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ETF 불붙은 운용사…증권사는 왜 주저할까

머니투데이 조준영 기자 2020.09.15 04:26
글자크기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추진동력 마련을 위해 앞으로 5년간 20조원 규모의 모자 펀드 조성, 이와 함께 뉴딜 기업의 특별 대출·보증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의 직접 투자, 민간금융회사의 투자 여건 개선 등을 통해 170조원+α 규모의 금융 지원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2020.9.3/뉴스1(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한국판 뉴딜 금융지원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정부는 한국판 뉴딜의 추진동력 마련을 위해 앞으로 5년간 20조원 규모의 모자 펀드 조성, 이와 함께 뉴딜 기업의 특별 대출·보증을 위한 정책금융기관의 직접 투자, 민간금융회사의 투자 여건 개선 등을 통해 170조원+α 규모의 금융 지원도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2020.9.3/뉴스1


한국판 뉴딜펀드를 통해 대규모 정책자금이 시중에 흘러들어올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집중수혜를 받을 BBIG(바이오·배터리·인터넷·게임) 지수 사용권을 놓고 자산운용업계 갈등이 치열해지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0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KRX BBIG K-뉴딜지수'에 대해 올해 말까지 3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하면서다.

코로나19(COVID-19) 확산 이후 급성장한 이들 종목을 지수로 만들어 ETF(상장지수펀드) 상장을 할 경우 높은 거래량이 예상되는 만큼 나머지 운용사들의 강력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반면 지난 7월 자체지수개발이 허용된 증권사들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뉴딜수혜가 예상되면서 일부 증권사들이 개발검토에 들어갔지만 구체화된 계획은 아직까지 전무하다. 본격 경쟁에 돌입한 운용사들과 달리 증권업계가 조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문 열어줬는데 왜 들어오질 못하니
거래소 전경 / 사진제공=뉴스1거래소 전경 / 사진제공=뉴스1


증권업계는 지난 2018년부터 한국거래소 측에 자체지수개발을 허용해달라는 목소리를 꾸준히 전달해왔다. 당시 한국투자증권이 개발한 양매도ETN지수에 수천억원이 몰리는 등 인기를 끌며 촉발된 이슈는 거래소를 비롯해 특정업체가 지수산출을 독점한다는 여론으로 확대됐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지난 5월 증권사의 자체지수 산출을 허용키로 했고 거래소는 7월말 관련 규정개정을 마쳤다.

하지만 막상 문이 열리자 증권사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NH투자증권 등 일부 증권사가 지난해부터 지수개발을 준비중이지만 아직까지 구체화된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나머지 증권사들은 'KOSPI200', 'KRX300' 등과 같은 기존 대표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출시만을 검토하는 수준이다.


14일 기준 현재까지 대표지수 추종형 상품은 KB증권이 지난 10일 KRX300 지수를 추종하는 ETN이 유일하다. 일일거래량이 1000여주에 불과할 정도로 뚜렷한 성과는 보이지 못하고 있다.

◇주저하는 이유
증권업계는 기존 상장지수시장을 선점해온 운용사들과의 차별화 전략이 부재하다는 이유로 선뜻 발을 떼지 못하고 있다. 초보투자자들에게 주로 입문상품으로 소개되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 ETF'의 경우 지난 2002년에 상장돼 일일거래량이 수백만~수천만주에 이른다.

반면 시장진입이 상대적으로 늦은 증권사 ETN의 경우 그동안 주식형 상품보다 원자재 등 기초상품을 차별화하는 전략을 주로 구사해왔다. 운용업계와 경쟁할 수 있는 길이 열렸지만 상장종목을 다루는 시장에서 특별히 다른 투자전략을 개발하기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세제혜택도 큰 차이가 난다. 지난 7월22일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며 국내주식에 대한 직접투자와 함께 국내 주식형펀드(ETF 포함)를 합쳐 연 5000만원까지 양도차익을 비과세하기로 했다. ETN은 혜택에서 제외되며 해외주식 등과 합쳐 연 250만원 비과세에 그친다.

◇뉴딜수혜 받을 수 있을까
뉴딜ETF 불붙은 운용사…증권사는 왜 주저할까
정부는 최근 한국판 뉴딜펀드의 밑그림을 공개하면서 '뉴딜지수' 개발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운용업계는 이 뉴딜지수를 활용한 시장선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증권사들도 지수수익률에 따라 그대로 수익을 보장해주는 ETN 특성을 활용해 차별화전략을 적극적으로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ETF는 실제 지수추종 과정에서 생기는 오차로 인해 지수수익률보다 낮은 운용수익률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반면 증권사는 지수움직임 그대로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강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지금은 BBIG를 놓고 갈등이 커지고 있지만 '뉴딜'을 꼭 (BBIG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며 "증권업계도 뉴딜사업의 수혜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기초상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TOP