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공공청사 경비' 자치경찰 업무서 빼달라…국회 요청

머니투데이 김남이 기자 2020.10.13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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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이 국회에 자치경찰 담당 업무 수정을 요청한다. 일선 경찰의 반발이 심한 △노숙인 보호 △청사 경비 △지역축제 관리 등을 자치경찰 업무에서 빼는 방안이다. 이와 함께 전면 시행 전 시범 운영도 제안할 계획이다.

경찰, '자치경찰' 업무 중 노숙인 보호·청사 경비·지역축제 관리 삭제 요청
경찰청, '공공청사 경비' 자치경찰 업무서 빼달라…국회 요청


12일 경찰에 따르면 경찰청은 발의된 '자치경찰제 관련 경찰법·경찰공무원법' 개정안에서 자치경찰 업무 중 △노숙인·행려병자 등 보호조치 △공공청사 경비·지역축제 관리 문구 삭제를 추진한다.



지난 8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자치경찰제 개정안은 현재의 경찰 체계를 유지하면서, 경찰을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나눈 방안이 담겼다. 지역의 생활안전, 교통, 경비, 여성청소년 업무 등은 자치경찰이 맡는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거센 반발이 일었다. 특히 본래 지자체에서 주로 맡았던 노숙인 보호조치 관련 업무, 공공청사 경비, 지역축제 행사 교통 및 안전관리 등을 자치경찰이 맡는 내용에 반대가 컸고, 경찰청이 현장 의견을 반영해 국회에 수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성폭력 범죄 수사를 자치경찰이 맡는 것도 수정을 추진한다. 성폭력 범죄가 다른 강력 범죄와 연루된 경우가 많고, 전문성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경찰청은 성범죄 수사를 ‘공연 음란’ 등으로 한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자치경찰을 지휘·감독하는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운영도 수정을 요구한다. 위원 자격에 경찰 재직자(3년 이상)를 추가해 전문성을 높이고, 직권 감찰권 부여를 재검토할 것을 국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수정안을 국회에 적극 의견을 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자치경찰, 우선 시행하고 보자는 식'…지자체도 불만, 경찰 "시범 운영 필요"
전국 경찰직장협의회 비상대책위,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 지부, 경찰청 주무관노조는 지난 9월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김영배 의원 대표 입법발의된 자치경찰법안의 폐기와 재논의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민관기 전국 경찰직장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전국 경찰직장협의회 비상대책위, 국가공무원노조 경찰청 지부, 경찰청 주무관노조는 지난 9월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김영배 의원 대표 입법발의된 자치경찰법안의 폐기와 재논의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민관기 전국 경찰직장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제는 시간이다. 자치분권위원회에 따르면 오는 12월 개정안 통과가 목표다. 현재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내년 1월 1일부터 전면 시행이다. 법안에 시행 전 시범운영할 수 있다는 부칙이 있지만 사실상 의미가 없다.


경찰에서는 자치경찰제 도입과정에서 치안공백이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시행 전 시범 운영하는 방안을 국회에 요청할 계획이다. 김창룡 경찰청장도 기자간담회와 국정감사 등에서 "시범 운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일부에서는 연내 법안 통과 자체가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경찰뿐만 아니라 자치경찰을 운영해야 하는 시·도 자치단체에서도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와서다. 자치단체도 조직, 인력, 사무, 예산 등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시·도 자치단체에 권한을 더 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애초에 연내 통과라는 목표 자체가 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자치경찰제 도입 시행 계획을 보면 우선 법안을 통과시키고 문제가 되는 것은 그 후에 보완하자는 방식이다. 자치경찰 도입 후 2021년부터 필요한 입법은 개정하고, 운영방안은 지속 수정·보완하는 게 현재까지의 계획이다.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 관계자는 "국민의 안전과 치안 문제를 두고, 내부 의견 수렴 등이 없이 너무 서두른다는 느낌이 있다"며 "경찰 외에도 관련 이해 관계자가 많아 전면 시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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