었다. 나이도 많고, 주민 등록도 없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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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례도 있다. 멀쩡히 회사를 다니다, 자택서 새벽에 혼자 탯줄을 끊는단다. 유 팀장은 "그런 사례를 올해만 다섯 건 봤다"고 했다. 현실을 부정하다 화장실에서 출산하기도 한다.
경제적 어려움, 주거 불안, 편견, 돌봄 등 총체적 접근 필요
경제적 곤란이 우선이다. 육아정책연구소 2018년 연구(김지현·권미경·최윤경)에 따르면, 미혼모 가구 총 생활비는 평균 107만6000원. 채무가 있는 가구는 66.3%에 달했다. 그러나 같은해 인구복지협회 조사에 따르면 미혼모 월 평균 소득액은 92만3000원에 불과했다.
미혼모 81.7%는 임신으로 인해 퇴직한다고 했다. 병원비가 없다. '출산 때까지 병원에 안 간다'는 응답이 3.7%, 임신 34주 이후에 간단 응답도 2.3%에 달했다. 산후 조리도 못하는 경우가 28.3%였다.
주거도 불안하다. 전국에 145개 미혼모 지원 시설이 있지만, 입소 기간은 3년이다. 최장 2년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그 뿐이다. 전체 인원을 수용할만큼 충분치도 않다.
홀로 탯줄 자르게 하는 사회…지원 시스템 부재
출산 직후, 그리고 자녀를 양육할 때 필요한 정보도 구하기 어렵다. 정부는 여성가족부와 보건복지부 등 주무 부처가 제각각, 민간도 각 센터별로 따로 지원하는 탓에 혼란을 겪는다. 한 온라인 카페에선 미혼모가 "아동 양육비 지원시 부모 재산도 보느냐"고 묻자 "그렇다"는 응답이 나왔다. 잘못된 정보였다.
비난과 손가락질은 쉽다. 그러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꼭꼭 숨어 곪게할 뿐이다. 총체적인 이유를 들여다 봐야 한다. 왜 홀로 탯줄을 끊고, 키우는 걸 포기할 수밖에 없는지. 우리나라서 미혼모가 산다는, 그 다양한 어려움 말이다.
윤 팀장은 "당근마켓에 아기를 판 엄마 상황은, 딱 꼬집어 '이것만 문제'라고 할 수 없다. 이들을 지원할 수 있는 여러 시스템이 부재한 게 문제"라며 "혼자 임신해서 키울 수 있는 사회라면 탯줄을 자르고 하지 않을 것"이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