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갈 사람들은 다갔다, 연휴에 진짜 30만명 온 제주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10.05 15:20
글자크기

연휴 제주 내국인 여행객 28만명, 지난해보다 12.6% 감소 그쳐…여행 공개 부담에 '비밀 여행' 늘기도

추석 전 마지막 주말인 지난달 27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며 렌터카 하우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추석 전 마지막 주말인 지난달 27일 제주국제공항에 도착한 관광객들이 횡단보도를 건너며 렌터카 하우스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코로나19(COVID-19)로 올해 여름부터 계획했던 추석 연휴 제주도 여행을 취소한 직장인 이모씨(30)는 지난 2일 인천 무의도로 나들이를 갔다가 깜짝 놀랐다. 이씨는 "제주 여행을 포기하고 바람이나 쐬러 간 곳도 캠핑이나 휴가를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도로는 차들로 꽉 막혔었다"며 "코로나 때문에 여행을 미루는 사람도 많던데 그래도 가는 사람은 다 가나보다"라고 말했다.

#직장인 정모씨(29)는 연휴 동안 친구와 함께 강릉 여행을 다녀왔지만 평소 '인스타그래머블'한 성격과 달리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별 다른 게시물을 올리지 않았다. 정씨는 "여행객들이 굉장히 많긴 했지만 그래도 코로나 때문에 눈치 보이는 것이 사실"이라며 "당분간 마스크도 더 잘쓰고 방역수칙도 철저히 지키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 공포에도 올해 추석 연휴 기간 제주도를 찾은 국내 여행객 수가 지난해와 큰 차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년 넘게 억눌렸던 여행욕구가 터지며 제주 뿐 아니라 전국 곳곳이 나들이 인파로 붐볐다. 지난 5월 황금연휴와 8월 휴가 성수기 이후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했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연휴 9일, 진짜 30만 제주 다녀갔다
여행 갈 사람들은 다갔다, 연휴에 진짜 30만명 온 제주
5일 제주도와 도 관광업계에 따르면 추석 연휴 동안 30만 명에 육박하는 여행객이 제주도를 다녀갔다. 제주관광협회의 관광객입도현황을 살펴보면 실질적인 연휴 시작날인 지난 26일부터 전날(4일)까지 9일 간 총 27만9446명의 내국인이 제주에 발을 디뎠다. 당초 30만명이 다녀갈 것이란 전망에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이뤄지는 전방위적인 방역조치와 여행 자제 분위기를 감안하면 꽤 놀랄 만한 수치다.



지난해 추석연휴와 비교해봐도 큰 차이가 없다. 지난해 9월7일부터 15일까지 9일 간의 추석연휴 기간 동안 제주를 찾은 내국인은 31만9741명으로 올해보다 4만명 많은 수준이다. 지난해 추석은 감염병 리스크가 '제로(0)'였고, 오히려 하반기 노(NO)재팬에 따른 일본여행 보이콧으로 국내여행 수요가 평소보다 높았던 해다. 코로나에도 불구하고 올해 추석 여행열기가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추석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마지막 연휴를 즐기고 있다. 서울시의 코로나19 확산 방지책으로 시행중인 한강공원내 주요 밀집지역 통제로 인해 주변공간에 시민들이 더 밀집된 모습이다. /사진=뉴스1추석연휴 마지막날인 지난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을 찾은 시민들이 마지막 연휴를 즐기고 있다. 서울시의 코로나19 확산 방지책으로 시행중인 한강공원내 주요 밀집지역 통제로 인해 주변공간에 시민들이 더 밀집된 모습이다. /사진=뉴스1
반년 넘게 억눌려 있던 여행심리가 터져나왔다는 분석이다. 특히 연휴를 앞둔 9월 내내 이어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피로감이 여행수요로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명절에 해외를 다녀오는 인파가 많았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막혀 제주나 강원 등 대체여행 수요가 급등한 것"이라며 "귀성 자제와 추석 직전 신규 확진 수가 다소 줄어든 것도 다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집콕'의 답답함은 비단 제주 뿐 아니라 강원도 등 주요 여행지와 수도권 나들이 명소까지 붐비게 만들었다. 강화도, 영종도 등 해변에 '차박' 등 캠핑을 위한 차량행렬이 줄을 이었고, 한강공원에도 돗자리에 모여 앉아 가을 하늘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코로나 이후 방문객이 급감했던 용인 에버랜드 등 테마파크 매표소도 입장을 대기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여행요? 쉿, 비밀이에요"
/사진=게티이미지뱅크/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따라 다소 소강 상태였던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진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여행이 활발했던 지난 5월 황금연휴와 8월 초 휴가 성수기 이후 확진자 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다. 제주에서 이번 추석 기간 신규 확진자가 나오지 않았지만 통상 일주일 정도 지난 시점에서 전파 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제주도를 비롯, 방역당국에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이유다.

특히 최근 들어 여행을 알리지 않고 몰래 다녀오는 여행 행태도 늘어 방역수칙을 더욱 준수해야한다는 의견도 있다. 2030 젊은세대를 중심으로 SNS에 여행 인증샷을 게재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코로나 상황에서 여행을 갔다는 사실을 드러내는 데 부담감이 커지면서 이를 숨기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지난해 노재팬 분위기가 한창일 당시 인터넷에서 유니클로 의류를 구매하거나 일본 여행 사진을 올리지 않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3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1층 국내선입국장에서 제주에서 연휴를 보내려는 일명 '추캉스'(추석+바캉스)족이 렌터카보관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추석 연휴였던 지난달 3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 1층 국내선입국장에서 제주에서 연휴를 보내려는 일명 '추캉스'(추석+바캉스)족이 렌터카보관소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직장인 김모씨(36)는 "요즘은 여행이 자랑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전처럼 휴가 계획을 말하거나 하지 않는 것 같다"며 "주변에 누가 연휴 때 어딜 다녀왔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마스크 착용이나 식사 등을 더욱 조심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지난 8월 연휴 이후와 달리 급격한 확산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연휴 기간 검사량 감소와 전국적 이동량 증가에 따른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번 주까지 추세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