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책상" 말하니 입앞에 공기덩이…거리두기 소용 없었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10.06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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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자협회 코로나19 연구 속보…주기적 실내 환기와 공기정화장치 가동해야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 한켠에 의자와 테이블이 쌓여있다/뉴스1사회적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서울의 한 스타벅스 매장 한켠에 의자와 테이블이 쌓여있다/뉴스1


코로나19(COVID-19) 전파를 막기 위해 대부분 커피전문점·식당 등에선 매장 내 좌석을 줄여 테이블 간 간격을 넓히거나 ‘좌석 한 칸 띄어 앉기’ 등을 실시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가 실제 방역 효과를 가져올까.

6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발행한 ‘코로나19 연구 속보’에 따르면 미국 프린스턴대와 프랑스 몽펠리에대 공동연구팀이 실내 공간에서 공기 입자들의 흐름을 분석하는 방법으로 실험한 결과, 실내공간에서 2m 이상 거리 두기를 해도 주기적 환기나 공기정화장치가 없다면 방역에 직접적 도움이 되지 못한다.



유체역학 전문가들로 구성된 연구팀은 고속촬영 카메라를 이용해 실내공간에서 이뤄지는 일상적 대화에서 생성된 비말(침방울)들이 얼마나 빨리 또 얼마나 멀리 퍼지는지를 실험했다.

연구팀은 먼저 ‘우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물리칠 것이다’와 같은 짧은 글에서부터 ‘철수책상철책상’처럼 발음하기 힘든 문장, 동요에 이르기까지 몇 가지 문장을 말하는 동안 나오는 작은 비말들의 움직임을 촬영했다. 연구팀은 “말을 하는 사람이 몸 밖으로 내쉬는 호흡에서 공기 흐름에 난류를 형성할 수 있는 소리가 포함된 문장들을 뽑아 직접 말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



그 결과 알파벳 ‘피(P)’와 같은 파열음이 나올 땐 말하는 사람 입 앞에 공기 덩이가 만들어졌고, 대화를 할 경우 이런 공기 덩이가 연속해 만들어졌다.

또 각각의 공기 덩이는 말하는 사람 앞에서 작은 소용돌이를 만들었고, 이들 소용돌이가 상호작용해 고깔 모양의 공기 분출구를 만들어냈다. 이 같은 공기 분출구는 작은 입자들을 쉽고 빠르게 이동시켰다. 연구팀은 “짧은 문장이라도 몇 초만에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1m 격리 거리 너머까지 입자들을 이동시켰다”고 말했다.

또 입자들의 이동 거리는 대화 시간에 비례했다. 오랫동안 말할수록 입자들은 더 멀리 갔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만약 큰 소리로 30초 동안 말하면 2m 넘게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도 입자가 전달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주기적 환기나 공기정화장치를 틀지 않으면 실내공간에서 거리 두기만으로 충분한 방역 효과를 얻기 힘들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실내 환기는 물론 공기정화장치와 마스크의 중요성을 또 한번 보여준다”며 “실내시설에서 음식을 먹거나 차를 마실 때를 제외하고는 최대한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 “입자들의 공기역학적 거동이 코로나19 직접 전파의 중요한 요소일 것”이라며 “공중보건 담당자들이 방역준칙 등을 만들 때 참고해 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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