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북한이 보내온 사과통지문이 공개된 이후 우리 군과 북측의 입장차가 확인되면서, 각 진영에서 이번 사건을 보는 방식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사건의 실체는 미궁속으로 빠져드는데, 진보와 보수 양 극단에 놓인 ‘타락한 진영의식’의 세 대결만 커지는 모양새다.
진보쪽 인사들의 정제되지 않은 언행이 그렇다. 이들은 일반 국민의 정서와 동떨어진 얘기를 쏟아내며 진영 갈등을 부추긴다. 김정은 위원장이 우리 측에 사과의 뜻을 전하자, 이들의 목소리엔 더욱 힘이 실린다.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표적이다. 그는 지난 25일 유튜브로 생중계된 '10·4 남북공동선언 13주년 기념 대담'에서 "김 위원장 리더십 스타일이 그 이전과 다르다. … 제 느낌에는 계몽군주 같다"고 했고,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등 다른 인사들도 비슷한 얘기를 했다. 진보진영에선 이들의 말과 글을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 열심히 옮긴다. 어느새 북한의 만행은 서서히 가려진다.
이번 사태는 북한이 우리 국민을 죽인 명백한 만행이다. 국민 생명을 두고 진보와 보수로 갈릴 문제가 아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 명확하게 파악해 국민에게 알리고, 북한의 책임자 처벌은 물론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신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한다. 우리끼리 진영으로 갈려 싸울수록 사건의 실체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뿐이다.
앞으로 북한에 따질건 명확히 따지고 책임을 물어야한다. 남북관계를 의식해 저자세로 나갈 필요가 전혀 없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북과 무조건 대결구도로 몰아가선 안된다. 청와대와 여당, 야당 모두 힘을 모아야 가능한 일이다. 진영의 눈으로 보면 좋은 게 때론 나쁘게 보일 수 있고, 나쁜 게 때론 좋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누가봐도 틀린 건 틀린거다. 국민의 생명마저 진영의 틀에 가둬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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