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로비설 우리은행 "사실무근"..구설수 오른 손태승 회장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20.10.19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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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라임 사태의 핵심으로 지목되는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회장이 지난 16일 옥중 입장문에서 우리은행장, 부행장을 대상으로 로비를 했다고 언급하자 우리은행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진압에 나섰다. 김 전 회장을 상대로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라임 펀드 상품을 판매할 당시 은행장은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다. 검찰이 지난 2월 라임 펀드 판매와 관련, 우리은행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김 전 회장의 폭로(?)에 대한 수사도 계속 되고 있는 만큼 로비설의 진위는 검찰에서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의 로비설은 우리은행이 라임자산운용 상품 판매를 중단했는데 판매를 재개해달라며 검찰 출신 정치인을 통해 로비를 했다는 게 요체다. 우리은행은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라임자산운용 상품을 3577억원 어치 팔았다. 판매사 중 최대치다. 게다가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가 우리은행 출신이다. 우리은행이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정황이 존재하는 셈이다. 우리은행이 자행 출신이 대표로 있는 라임의 펀드를 밀어 준 게 아니냐는 얘기도 그래서 나왔다.



그러나 로비설의 사실관계는 불명확하다. 예컨대 로비의 시점이다. 우리은행이 환매가 중단된 플루토 FI D-1호, 테티스 2호, 플루토 TF-1호 등 라임 상품 판매를 중단한 건 지난해 4월이다. 우리은행이 라임 상품을 팔기 시작한 2017년 6월부터 2019년 4월 사이 라임 상품 판매를 멈춘 적은 없었다. 만약 상품판매 재개를 요청했다면 지난해 4월 이후가 된다. 누가 어떻게 당시 손행장에게 접근하려고 시도했는지 김 전 회장의 말만 가지고 파악할 수 있는 건 없다. 무엇보다 김 전 회장의 발언에 신뢰성을 부여하기 힘들기 때문에 지금 단계에서 어떤 단정도 할 수 없다.

김 전 회장은 19일 두 번째 낸 입장문에서 “개그맨 김한석씨가 공개한 녹취록에 이미 우리은행이 언급돼 기사화 된 상황이라 우리은행 이름을 공개한 것”이라며 한번 더 우리은행을 강조했다. ‘김한석 녹취록’은 김씨에게 라임 투자를 권유했던 장 모 대신증권 반포WM센터장이 김씨와 대화 중 “김상조(청와대 정책실장)에게 들어가는 우리은행 내부문건을 내가 입수했다”고 한 부분을 말한다. 언론 보도 전 우리은행에 관한 ‘그 무엇’을 김봉현 전 회장은 인지하고 있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이 역시 일방적인 주장이므로 판단을 유보할 수 밖에 없다.



법적 조치를 거론하며 강경하게 대처하고 있지만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은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라임 피해자들에 대한 손실 보상에 적극 나서며 라임과 악연을 정리하던 중에 돌발 상황이 생긴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2018년 11월 이후 판매한 플루토 TF-1호 투자원금(650억원)을 투자자에게 전액 반환하라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위원회 권고를 지난 8월 수용했다. 플루토 TF-1호 이외 펀드에 대해서도 ‘추정손해액’을 기준으로 선배상 하도록 유도하는 금융감독원의 방침에도 가장 먼저 호응하고 나선 게 우리은행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손 회장이 은행장을 겸임하던 시절 발생한 라임 사태를 빨리 수습하려던 차에 손 회장을 겨냥한 로비설이 불거지면서 우리은행의 손실보상 노력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은 관계자는 “행장·부행장에 대해 로비를 했다는 건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특정인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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